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썰매 문지아이들
조은 글, 김세현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말이지 제목이 아쉽다. 그냥 편하게 썰매놀이라고만 했어도 좋았을 것인데.

아니면 달빛 썰매나 뭐 다른 문학적인 제목이었으면 훨씬 좋았을 터다.

해묵은 엽서나 옛날 달력 그림 같은 수묵화가 내용과 잘 어울려 좋다.

조선 선비 이경전의 실제 썰매놀이를 바탕으로 했다니.

65세면 그 당시 나이로는 상노인(上老人)일 텐데, 그 긴 시간 동안 썰매를 탔다니 신기했다.

 

서늘한 밤에 달빛 정녕 곱도다!

늙었다고 해서 흥도 늙진 않는구나! (이정귀 시)

 

한밤의 신나는 썰매놀이가 썰매를 끄는 아이들이나 할아버지들에게도 더없이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 같다.

언덕에서 내려오는 길에 소나무와 부딪힐 뻔한 할아버지가

방향을 홱 틀어 질풍처럼 내처 달려 내려갔어요. 속도에 취해 이를 앙 물고 있는 할아버지의 얼굴엔 악동 같은 장난기가 자글자글했습니다.라는 문장에선 절로 신이 났다.

썰매놀이 경력으로 치면 아이들과 비할 수 없는 할아버지들이기에, 위기의 순간 몸이 기억하는 순발력으로 상황을 돌파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썰매가 누각의 터를 지날 때 권력의 무상함을 느끼고, 달빛 아래의 썰매놀이를 통해 삶의 활력을 되찾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학의 날개처럼 팔을 벌려 서로를 붙잡은 네 명의 할아버지들에게서 되찾은 동심이 보였다. 한편으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을 원문에서 미화한 느낌도 좀 들었다.

 

노량진 강가의 촌집은 양반의 거처라기엔 남루하기는 하나, 번잡한 세상과 떨어져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한 공간이다. 강가에서 느끼는 삶의 활기도 좋지만, 그 속에서 한겨울 얼음 구멍 낚시를 하는 어부나, 아버지 잃은 수근이네의 고단한 삶은 보이지 않았을까.

썰매놀이 중간에 음식을 나누고, 마지막엔 가야금 가락까지 곁들인 양반들의 풍류도 멋들어지지만, 숨이 차도록 밤새 달린 아이들의 배고픔과 힘든 삶은 그들에겐 하나의 풍경에 지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아이들과 할아버지들에게 특별하고 행복한 경험이지만, 어쩐지 뒷맛이 씁쓸하다.

 

작품에 어울리지 않는 에너지란 단어와

문장을 ‘~어요체와, ‘~습니다.’체 중 한 가지로 통일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욕 좀 하는 이유나 노란 잠수함 5
류재향 지음, 이덕화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라는 소재를 재미있게 풀었다.

작품 속에서 어느 정도까지 욕을 허용하느냐가 문제일 것 같은데 그 수위를 잘 조절한 것 같다. 책에 나온 정도의 욕은 괜찮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말뿐만이 아니라 영어로 욕을 하는 설정이 좋았다. 어떤 언어든 욕은 나쁜 것이고,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했을 때 더 나쁠 수 있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창의적인 욕이 신선했다. 국어사전의 여러 가지 낱말들을 조합해 만든 욕들이 재미있고, 찰지다. 아이들이 국어사전을 펼쳐보게 하고, 우리말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욕을 제조한다는 설정이 좋고, 문제 해결을 위해 스스로 움직이는 유나의 모습이 좋다. 소미가 한 번쯤 욕을 하는 장면이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호준이의 상황이 그대로여서 아쉬움이 남았다. 결말에 대한 고민은 늘 어렵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문화의 수수께끼 - 도깨비 없이 태어난 세대를 위하여
주강현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덮고 나니,

빙산의 일각에 발 딛고 섰다, 물속의 거대한 빙산 몸체를 휘젓고 나온 느낌이었다.

잠시 활동했던 풍물패의 경험으로 귀동냥으로나마 민중의 생활을 알고 있다는 허상을 완벽하게 깨뜨렸다.

책은 천지 창조에서부터 최초의 예술, 바위 그림을 지나, 민중의 의식주를 아우르며, 탯줄에서 상여까지, 공동체의 안위를 위한 생명 나무와, 장승, 솟대 등을 거쳐 남근여근 숭배와 쌍욕과 쑥떡에 이르기까지 질펀하게 한바탕 대동판을 펼쳐 놓는다.

흔히 알고 있던 전통이라는 거대한 생명수가 조선시대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손바닥만 한 화분에 들어찬 분재처럼 뒤틀리고, 농락당했다는 사실에 분노와 참담함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에서 명맥을 유지하는 질기고 건강한 생명력도 보인다.

 

연기가 나가는 굴뚝 하나에도 멋을 부릴 줄 알고, 일상을 뒤집어 경계와 성역을 만들어 낼 줄 아는 사고의 전환, 사물과 자연에 대한 두려움을 익살과 해학으로 풀어내는 도깨비나 남근여근 신앙이 순수하다.

하찮은 똥마저 돼지의 먹이로 만들어 내는 지혜와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짓밟히고, 억눌려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미륵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 정직한 노동으로 일궈낸 밥 한 그릇의 귀중함을 알고, 그것을 나눌 줄 아는 공동체 의식이 소중하다.

미신으로 치부되었던 무당의 세계는 사실은 천지창조의 본풀이이며, 만물이 기를 가지고 조화를 이루는 세계에서 인간도 자연의 일부임을 자각하게 한다.

일제 강점기 때까지, 다산한 여인이 가슴을 드러냈다는 사진은 놀라웠다.

 남성 중심의 온갖 제의에도 불구하고, 가뭄이나 전염병을 해결할 수 없었을 때,가부장 사회에 짓눌린 여성들이, 밤새워 피 묻은 서답을 휘두르고 난장을 벌이는 도깨비 굿은 통쾌했다.

아이들이 궁지에 몰릴 때 엄마 품을 찾는 것처럼, 온갖 방법으로 여성들을 핍박하던 남성중심사회가 생명의 위기에 몰리자 여성들 뒤로 숨는 비겁함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여성들의 당당한 행진 속에서 태초에 모계중심사회를 떠올렸다.

근대와 현대라는 이름으로 죽음마저 우리 것을 놓아버린 우리의 빈손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무조건 우리 것이 좋다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것도 지켜내지 못한 부끄러움이다. 그 모든 우리 것 중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놓치지 않고 움켜쥐어야 하는 것은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소중함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옛이야기 공부법
김환희 지음 / 창비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교문학자였던 작가가 우연한 계기로 옛이야기를 접하고, 그 속에서 치유 받으면서 옛이야기를 공부했던 과정들,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한 안내서다. 인터넷이나, 논문들을 통한 공부 방법도 자세히 서술한다. 더불어 우리 설화와 다른 나라의 설화를 비교 분석하면서 우리 설화의 우수한 서사성에 주목한다.

또한, 임석재 선생의 <한국구전설화>를 소개하면서, 이야기의 원형을 들여다보면서 한국인이 누구인가를 밝혀내고자 하는 염원을 소개한다.

 

작가는 옛이야기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옛이야기 중에서 내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는 이야기 하나를 붙잡고 시작하기를 권한다. 그래야 지난한 공부를 이어갈 수 있으므로.

작가는 상문고 사태를 겪으면서 아기장수설화에 천착한다. 현실에 순응하여 정의로운 아이들의 날개를 잘라 버린 아기장수의 어머니와 같은 어른이 될까 두려웠다고 고백한다. 이 사회는 아직도 아기장수가 필요한 사회다.

 

옛이야기는 역동성, 확장성, 유연성을 지닌다.

우리의 구렁덩덩 신선비는 외국의 큐피드와 푸시케’, ‘미녀와 야수’, ‘뱀과 포도 재배자의 딸’, ‘마법사 피오란테경등과 비교할 수 있다. 남편 탐색담 속의 괴물 남편은 여성의 심층에 자리 잡은 남성성으로 본다. 아니무스인 셈인다.

구렁덩덩 신선비는 전반부 나약한 셋째딸이 언니들 꾐에 넘어가 허물을 불태우지만, 남편을 찾기 위한 여정을 지나면서 조금씩 강인한 인물로 변모하여 남편을 되찾는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물, , 빨래, 복주께, 호랑이 눈썹 등의 모티브가 외국의 설화와 어떻게 대비되는지 설명한다. 서구에서는 호랑이 대신 늑대가 나타나기도 한다. 서구에서는 낯선 세계에 사는 괴물의 집에서 머리털, 깃털, 비늘 따위를 가져온 인물들은 모두 남성이지만, 신선비에서는 여성이다.

을 통한 치유력은 손 없는 색시눈 먼 동생에서처럼 다른 설화에서도 나타난다.

 

유럽의 뱀 신랑 색시와 한국의 바리공주가 무쇠 신을 신고 떠난 이계 여행에서는 바리공주설화의 우수성을 확인한다.

마랴 공주와 모캐의 지하여행에서는 지옥에서의 구원을 애원하는 영혼들을 돕지 않는다. 큐피드와 프시케. 바리데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바리공주는 가엾고 측은해하며 부모 효양 늦어지나 죄인을 제도하리라,’며 억만지옥의 문을 열고 죄지은 영혼들을 극락으로 인도한다.

흔히 알고 있는 바리데기바리공주는 다른 얘기다. 바리데기는 전라도, 경상도, 동해의 무녀들에게서 전승된다. 바리공주는 주로 경기, 충남의 강신무들에게서 전승된다. 바리공주는 여성의 한을 승화시키는 과정이며, 온전한 나를 이루는 과정이다. 치유자의 원형으로서 서사도 뛰어나다.

 

옛이야기에서 왜 착한 아이들이 시련을 겪을까. 착한아이 증후군은 어린 시절 주양육자부터 버림받을까 두려워하는 유기 공포에 대한 방어기제로 본다. 이들은 아픔과 시련을 통해 악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지혜를 얻는다.

옛이야기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편모가정의 자녀이거나 고아다. 또한, 양친이 있어도 버림받는다. 이들은 세상으로 나가 조력자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극복한다.

조력자(혹은 동물)에게 복종한다는 것은 인간 심층의 자기 목소리, 가장 본질적이고 본능적인 내면의 목소리에 복종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 목소리는 자아의 불행을 직감하고 도움을 주려는 내면의 목소리다. 이는 주인공이 온전한 자기실현을 위해 끌어낸 ''의 내면적인 힘을 나타낸다.

 

이 책은, 우리 옛이야기들이 온전히 우리만의 것이 아니고, 비슷한 설화들이 세계 곳곳에 분포함을 보여준다. 실크로드를 통해 문화와 문명의 교류가 이어졌듯이, 그 속에 이야기의 교류도 이어졌을 것이라고 본다. 남방문화도 해류를 따라 제주도를 거쳐갔다. 제주도의 설화에 남방문화의 흔적이 보이는 이유다. 안데르센도 순수한 덴마크 이야기가 아니고 아라비안 이야기가 들어가 있고, 우리의 많은 것은 불교와 실크로드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인류가 제일 처음으로 발달시킨 오락(?)이 이야기이고, 그 이야기는 수천 년에 걸쳐 전파되고 다듬어지면서, 각 나라의 특색에 맞게, 그 나라 정서에 맞게 토착화되었을 것이다. 옛이야기를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모든 서사의 원형으로써 그 속에서 인간 원형을 탐색할 수 있는 광맥임을 알겠다.

 

책을 읽지 않는 아이가 있었다. 모두가 재미있다는 책도, 심지어 만화책도 읽지 않던 아이에게 <옛이야기> 책을 주었더니 책에 푹 빠져 읽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옛이야기는 그 자체로 온전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요일의 전쟁 책이 좋아 3단계 4
게리 D. 슈미트 지음, 김영선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줄거리

1967, 카밀로 중학교 7학년 홀링 후드후드는 매주 수요일 오후를 담임 베이커 선생님과 단둘이 보낸다. 다른 학생들은 유대교나 가톨릭 성전으로 교리를 배우러 가지만 홀링은 혼자 장로교이기 때문이다.

매주 홀링과 베이커 선생님은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기 시작한다. 홀링의 아버지는 건축가로서 오로지 이 세상의 중심이며, 누나는 자유를 부르짖는 히피다. 홀링은 선생님의 슈크림 심부름 때문에 지역 극단의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연극을 하게 된다.

아버지의 후드후드 건설사와, 여자 친구 메릴 리의 코왈스키 건설사는 중학교 건물 신축 문제로 경쟁이 붙고, 코왈스키 건설사는 후드후드의 설계를 훔쳤다가 입찰을 포기한다. 이후 코왈스키는 베이커 선생의 도움으로 양키스타디움의 보수공사를 맡는다.

베이커 선생님의 남편과 영양사 비지오 선생님의 남편은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베이커 대위는 실종되고, 비지오 선생님의 남편은 전사한다. 비지오 선생님은 구호단체의 도움으로 구출된 베트남 소녀 마이 티를 미워한다.

홀링은 8학년들과 크로스컨트리 대회에 참석해 일등을 한다. 홀링의 누나는 대학 진학을 반대하는 아버지에 대항해 가출한다. 홀링은 누나를 보면서 아버지가 정한 건축가의 길을 고민한다. 베이커 선생은 지역을 돌며 홀링에게 건물들의 역사를 들려준다. 홀링은 건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성당에서 베이커 선생님과 같이 기도한다. 러시아의 원자폭탄이 학교에 떨어지지 않기를, 실종된 베이커 대위를 위해서, 성인식 준비 중인 대니 허퍼, 자신을 찾기 위해 가출한 누나를 위해서. 누나는 홀링의 도움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실종됐던 베이커 대위가 구출되고, 귀국 전보가 도착한다.

학년 말, 야영을 떠난다. 식기들을 잃고, 비를 맞고, 게임을 하고 수영을 한다. 비지오 선생님은 마이 티에게 사과하고, 함께 살자고 한다.

친구 대니 허퍼는 성인식을 치르고 성인이 된다. 홀링은 성인이 된다는 것은 단지 직업을 갖는 것이 아닌, 스스로 선택하는 삶이어야 한다는 것을 자각한다.

 

소감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단숨에 읽힌다. 챕터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빌려, 자비,

정의, 권력, 사랑 등이 홀링의 서사와 어우러진다. 거기에 베트남 전쟁, 히피 문화, 캐네디, 마틴 루터킹 등 사회의 굵직한 이슈들이 혼합된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갖가지 사건들을 통해 성장한다. 작품 뒷부분에 베트남전에서 남편을 잃은 비지오가, 구출된 베트남 소녀 마이 티를 거두는 장면은 감동이었다.

아버지로 대변되는 물질 우선의 기성세대와 자유를 부르짖는 누나의 대립, 그 속에서 자신의 길을 모색하는 홀링의 고민이 미덥다. 홀링과 누나는 서로 앙숙이었다가, 누나의 가출로 형제애를 깨닫는다. 작품 초반에 누나로만 지칭되다가 후반에 헤더 누나라고 이름을 부르는 모습이 재미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각 장의 주제를 버무린 구성이 좋다. 아이들은 싸우고, 어우러지고, 사고 치면서 매 순간 성장한다는 것을 느끼게 한 작품이었다. 문장이 간결하고, 홀링이 독자에게 삐딱하게 앉아 서술하는 것 같은 어투가 딱 그 또래답고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