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치마 마트료시카 오늘의 청소년 문학 27
김미승 지음 / 다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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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라는 조선인 엄마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토종 조선인이다. 하지만 러시아 땅에서 태어나 조선은 가본 적도, 아는 것도 없고 궁금한 것도 없다. 당연히 쑤라에게 고향은 러시아고, 자신은 러시아인인 것이다.

일제강점기, 쑤라의 아버지 김두삼은 생계를 위해 러시아로 이주했다. 우랄의 벌목장에서 통역사로 일하던 김두삼은 쑤라가 학교에 들어갈 무렵 아예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고 운좋게 철도국으로 직장도 옮기게 된다.

탄탄대로만 걷던 부녀에게 사건이 터진 건 쑤라의 졸업식 날이었다. 아버지가 밤사이 집을 비운 뒤로 영영 사라져버린 것이다.

수소문 끝에 알아 낸 건 청천벽력같은 이야기였다. 독립군을 돕다 발각돼 러시아 땅끝 섬나라 '가라후토(사할린)' 탄광촌으로 끌려갔다는 것. 당시 사할린은 일본령으로 일본의 전쟁을 위해 많은 조선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끌려와 힘들게 삶을 영위하고 있던 곳이다.

국적까지 바꾸면서도 러시안인이 된 아버지가 왜 머나먼 조선의 독립군을 도왔는지 혼란스럽기만 한 가운데, 오직 아버지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열 다섯 어린 소녀는 '가라후토'로 가게 된다. 졸업식날 아버지에게 받은 '검정치마 마트료시카'를 부적처럼 몸에 지닌채.

태어나 처음으로 마주한 조선과 조선인의 모습이 쑤라에게 어떻게 보였을까? 선뜻 이해는 안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조선인 노동자들 편에서 생각하고 분노하고 힘없는 제 나라의 설움에 좌절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과 하나가 되고 결국엔 위험을 무릎쓰고 같은 민족을 돕게된다.

이 책 '검정치마 마트료시카'를 읽다보니 가끔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만난 사할린의 카레이스키들이 떠오른다. 그 때 살아남은 이들의 후손, 고국에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올 수 없었던 이들의 자식들이 남아 그때의 설움을, 남은 자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것을 볼 때마다 같이 울고 같이 아팠던 기억이 났다. 웬지 아직도 그곳 사할린에 가면 아버지를 찾아 헤매는 쑤라가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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