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똥개 "흰둥이"

짱뚱이네 집 똥 황토
오진희 지음, 신영식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6년 4월

먼저 아이들과 자연을 사랑해오신 신영식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사실 짱뚱이네집이 시리즈로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책 제목 하나 하나가 시골에서 살았던 저에겐 너무나 반갑고 친근했고,

정말로 당장이라도 어린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황토의 이야기를 읽고

오진희 선생님께서도 저처럼 개를 정말 사랑하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내용내용을 읽어가면서 정말 어린시절 우리집에서 키우던 개 생각이 났습니다.

진도개는 아닌 똥개였지만 나를 너무나 잘 따랐고, 나도 사랑했습니다.

주인이 밖에 나가면 먹던 밥도 팽개치고

들로 산으로 따라 나섰던 흰둥이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났습니다.

아이들과 술래잡기할 때면 내가 숨지도 못하게

항상 따라다녀 구박을 받았던 흰둥이.......

엄마에게 혼이 났을 때

흰둥이를 부둥켜 안고 뒷뜰에서 울었던 생각도 납니다.

겨우내 우리가 썰매타던 방죽이 봄 햇살에 녹을 즈음

그것을 모르고 뛰어들어 물에 허우적 되던 흰둥이를 구하려고

나도 들어갔다가 둘 다 흠뻑 젖어 모닥불을 피워 함께 몸을 말렸던 추억도 생각납니다.

황토 이야기는

개를 장난감이 아닌 하나의 생명체요, 식구처럼 여겼던 우리네들의 생각과 소중한 추억을

우리의 자녀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산과 들을 뛰어다니면서 자연을 사랑하는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주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더이상 왕따가 없기를..

양파의 왕따 일기 ㅣ 파랑새 사과문고 30
문선이 지음, 박철민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1년 4월

큰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고 나니 유치원 때와는 전혀 다른 마음가짐을 갖게 됩니다.
이제 서서히 독립된 인격체로 자립할 수 있는 기초를 다져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서서히 떠나보냄 연습) 괜히 마음이 조급해지고 고민이 많은 날들이에요. 이런 와중에 이 책을 접하고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고 친구를 어떻게 사귀고 있나 관심을 더 갖게 됩니다.

<양파의 왕따일기>는. 사춘기에 막 접어든 4학년 아이들, 특히 여자아이들의 복잡 미묘한 감정과 사건들을 사실적으로 잘 보여준 책입니다. 너무도 표현이 섬세하고 실감나서 제가 마치 25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어요. 저의 4학년 때도 정화와 비슷한 점이 많았거든요.
그 때 처음으로 소위 '소중한 친구'를 사귀기 시작했고 나의 처지를 다른 애들과 비교하기 시작했죠. 마음속으로 동경하는 친구와 친해지고 싶어 했고, 마음이 맞는 아이들과 비밀스레 어울림을 즐겼으며 그것을 아주 중요한 듯 여겼어요. 또 새싹만큼 이성에도 눈을 뜨기 시작했지요. 가슴 아프게도 그 때도 정도는 다르지만 ‘왕따’와 비슷한 것도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가정환경 조사를 하면 부모의 학력, 직업, 경제적인 여유 정도가 다 드러났는데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환경을 부끄럽게 생각해서 숨기고 싶어했어요. 그 때 선생님이나 누군가가 우리들에게 화이트칼라가 아닌 우리들의 부모들이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고, 얼마나 자랑스러우며 우리의 환경이 있는 그대로 얼마나 소중한지 바르게 설명해 주었다면 우리들이 지금보다 더 건강한 정신을 갖고 살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이것은 우리가 해야 할 몫이 되었네요..)

이오덕 님의 책 <꿩>에도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는 남자 아이 ‘용이’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용이는 정화와는 다른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아요. 오랫동안 문제를 알고도 망설이기만 했던 정화(나중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지만)에게 용이의 용기를 조금 떼어주고 싶어요. 그러면 혹 정선이가 전학을 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 책은 그림책이건 창작동화이건 환타지이건 간에 권장연령이 따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동화를 읽으면 어른들도 감동을 받게 되고 아이들의 세계를 더 잘 이해하게 되지요. 어른들도 함께 읽어서 아이들에게 더 올바른 길을 안내해주고 아이와 공감하며 함께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소중한 우리 모두의 아이들이 하나도 소외되지 않고 당당히 주인공으로 살아가길 간절히 바랍니다.

고인을 보내는 산 자의 마음

맑은 날 ㅣ 우리 문화 그림책 5
김용택 지음, 전갑배 그림 / 사계절 / 2006년 2월

아동도서 코너에서 처음 발견했을 때는

그저 요즘 유행처럼 출판되고 있는

전통문화 그림책이거나 그와 비슷한 류의 책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수묵화로 잔잔하게 그려진 그림에 마음 사로잡혀

한 줄 두 줄 읽어내려가다보니

가슴에서 뭉클하게 뭔가 불쑥 치밀어 오르는 것이 있었다.

아!  아버님...

재작년 가을 돌아가신 아버님이 떠오르면서 나는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누구나 태어나서 한 번은 죽는 것이지만

보내는 사람은 가슴 한켠 서운함, 아쉬움, 애틋함, 상실감 ..그리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회한을 품게 된다.

그래서 산 사람에게도 장례의 절차는 반드시 있어야할 작별을 맞이하고  정리하기 위한 시간이 된다.

이 책은  나도  경험했듯

할머니를 떠나 보내야만 했던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울러 장례의 절차도 차근차근 보여주고 있다.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어쩜 어렵거나 두렵게 느껴질 '죽음, 떠나보냄'을  일상처럼 잔잔하게 시로 그림으로 들려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