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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재즈를 듣게 되었습니다 - 인문쟁이의 재즈 수업
이강휘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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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재즈는 고상한 사람들을 위한 곡이라고 생각했다.

혹은 고상한 척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듣는 곡이거나.

그렇게 나와는 거리감 멀게 느껴지던 재즈가 <어쩌다 보니 재즈를 듣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고 약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음 정확하게 읽었다는 표현보다는 듣고 느꼈다는 게 더 맞겠다.

이 책을 쓴 저자의 직업은 국어 선생님이다.

'그냥 좋아서' 시작하게 된 방과 후 재즈 수업은 그를 더욱 더 깊은 재즈 속으로 빠져들게 했고, 재즈가 낯선 이들을 위해 이 책을 출간하게 됐다. 그리고 그 재즈가 낯선 이들 중 하나가 나였고, 그런 내가 읽어도 편안하고 쉽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저자가 추천하는 곡에 QR코드와 아래에 간단한 설명을 덧붙여 놓은 부분은 저자가 초심자를 생각하는 섬세함이 느껴져서 좋았다.

 

또한 단순히 재즈 음악 소개 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재즈 음악이 탄생하기까지의 문화, 역사 내용이 함께 있어서 더 감정이입이 되었다. 엄청 즐겁게 들렸던 곡도 슬픈 시대를 이겨내기 위한 곡이었던 걸 알게 되기도 했다. 들리는 게,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님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 책에 실린 곡은 4~50곡 정도 있었지만 내가 제일 마음에 들었던 곡은 총 4곡이었다.

1. Louis Armstrong&Ella Fitzgerald - Cheek to cheek

2. Cannonball Adderley - Autumn Leaves

3. Lee Morgan - Ceora

4. Bill Evans Trio - Alice In Wonderland

1,2번은 TV, 커피숍, 라디오에 나왔을 정도로 유명한 곡이다. 재즈에 문외한인 내가 듣자 마자 "아, 이 곡!" 이라고 했을 정도니까.

3,4번은 늦은 밤 어두운 조명을 켜 두고 사색하기에 좋은 느낌의 곡이다. 혹은 비 오는 날 저녁 창가를 바라보면서 들어도 좋을 것 같다.

현란한 댄스곡, TOP 100 곡만 듣다가 재즈 곡을 들으니 약간 뭐랄까,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차분해지는 걸 느꼈다. 굳이 노래를 흥얼거리지 않아도, 가사를 외우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그저 재즈를 듣는 이 순간, 발가락 하나 까닥까닥 하는 느낌이면 충분하다.

이번 책을 계기로 앞으로도 내 취향에 맞는 재즈 곡들을 차곡 차곡 플레이리스트에 담아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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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 인간관계론
데일 카네기 지음, 안영준.엄인정 옮김 / 생각뿔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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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유명한 책 <카네기 인간관계론>

베스트셀러를 놓친 적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이 책을 읽은 건 처음이었다.

인간관계. "사람은 늘 혼자야" 라고 얘기하지만 그것은 태어남과 죽음 뿐, 그 외의 모든 시간은 좋든 싫든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게 된다. 가족, 친구, 직장... 돌이켜보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기도 했지만 그 중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으며 그로 인해 스트레스 받은 적도 종종 있었다.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누군가에게 나는 좋은 사람이었을 수도 있지만 견디지 힘든 사람이었을 수 있다.

이 책은 사람을 대하는 기본 원칙, 사람의 호감을 사는 방법, 사람을 설득하는 방법, 사람을 변화시키는 방법, 마지막으로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다. 읽다 보면 "나도 이 정도는 알아!" 라고 생각되는 부분들도 분명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아는 것이 아니라 실천해야 한다는 것, 억지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도 알고 있다. 그 중 내가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을 소개해 보겠다.

비난은 언제든 자신에게로 다시 돌아온다.

<카네기 인간관계론> 37page 중에서

내 마음을 후벼파는 부분이었다. 어느 순간부터(아니 솔직히 태어났을 때부터일지도 모르겠다.) 나 자신만의 입장에서 나 자신만의 생각으로 타인을 평가하기 시작한 나는, 나와 맞지 않으면 그 사람을 존중해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은 왜 그럴까 하며 비난을 하기 일쑤였다. 그렇게 타인을 신나게 비난하다 보면 약간 현타(현자 타임)가 올 때도 있었지만 비난을 하지 않으면 내가 못났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될까봐 멈추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아첨이란 상대방의 자기 평가와 일치하는 말을 해 주는 것이다.

<카네기 인간관계론> 65page 중에서

이 구절에서도 "아.." 라는 탄식이 나왔다. 반박할 수 없게 너무 맞는 말 아닌가. 이 내용을 보는 순간 예전에 모셨던 팀장님이 떠올랐는데, 그 분은 정말 "꼰대 중의 꼰대"셨다. "라떼는 말이야~" 라는 말을 달고 다니시던 그 분은 부하 직원들에게 늘 귀감이 되고 싶어했지만 그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 분을 생각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나도 아첨을 원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아첨을 하고 있지는 아닌가 싶어 이내 씁쓸해졌다. 아예 아니라고는 할 수 없었으니까.

사람들은 모두 자기 중심적이다. 나 역시 자기 중심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약아질" 수 밖에 없다. 최대한 손해를 안 보려고 하는 것이다. 당연하지, 누가 손해를 자처해서 보려고 한단 말인가. 하지만 데일 카네기는 말한다.

항상 다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 사람의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려고 한다면,

그것은 분명 여러분의 인생에 커다란 이정표가 될 것이다.

<카네기 인간관계론> 84page 중에서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고, 상대방이 원하는 걸 이야기해준다. 뭐야, 그럼 나는 평생 남 좋은 일만 하라는 거야? 싶기도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모두가 자신만의 입장을 외친다면 해결되는 일은 없다. 그저,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들어보고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하고 대화를 시도한다면, 하다 못해 상대방의 입장에서 공감 표시를 단 한번이라도 해 준다면, 그것은 대화이든 협상이든 win-win 전략이 될 것이다.

인간관계론에서 "나" 는 없다. 오직 "상대방" 이 있을 뿐이다. 사람의 호감을 사든, 설득을 시키든 그 어떤 것에서도 내 입장은 찾아볼 수 없다. 상대방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며, 상대방의 이름을 기억해주고, 경청한다. 이것이 바로 인간관계에 있어서 첫 시작이자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알고 있으면서도 지키기는 참 어려운 부분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인생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니까. 하지만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고려하며 살아간다면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나의 인생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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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하류노인이 온다 - 노후 절벽에 매달린 대한민국의 미래
후지타 다카노리 지음, 홍성민 옮김, 전영수 감수 / 청림출판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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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류노인(下流老人)

처음 들었을 때, 정확한 뜻은 알지 못해도 조금 불편하게 느껴지는 단어였다.

이 책에서는 하류노인을 생활보호기준 정도의 소득으로 생활하는 고령자 또는 그 우려가 있는 고령자로 수입이 거의 없으며, 충분한 저축이 없고 의지할 수 없는 사람. 으로 정의하고 있다.

남 일 같았다. 적어도 20대 초반까지는. 나에게 해당사항이 없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 당시 나에게 '노인'이란 아주 먼 훗날로 느껴졌고 그 때는 어떻게든 부를 축적해 놓지 않았을까 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생각은 정말 철없고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정말 부자가 된다는 확신이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이 책은 2016년에 발행되었다. 책 제목이 '2020년'을 겨냥한 내용인데 막상 2020년이 된 지금 읽어보니 더 참담했다. 이 책에 씌여진 하류노인은 처음부터 가난한 사람이 아니었다. 은행장도 있었고, 잘 나가는 자영업자도 있었으며, 심지어 대기업 임원도 있었다. 그들 중 그 누구도 자신이 노후에 하류노인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았다. 청년, 중년을 걸쳐 생활비, 자녀 학자금, 결혼자금 등으로 돈의 대부분을 쓰고, 조금이지만 저축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그들이 노인이 되었을 때, 예상치 못한 질병 혹은 사고로 많은 의료비가 나가게 되거나 치매에 걸려 요양시설을 가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돈이 없어 요양시설을 가지 못하는 사람은 더 많겠지만) 그렇게 모은 돈이 한 두번 큰 사건으로 사라지면, 마지막으로 기대게 되는 건 국민연금인데 모두가 알겠지만 국민연금은 정말 사람이 근근이 먹고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금액'을 지원한다. 결국 사람이 사는 것이 사는 게 아니게 되는 것이다.

지은이 후지타 다카노리는 하류노인을 만들어 내는 것은 개개인의 문제 때문이 아닌 국가와 사회 구조 때문이며, 대책을 실행하는 주체도 당연히 국가나 정부여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하지만 요즘 상황은 어떤가. 나는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직장인이지만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게다가 연금수령나이는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얼마 받지도 못 하겠지만 받게 되어도 최소 만 70세는 넘어야 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그 뿐인가. 원래대로라도 막막한데 코로나로 인한 경제 불황으로 정부는 3차 추경까지 예고한 상태고, 그 과정에서 긴급재난지원금도 진행 중이다. 물론 지금 정부를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고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만 그 많은 빚을 세금으로 메꿔야 한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조금, 아니 많이 답답하다.

자녀를 많이 낳지 않는 것도 하류노인을 더 증가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젊은 세대가 없으면 사회, 경제가 돌아가지도 않을 뿐더러 세금도 조금 걷히기 때문이다. 이것 역시 국가와 사회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문제다. 왜 자녀를 많이 낳지 않는가. 나 혼자 벌어먹고 살기가 벅찬 이유도 있지만 자녀를 키우는 데 드는 돈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외벌이로도 살아갈 수 있었지만 현재는 맞벌이해도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려운 시대다. 그 와중에 자녀까지 키우려면? 자녀를 보기 위해 한명은 직장을 관둬야 할 텐데 수입은 줄고, 입은 늘어난다.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감에 스트레스는 덤이다. 베이비시터를 구한다 해도 직장 월급 수준의 금액을 지불해야만 한다. 이런 상황이니 누가 자녀를 키우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진정 정부가 자녀를 갖도록 장려한다면 임산부 혹은 자녀 있는 집에 보다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좋은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사람들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말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게 내가 살아가는 동안 바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국 하류노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지금부터 나 스스로 준비하는 것이다. 저축과 투자는 당연하며, 개인연금과 노후에 나올 막대한 의료비를 막기 위해 실비보험도 꾸준히 불입해야 한다. 또한 거의 없다시피한 제도라 생각될지라도 정부가 지원하는 생활보호제도 등에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실제로 정부제도를 제대로 알지 못해 지원받지 못하는 대상이 꽤 많다고 지은이는 말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노후에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도 계속 해야겠다. 하루 앞날 살기도 버거워 차일피일 미뤄왔던 고민이지만, 미룬다 한들 나아지는 것은 하나도 없으니까. 조금 더 편안한 나의 노년을 위해, 앞으로라도 경각심을 가지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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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보다 쪼끔 더 법니다 - 돈이 붙는 여자의 돈 센스
시부이 마호 지음, 동소현 옮김 / 넥스트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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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부이 마호의 <돈이 붙는 여자의 돈 센스. 남편보다 쪼끔 더 법니다>

이 제목을 보게 된 그 어떤 여자가 책 내용을 궁금해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시부이 마호, 그녀는 젊은 시절 은행에서 일했지만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결혼과 동시에 사직서를 제출한다. (일명 속된 말로 '취집'이라고도 불리는) 그 후 전업주부로 살아가지만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은 위기감에 닥치는 대로 각종 자격증 시험에 도전하고, 그럴수록 이 사회가 만만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겨우 간신히 구한 일자리는 고작 시급 7천원 짜리 빵집 아르바이트 자리. 그조차도 빵집 주인의 질타를 받는다. 그녀의 자존감이 뚝뚝 떨어져 나가던 어느 날, 그녀는 남편과 부부싸움(?)을 하다가 눈물을 뚝뚝 흘려가며 소리친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한 다음에도 항상 난 왜 이렇게 무능력할까, 그 생각뿐이었어.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고, 그럴수록 더 강해지고 싶었어.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었어.

난 정말로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언제까지라도 사회에 내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남편보다 쪼끔 더 법니다> 24page 중에서

이 말에 누가 공감을 안할 수 있을까? 아니면 나만 공감하는가.(웃음) 물론 요즘 실상은 개개인의 무능력을 따지기 이전에 우리 나라의 말도 안되는 취업난 문제부터 해결하는게 급선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녀의 말을 들은 남편은 그녀에게 '돈 버는 센스' 수업을 제안하게 되고, 직업상 날마다 많은 회사의 오너들을 접하며 심사해 온 남편에게는 그만한 능력이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그녀의 수업. 결론적으로 돈 버는 센스를 키우기 위해서는 "경영자형 인재"가 되는 것이고, 경영자형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시각을 바꾸어야만 한다.. 라는 이야기로 풀어 나가며 그녀가 경영자형 인재로 거듭나는 모습이 담겨진다.

솔직히 "경영자형 인재가 되어야 한다."라는 문구를 보자 마자 너무나도 뻔한 (그렇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중간 중간에 부부가 대화하는 내용이라거나, 남편이 예시를 적절하게 들어 가며 경영자형 인재가 되는 방법을 설명할 때 "아, 이런 건 메모해 놓고 두고두고 보면 좋겠구나." 라는 생각도 꽤 들었다. 인생에 있어서 두고 두고 꺼내어 보면 좋을 글들을 일부 발췌해보았다.(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이다.)

"내 인생의 경영자는 누구인가"

'나는 내 인생의 경영자다'라는 의식을 갖고 스스로 인생을 운영해나가는 사람과

'될 대로 돼라'는 식으로 대충 살아가는 사람,

다시 말해서 자기 인생 운영을 포기한 사람과의 생활의 질이나

인생의 풍요로움에서 분명하게 차이가 나게 돼 있어.

<남편보다 쪼끔 더 법니다> 61page 중에서

내 인생의 경영자는 다름 아닌 나. 그렇기에 경영자형 인재가 되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라는 것.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야! 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경영자라는 표현은 처음이었다. 내 인생의 경영은 잘 되고 있는가? 매주 금요일이면 주말 계획을 잔뜩 세워놓고 뒹굴뒹굴 놀다가 일요일 밤, 후회하는 내 모습이 그려졌다. 세상 이런 경영자가 어디 있단 말인가.. 내 인생을 객관적으로 보려니 더 참담했다.

경영자형 인재들은 어찌 보면 욕심이 대단한 거야.

악운까지도 놓치지 말고 좋은 비료로 만들려고 하다니 말이야.

'넘어진다 해도 그냥은 일어나지 않겠다'는 오기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할까.

악취가 풍기면 다들 코를 틀어막게 돼. 하지만 그런 심한 악취를 풍기는 물질이야말로

최고의 비료가 된다는 사실을 경영자형 인재들은 잘 알고 있는거야.

<남편보다 쪼끔 더 법니다> 78page 중에서

상사에게 깨지거나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을 때, 난 누군가를 탓하거나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내 잘못이 아니야',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어' 같은 구질구레한 변명들.. 그리고 누군가를 붙잡고 술을 마시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한탄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런 상황들을 극복하고 그 뿐만 아니라 자신을 키워주는 양분이라 생각하다니. 이것 또한 자신의 인생을 경영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걸까?

시각이 바뀌면 가치관이 바뀐다.

가치관이 바뀌면 사고방식이 바뀐다.

사고방식이 바뀌면 성격이 바뀐다.

성격이 바뀌면 행동이 바뀐다.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뀐다.

습관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남편보다 쪼끔 더 법니다> 109page 중에서

행동, 그리고 습관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는 것은 대부분은 사람들은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말이 쉽지 정말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저 앞전의 '시각'이라는 것부터 바꾸어보는 것이 어떨까. 물론 그것도 어렵겠지만, 남도 아닌 내 인생을 경영하는 거니까. 100세 시대가 도래한 지금, 1,2년도 아닌 80년 정도를 경영한다고 생각한다면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도전할 가치는 이미 충분하다.

그리고 그 시각은 다음과 같다.

1. 장기적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시각

매일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것들을 단순하고 의미 없는 '업무'로 만들 것인지 자신에게 진정한 의미가 될 수 있는 '일'로 만들 것인지

2. 전체적이고 거시적인 시각

'우리 회사는 이 사회에서 이러이러한 위치에 있으며 이러이러한 부가가치를 사회와 세상에 제공하고 있다. 나도 그 일에 참여하는 사람으로서 이러이러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식으로 전체적이고 거시적인 시각에 입각해서 회사에 일에 대해 생각해보기

3.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시각

1) '왜'라는 질문을 통해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기.

ex. 이라크 전쟁이 일어난 이유는? '대량살상무기 보유국'이 이유라고 하는데 정말 그게 이유일까? 혹시 내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2) 주식회사의 구조, 결산서를 작성하고 읽을 수 있을 만큼의 지식을 기르기.

ex. 회사의 전략은 결산서부터 시작한다.

결산서를 보고 왜 수익이 오르지 않는지 원인 파악 -> 문제해결을 위한 전략 세우기 -> 회사 전체의 목푯값 결정 -> 각 부서별 목푯값 결정 -> 개인 목푯값 결정

4. 다각적이고 다면적인 시각

나에게는 당연한 일, 다른 사람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일.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고 받아들이기

ex. 내가 누군가를 싫어하더라도 그 사람에게는 아무런 변화도 생기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 사람을 나쁘게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왜 불편함을 느끼는지 나 자신에 대해 분석해보자.

쉬워 보이나? 절대 전혀 쉽지 않아 보인다.

꿈만 꾸다 보면 결국 절망에 빠지게 될 거야.

꿈은 말이지, '언젠가는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생각할 때 희망으로 바뀌는 거야.

꿈을 이루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그 방향이 정해졌을 때

비로소 꿈은 우리의 희망이 되는 거야.

<남편보다 쪼끔 더 법니다> 177page 중에서

왜 꿈은 이루기 어려울까? 목표를 너무 높게 설정해서? 내 상황이 좋지 않아서? 둘 다 아니다. 꿈은 꾸지만 정작 아무것도 안하고 하루 하루 나 자신을 자책하며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꿈을 이루기 위해 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가? 그리고 그 계획을 위해 조금씩이라도 나 자신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가? 행동이 어렵다면 성격부터, 성격이 어렵다면 사고방식부터, 사고방식이 어렵다면 가치관부터, 가치관이 어렵다면 시각부터 차근차근 바꿔보자.

마지막으로 제일 인상깊었던 구절을 소개한다.

모든 일을 내려놓고 싶을 때, 도망치고 싶을 때 이 글을 보고 힘을 낼 수 있기를 바라며.

한번 이 길에서 도망치면

앞으로도 어려운 상황에 부딪혔을 때

분명히 또 도망치게 된다.

마라토너는 왜 완주를 목표로 하는가?

한번 도중에 기권해버리면

몸과 마음 모두에 기권하는 습관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아무리 힘들더라도, 1등이 되지 못하더라도,

목표했던 곳까지는 가야만 한다.

도망쳐버리면, 포기해버리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고 바뀌지도 않는다.

그건 무엇보다도, 아직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나 자신'에 대해 예의가 아니다.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고, '나 자신'을 위해서 힘을 내야 한다!

결실을 원한다면 결코 내가 먼저 승부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남편보다 쪼끔 더 법니다> 270page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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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바레스 : 어느 트랜스젠더 과학자의 자서전
벤 바레스 지음, 조은영 옮김, 정원석 감수 / 해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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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고 마음에 존경심이 일었다. 벤 바레스는 자신의 자서전을 담백하고 꾸밈없이 한 책으로 담아 냈다. 책 표지에도 그의 담담함이 잘 나타나 있다.

   나는 내 뜻대로 살았다.

성별을 바꾸고 싶었고 그렇게 했다.

과학자가 되고 싶었고 그렇게 했다...

나는 진정 멋진 삶을 살았다.

벤 바레스 책 표지 중에서

 

바버라 바레스. 그는 생물학적으로 여자로 태어났지만, 본인은 남자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생각은 확고해졌으며, 마침내 그는 난소를 제외한 내부 생신기관 없이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를 '뮐러관 무발생 증후군'이라 한다.) 중학교 때부터 점차적으로 성별 불쾌감, 차이, 혼란으로 매우 당황스럽고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그는 아랑 곳 않고 그의 열정과 천재성으로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 다트머스 의학대학원, 하버드 의학대학원 박사, 스탠퍼드 대학교 신경생물학과 교수가 되는 등 본인이 하고 싶은 과학자의 삶에 전념하며 그 쾌거를 이룬다. 그의 남다른 연구 사랑은 책에도 녹여져 있다. 7년간의 의사 수련을 마쳤을 때 그는 롱아일랜드 노스 쇼오의 신경의학 병원에서 제안한 고연봉 일자리를 거절하고 대학원 과정을 다시 시작한다. 아래는 그와 그의 아버지가 당시에 나누었던 내용이다.

 

이런 나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말씀이 기억난다.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말해다오. 그러니까 너는 지금 7년간 비싼 등록금을 내고 다닌 의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연봉 20만 달러를 주겠다는 자리가 들어왔는데, 그걸 거절하고 1년에 6000달러를 받는 대학원생이 돼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말이냐?"

나는 열정적으로 대답했다.

"네, 제대로 알고 계시네요!"

'대학원 박사과정' 챕터에서

20만 달러와 6000달러. 그 어느 누가 이를 두고 고민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선택을 할 때 주저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며, 본인도 그 '남다름'을 인정했다. 연구에 대한 주체할 수 없는 강한 열정, 그리고 요즘 그릿(grit)이라 불리는 인내와 끈기, 회복력과 탄력성. 이게 그도 인정한 그의 '남다름'이다.

연구를 계속하던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서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을 한 트랜스젠더 권리 운동가인 제이미슨 그린에 관한 기사를 읽고 성전환을 결심하게 된다. 1997년, 그의 나이 만 43세. 이름도 바버라 바레스에서 벤 바레스로 개명한다. 생각해 보면 그 당시에는 트렌스젠더라는 개념이 없었고 그렇기에 그가 결심하기까지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나에게도 트렌스젠더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은 2001년 하리수 배우님이시니까) 하지만 다행히도 그에게는 그를 열렬히 지지하고 응원하던 사람들이 있었고, 그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힘이 되어주었다.

 

벤 바레스는 트랜드젠더로 바뀐 후 진심으로 만족했다. 그리고 본인이 트랜스젠더 과학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젊은 성 소수자 과학자들의 롤 모델이 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40년 동안이나 나에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마음 전전긍긍하며 살았던 시간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는 말했다. '옷장 안에 갇혀 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편견을 가진 소수 때문에 그렇게 살아간다는 건 말도 안 된다.' 라고. 그의 소신과 신념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의 담담한 고백 덕분에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었을 당시 사람들과 현재 이 책을 읽고 있는 동시대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과 위로,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 후로 약 20년. 그는 그 동안 연구뿐만 아니라 이공계 분야에서 여성과 소수자, 그리고 성 소수자를 옹호하는 일을 계속한다. 2006년에는 유명한 과학 저널 '네이처'에 '성별이 문제가 되는가?' 라는 제목의 글을 싣기도 했다. 2020년인 지금도 성차별이 존재하는데 그 때 당시는 얼마나 더 심했으랴. 2016년 3월, 그가 진행성 췌장암을 진단받고 이듬해 12월,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그는 모든 열성을 다해 해야 할 일을 했고 자신의 자서전을 써 내려갔다. 또한 이 책에는 그의 삶 이야기 뿐 아니라 그가 연구한 과학계의(예를 들어 '중추신경계 신경세포의 정제와 배양법 개발', '별아교세포 정제와 배양법 개발, 별아교세포 전사체 규명' 등) 발견 내용을 담아 두었다. 부록에는 비전문가들을 위한 간단한 용어도 해설되어 있어서 신경생물학과에 관심이 있다면 공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물론 나도 도전해 보았지만 쉽지는 않았다.. 다만 벤 바레스의 열정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처럼 각자 각기 다른 곳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수 많은 과학자 분들과 트렌스젠더 분들께 무한한 응원과 격려를 보내고 싶다. 그분들이 있어서 생각이 깨어지고, 세상이 변화하고 달라질 수 있는 거라고. 그리고 벤 바레스처럼 꼭 뜻대로 살 수 있으셨으면 좋겠다. 물론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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