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신예식장 - SINCE 1967
한승일 지음, 백낙삼.최필순 주인 / 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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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지 낯이 익다했더니 그 분이었다. 영화 국제시장에 나왔던 할아버지 사진사. 거의 마지막부분에 주인공역 황정민의 여동생 결혼식 장면에서 차분하게 "자, 찍겠습니다."를 외치시던 배우님.

젊은 한 때 배우를 꿈꾸기도 했다지만 이 분의 현재 직업은 예식장 주인이다. 온갖 풍파를 견뎌내매 경남 마산에서 무려 54년째 영업을 하고 있는 '신신예식장'의 대표. 그리고 그 옆에는 예식에 필요한 소도구와 옷, 화장, 폐백 준비, 촬영 보조 등 다섯 가지 역할을 하는 '5실장' 최필순 이사가 늘 함께하고 있다. 사실 둘은 부부다.

어릴 적 우리 동네에도 있었다. 이런 예식장. 목화예식장이라고 이름은 달랐지만 예식홀도 '청실', '홍실'이었고 손님들이 앉는 의자부터 식장의 인테리어 요모조모가 어렸을 때 봤던 그 예식장의 모습 그대로다.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제대로 추억 돋는다.

그런데 '신신예식장'은 무료다. 말도 안된다. 아무리 그래도 뭔가 조건이 있겠지. 없다. 드레스부터 예식장 대여 심지어 원하면 주례까지 무료다. 아, 처음 시작할 땐 있었단다.

교육자가 되고자 했던 백낙삼이 대학생 때 6.25 한국전쟁이 터졌고 온 나라가 폐허가 됐다. 홀로 서울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공부는 커녕 밥 한끼도 해결하기 어려운 지경이 된 그는 정비소 사무직으로 취직한 후 다시 유원지에서 사진 찍어주는 일을 시작했다. 그걸 계기로 고향에 내려가 사진관을 열고 사진관 옆 건물에 무료간판을 건 예식장을 세우게 됐다. 사진값만 받고 예식과 관련된 모든 것을 무료로 해줬던 것이다. 목욕비가 40원 하던 시절, 첫 무료예식의 사진비용은 6천원. 물가가 오르면서 사진값도 조금씩 올랐다. 신신예식장의 사진값이 20만원이었던 시절, 주변예식장의 웨딩 촬영 비용이 200만원이었다. 그렇게 70만원까지 올랐다가 사회에 봉사한 공로로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은 2019년 이후에는 사진 값까지 완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진짜 무료다. 요즘은 형편이 어려운 외국인들이 주이용자다. 요즘은 방송과 영화 덕분에 관광차 오는 이들도 제법 많다고.

사십 평생에 마산은 가 본적도 없고 향후 가까운 여행목록에도 없었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지나는 길목에라도 꼭 한번 들려보고 싶다. 3층짜리 예식장 곳곳에 빼곡히 적혀있는 백낙삼 사장님의 지혜를 엿보고싶다. 사무실이자 폐백실이자 응접실이 있는 그 방에 들려 신신예식장을 거쳐간 이들의 흔적과 백사장님 부부의 오랜 삶의 행적을 눈으로 보고싶다. 그리고 나도 최필순이사님이 골라준 웨딩드레스를 입고 아흔을 넘긴 백낙삼사장님이 찍어주는 기념 웨딩사진 한 장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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