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
송경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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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례신문 15년차의 베테랑 기자가 자신의 취재경험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소설이다. 기자의 취재경험담이라서, 더군다나 한겨례신문사의 기자라니 꽤 진지하고 심각할 것 같지만 의외로 재밌다.

아마도 허당미 뿜뿜인 이 책의 주인공 '고도일보 송가을 기자'의 인간미 넘치는 매력 덕분인 것 같다.

마치 일선 신문기자의 '취재수첩'을 통째로 훔쳐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기사거리를 찾고 취재를 하고 다시 기사화되는 과정이 자세하게 적혀있다. 본디 취재수첩이라는 것이 취재과정에서 급하게 받아적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직접 작성한 본인 말고는 알아보기 어려운 법이다. 때로는 그 글을 작성한 본인조차도 알아보지 못해 초짜기자라면 기사작성시 애를 먹기도 한다. 그런데 '고도일보 송기자'의 취재수첩은 나같은 법무식자가 알아보기에도 쉽게 쓰여져 있다. 송기자의 신입시절 경찰팀을 시작으로 법조팀, 탐사보도팀의 취재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분야의 사건사고를 접하면서 나도 모르게 그 분야의 몰랐던 이해관계나 역학관계를 배우게 된다.
이 책이 취재수첩과 다른 게 있다면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만나는 취재원들과 신문사의 내부 사정, 타언론 매체들과의 관계는 물론 취재 후 취재원들의 뒷이야기까지 세세하게 알 수 있다. 사실은 '취재수첩'의 정식 내용보다 이 부분이 더 흥미롭고 재밌다. 아무래도 신문에 기사로 박혀서 모두가 아는 내용보다는 그 뒷이야기, 혹은 취재 과정에서 있었을 법한 특별한 이벤트 들이 더 궁금증을 자아내는 법이니까.

그렇다고 마냥 흥미위주로 가볍게만 볼 일은 아니다. 작가의 실제 취재기가 녹아있기 때문인지 이 책을 읽다보면 어디서 읽어봤던 것 같은 이야기들을 접한다. 아이 돌잔치를 앞두고 돈이 없어서 한복을 훔친 젊을 엄마, 초등학생을 죽이고 심신미약과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며 선처를 구하는 살인마, 서민들의 돈을 갖고 장난친 '스마트저축은행' 사건, 성매매 특별법 시행 후 뒷 이야기, 냉동창고 화재, 군부독재시절 가혹한 고문을 견디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빨갱이 누명을 쓰고 15년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했던 한 가장의 재심, 정치인 뇌물 재판, 탈북청년들과 위안부들의 현주소, 그리고 전직 대통령의 올림머리까지. 사람은 허술해 보이는데 막상 취재를 시작하고, 기사를 쓸 때면 그 누구보다 똑소리 나는 송가을 기자.

7년 차 기자에게 주어진 15일간의 달콤한 안식일마저 지난 취재에서 만났던 취재원들을 돌아보며 마음을 쓰는 송가을 기자에게 휴가 마지막 날, 국회로 출근하라는 정치부장의 전화가 걸려온다. 경찰팀, 법조팀, 탐사보도팀을 지나 이제 정치부에서 새로운 취재를 시작하는 송가을 기자의 다음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지고 기대된다. "죄송한 게 너무 많은 세상에서 좀 덜 죄송하고 싶어서, 그리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기사를 쓰고 싶다"던 송가을 기자의 인간미 넘치는 정치 이야기도 곧 책으로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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