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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정원 - 안티 - 스트레스 컬러링북 ㅣ 조해너 배스포드 컬러링북
조해너 배스포드 지음 / 클 / 2014년 8월
평점 :
읍내 책방에 갔다가, '비밀의 정원'이란 책이 비밀 덮개로 쌓여 있는 것을 보았다.
오래된 영국 동화 '비밀의 정원' 관련 도서인가? 열어 볼 수가 없어 궁금했던 나는
주인에게 물었다. "무슨 책이에요?" 중년남성인 책방 주인은 텔레비전 드라마에 언급되어
유명세를 타고 팔리고 있는 색칠하기 책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지만.
정원이란 단어를 유달리 사랑하는 나는 유념해 두기로 작정했다. 알라딘 인터넷에서
이천원 정도 싸게 팔고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횡재의 느낌으로 구입해서 택배를 두근 두근
기다렸다.
어릴 때, 얼마나 좋아했던 색칠하기 책인가? 그 시절엔 색칠하기 책이 흔하지 않았다.
어릴 때,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던 엄마에게 나는 "색칠하기"라고 답했던
기억이 있다. 아마도 크리스마스는 가까워 오는 데, 교회나 거리의 분위기는 요란하기만 한데도정작 나한테 오는 선물이 없는 듯해서, 칭칭거렸기 때문일까?
60년대 가난한 일제시대 적산가옥인 우리 다다미방집에서 초등학교 3학년 쯤이었던 내게
엄마가 원하는 선물을 물어봐 주신 것은 지금 생각하니 참 고마운 서프라이즈 놀이였다.
두근거리며 자고 일어나자, 아마도 아무도 쓰지않는 구제품이었을 초록색 네모형 겨울 모자에 색칠하기 책 하나와, 과자가 담겨 있었다. 나는 색칠하기 책의 내용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 과자의 맛도, 종류도 생각나지 않는다. 다만, 색칠하기 책을 칠하는 데,
칠이 진짜처럼 잘 되지 않아서 기대만큼 기쁘지 않았던 기억이 있을 뿐이다.
아마 너무 단순하게만 칠하던 그 시절 습관때문이었을까?
흔이 어린이들이 그러듯 나도 색칠하기 책을 끝도 내지 못햇을 것이다.
엄마는 무어라 한 마디쯤 나중에 하셨을까? "어이구, 끝도 내지 못할 것을 사달라고..."
점잖은 어머니가, 없는 돈에 사주었다는 표현은 쓰지 않으셨으리라. 그래도 내가 뚜렷이
기억하는 것이 하나있다. 그 구제품 모자다. 짙은 수박색 모직에, 끝부분엔 옅은 살구색같은
두줄이 얇게 붙어 있었다. 그리고 흐린 쳌크무니 같은 안감도 도톰하게 붙어 있었다.
크리스마스 아침에 눈을 뜨자 어딘가에 매달려 있던 그 모자. 방 한 쪽에 이불과 구차한
살림살이들을 둔 곳을 가리고 있던 역시 구제품이었을 굵은 면발의 분홍 커텐위에달려 있었을까? 아니면 앉은뱅이 책상이 있던 창문 쪽에 달려 있었을까?
분홍 케텐에 짜여져 들어있던 무궁화로 생각했던 꽃과 덩굴무늬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어른이 되어, 굵고 얇은 색연필, 수채화용 색연필 등의 도구로 색칠을 하고 있자니,
마음도 차분해진다. 수채화용 색연필위에 붓질까지 해보았다. 멋지다.
초등학생 때처럼, 단색만 칠하지 않고 여러색을 섞어서도 써 본다. 다양하게 색칠하는 방법을 바꾸어 볼 수도 있겠다. 터키여행에서 본 화려한 부엉이를 만들기 위해 보드마카까지 사용해 보니 멋진 원색이 나오기도 한다. 실패직이 나오기도 한다.
수채화를 배워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가
왜 이리도 힘이드는 것일까? 시간을 꾸준히 낼 자신이 없어진다.
글자로 된 책의 세계를 벗어나, 색칠, 색깔에 대한 갈망이 있더니 이책을 만나려고 그랬나 보다. 원하는 것은 다 만나게 된다던가?
이제 나이가 드니, 나는 굳이 융의 우연의 일치 이론을 운운하지 않아도
우리 어른들 사이에 떠도는 말인 듯 옛스럽게 그런 말을 믿는다.
물론 미신으로 알던 꿈해몽도 훨씬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
이렇게 되려고 그간 공부 조금 했나보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