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울의 살인법 - 독약, 은밀하게 사람을 죽이는 가장 과학적인 방법
닐 브래드버리 지음, 김은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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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버몬트주 셸번의 목가적인 풍광 속에 자리 잡은 챔플레인 호숫가의 웨이크 로빈 양로원에서 한가로운 여생을 즐기고 있던 70세의 백발 노인 '베티 밀러'가 동료 입소자들이 먹는 식사와 음료에 여러차례에 걸쳐 독약의 한 종류인 '리신'을 섞은 사실이 밝혀져 조용한 지역에 일대 파란을 불러일으켰다.
FBI 조사결과 자살하기 위해 양로원 사유지에서 자라는 피마자 나무에서 수확한 피마자콩으로 리신을 만들었고, 그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양로원 입소자들을 상대로 몇 차례에 걸쳐 독약 실험을 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별다른 반응이 안 보이자 더 진한용액을 친구의 찻잔에 슬쩍 떨어트려보기까지 했다.

언뜻 들으면 소설 속 한 장면을 묘사한 것 같지만, 실제 있었던 사건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6개월 여간의 연구로는 정보가 부족했던지 식용 소금 알갱이 몇 알 정도로 치명적인 '리신'을 혈관을 통해 투여하지 않고 음용한 덕에 동료 입소자들과 친구들이 무사할 수 있었다.

특히 40년 전 독재 사회주의 국가가 된 자신의 조국 불가리아를 버리고 유럽으로 망명한 저널리스트 '게오르기 이바노프 마르코프'가 지나가는 행인의 우산꼭지에 찔린 후 생을 마감한 것과 비교하면 양로원의 입소자들이 얼마나 운이 좋았던가. 유럽으로 망명한 후 마르코프는 강한 반공의식을 표현하는 것은 물론 불가리아 정부 고위층의 부패를 폭로하고 인권 문제 민주주의 억압 문제를 계속해서 방송했다. 그러자 불가리아 정부가 당시 감지, 식별, 추적이 어려운 독극물 제조로 악명 높았던 모스크바의 '랩 넘버원'에 의뢰해 아주 소량의 리신 독소를 이용해 그를 독살한 것이다.

그런가하면 사랑 없는 중매 결혼에 아이 셋을 낳아 기르며 여성으로서의 자신을 잃어가던 '라크비르 카우르 싱' 부인은 자신의 집에 하숙하게 된 먼 친척 '럭키'와 연인 관계로 발전하면서 위험하면서도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럭키가 영국에 갓 이민 온 어린 아가씨를 소개받으면서 파국으로 치닫고 만다. 럭키는 점점 싱 부인을 멀리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싱 부인이 가족들과 인도 본토에 친척들을 만나러 간 사이 약혼을 감행한다. 결국 싱 부인은 럭키와 약혼자가 집을 비운 사이 인도에서 구해온 '아코나이트' 가루를 냉장고 안에 있던 카레에 섞어 독살시키고 만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투구꽃에서 온 '아코나이트'는 독약의 여왕이라 불릴 정도로 일단 중독 되면 95%의 사망률을 보일정도로 매우 위험한다.

최근에는 우리 나라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독약을 사용한 살인사건들이 종종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있는데, 작년 3월 내연남과 짜고 니코틴을 탄 미숫가루와 물을 먹여 남편을 살해한 화성의 인면수심의 아내가 이 책을 읽었더라면 감히 그런 무모한 일을 저지르지는 못했을 것 같다. 이미 1851년에 벨기에에서 니코틴 독살범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전적이 소개 돼 있기 때문이다.

그토록 많은 추리소설과 스릴러 속에 미치광이 의사들이 등장하는 이유도 이 책에서 알 수 있는데, 역시나 독약의 한 종류인 '인슐린'이나 '아트로핀', '스트리크닌'을 이용해 자신의 부인과 정부, 길거리의 여자들까지 죽이려한 이들이 당시에는 흔치 않았을 의사나 간호사 등 병원 종사자였다.

추리소설처럼 재미있게 읽히지만, 결코 웃으며 읽을 수 없는 책이다. 역사상 독약으로 가장 많이 사용된 11가지 화학 물질이면서 용량이나 다른 물질과의 조합으로 사람을 치료하는 좋은 약으로 사용되기도 하는 이중성을 가진 그 오묘하고도 신묘한 과학의 세계. 여전히 어렵고 복잡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TV프로그램 '서프라이즈' 몇 편을 연속해서 본 것처럼 흥미진진하고 재밌고 즐거운 과학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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