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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하류노인이 온다 - 노후 절벽에 매달린 대한민국의 미래
후지타 다카노리 지음, 홍성민 옮김, 전영수 감수 / 청림출판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류노인(下流老人)
처음 들었을 때, 정확한 뜻은 알지 못해도 조금 불편하게 느껴지는 단어였다.
이 책에서는 하류노인을 생활보호기준 정도의 소득으로 생활하는 고령자 또는 그 우려가 있는 고령자로 수입이 거의 없으며, 충분한 저축이 없고 의지할 수 없는 사람. 으로 정의하고 있다.
남 일 같았다. 적어도 20대 초반까지는. 나에게 해당사항이 없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 당시 나에게 '노인'이란 아주 먼 훗날로 느껴졌고 그 때는 어떻게든 부를 축적해 놓지 않았을까 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생각은 정말 철없고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정말 부자가 된다는 확신이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이 책은 2016년에 발행되었다. 책 제목이 '2020년'을 겨냥한 내용인데 막상 2020년이 된 지금 읽어보니 더 참담했다. 이 책에 씌여진 하류노인은 처음부터 가난한 사람이 아니었다. 은행장도 있었고, 잘 나가는 자영업자도 있었으며, 심지어 대기업 임원도 있었다. 그들 중 그 누구도 자신이 노후에 하류노인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았다. 청년, 중년을 걸쳐 생활비, 자녀 학자금, 결혼자금 등으로 돈의 대부분을 쓰고, 조금이지만 저축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그들이 노인이 되었을 때, 예상치 못한 질병 혹은 사고로 많은 의료비가 나가게 되거나 치매에 걸려 요양시설을 가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돈이 없어 요양시설을 가지 못하는 사람은 더 많겠지만) 그렇게 모은 돈이 한 두번 큰 사건으로 사라지면, 마지막으로 기대게 되는 건 국민연금인데 모두가 알겠지만 국민연금은 정말 사람이 근근이 먹고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금액'을 지원한다. 결국 사람이 사는 것이 사는 게 아니게 되는 것이다.
지은이 후지타 다카노리는 하류노인을 만들어 내는 것은 개개인의 문제 때문이 아닌 국가와 사회 구조 때문이며, 대책을 실행하는 주체도 당연히 국가나 정부여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하지만 요즘 상황은 어떤가. 나는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직장인이지만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게다가 연금수령나이는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얼마 받지도 못 하겠지만 받게 되어도 최소 만 70세는 넘어야 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그 뿐인가. 원래대로라도 막막한데 코로나로 인한 경제 불황으로 정부는 3차 추경까지 예고한 상태고, 그 과정에서 긴급재난지원금도 진행 중이다. 물론 지금 정부를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고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만 그 많은 빚을 세금으로 메꿔야 한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조금, 아니 많이 답답하다.
자녀를 많이 낳지 않는 것도 하류노인을 더 증가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젊은 세대가 없으면 사회, 경제가 돌아가지도 않을 뿐더러 세금도 조금 걷히기 때문이다. 이것 역시 국가와 사회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문제다. 왜 자녀를 많이 낳지 않는가. 나 혼자 벌어먹고 살기가 벅찬 이유도 있지만 자녀를 키우는 데 드는 돈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외벌이로도 살아갈 수 있었지만 현재는 맞벌이해도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려운 시대다. 그 와중에 자녀까지 키우려면? 자녀를 보기 위해 한명은 직장을 관둬야 할 텐데 수입은 줄고, 입은 늘어난다.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감에 스트레스는 덤이다. 베이비시터를 구한다 해도 직장 월급 수준의 금액을 지불해야만 한다. 이런 상황이니 누가 자녀를 키우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진정 정부가 자녀를 갖도록 장려한다면 임산부 혹은 자녀 있는 집에 보다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좋은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사람들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말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게 내가 살아가는 동안 바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하류노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지금부터 나 스스로 준비하는 것이다. 저축과 투자는 당연하며, 개인연금과 노후에 나올 막대한 의료비를 막기 위해 실비보험도 꾸준히 불입해야 한다. 또한 거의 없다시피한 제도라 생각될지라도 정부가 지원하는 생활보호제도 등에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실제로 정부제도를 제대로 알지 못해 지원받지 못하는 대상이 꽤 많다고 지은이는 말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노후에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도 계속 해야겠다. 하루 앞날 살기도 버거워 차일피일 미뤄왔던 고민이지만, 미룬다 한들 나아지는 것은 하나도 없으니까. 조금 더 편안한 나의 노년을 위해, 앞으로라도 경각심을 가지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