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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진리를 훔치다 - 철학자들의 예술가
김동국 지음 / 파라북스 / 2022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낯설고 어려운 개념도 쉬운 사례를 통해 이해의 길을 열어주는 책에 익숙해져 있다가 사례의 자리를 적절한 인용이 대체하고 있는 이 책을 읽으며 나의 나쁜 책읽기 습관을 깨닫게 되었다. 한 걸음에 내달리며 숙제를 해치우듯 읽는 습관. 이 습관은 백미러는 주시하지 않고 전방만 보고 달리는 내 나쁜 습관을 처음으로 알아채게 해주었다. 한 권의 책에 담긴 열 여섯 명의 철학자와 예술가라니. 저자는 자칫 빠질 수 있었던 지식의 나열이란 함정을 잘 피해 하나의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어냈다. 그 예술가와 그 철학자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없었다면 인용된 목소리들은 혼자 반짝이는 전구가 될 수도 있었는데 전구 하나하나가 제자리에서 불을 밝히며 겨울이 지나도 치우고 싶지 않은 크리스마스 트리로 책이 빛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두 번 읽었다. 세평과 상관없이 올해 두 번 본 영화는 탑건 매버릭과 헤어질 결심이다. 그리고 올 해 두 번 읽은 책은 엄기호 씨의 공부공부와 이 책 "예술, 진리를 훔치다"이다. 영화는 재미 있어서 두 번을 보았고, 책은 멈춰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싶어서 다시 읽었다. 다시 읽었을 때느낄 수 있는 재미와 의미는 영화보다는 책이 더 깊었다. 두 번 읽으면 주변에 권하고 싶어지는 속 깊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