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이사이드 클럽 스토리콜렉터 83
레이철 헹 지음, 김은영 옮김 / 북로드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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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과학의 눈부신 발달로 150세, 300세까지 삶을 영위하는 이들이 있다. 치킨, 햄버거, 피자, 케익, 햇빛, 과도한 운동 등 수명을 단축시키는 행위는 철저히 금지된다. 매일 병원에 가서 피부상태를 진단받고, 그에 알맞는 처방을 받는다. 식사는 완벽한 영양을 고려한 뉴트리바면 충분하다. 이렇게 태어나면서부터 선택받은 이들은 '라이퍼'로, 결함유전자들은 '비라이퍼'로 구분돼 모든 사회적 혜택으로부터 철저하게 소외 당한다.

그런데 영원불멸의 삶을 약속하는 제3의물결을 앞두고 반란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비라이퍼'들의 반란이냐고? 천만의 말씀! 의외로 반란은 '라이퍼'들 사이에서 점조직처럼 퍼져나간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우성유전자로 분리돼 평생 관리 받으며 고기도 커피도 땀냄새도 여행도 없는 죽은 삶을 살아가야한다니. 감옥에 갇힌 듯 누군가에게 삶을 강요당하며 스스로 죽을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는 삶이 과연 진정한 삶인가 아니면 죽음보다도 못한 것인가.

전형적인 '라이퍼'의 삶을 살다가 작은 교통사고로 인해 감시대상자가 되면서 '수이사이드 클럽'까지 발을 들여놓게되는 '레아'.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이민 왔다가 '라이퍼' 장기이식의 부작용으로 심장만 뛰고 있을뿐 이미 죽은거나 다름없는 엄마를 지키는 '안야'. 이 둘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심리 묘사 덕분에 내 마음 역시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갈피를 못잡고 오락가락해야 했다.

400페이지에 달하는 결코 짧지 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웬지 속편이 이어질 것 같은 기대감과 함께 급 끝나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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