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원 삼대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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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으로 근무하며 가정의 생계를 책임져 온 이백만, 이일철, 이지산 3대에 걸쳐 이야기가 전개된다. 화자는 철도원은 아니지만 그들과 크게 다를바 없는 공장 노동자, 이지산의 아들 이진오. 사실 이 작품은 일제시대부터 현재까지 4대의 삶을 고스란히 녹아내고 있는 것이다. 아니 그들의 삶을 빌어 우리나라 노동 현실을, 그 안에서 치열하게 살아왔고,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노동자들의 인생을 온전히 투영해 내고 있다.

이 책이 다른 역사소설과 구별되는 점은 남성 위주의 전통성에서 벗어나 인물 한 명 한 명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는 것. 특히 이진오의 증조할머니 주안댁에 대한 이야기에 폭 빠져들었는데 말이 철도원이지 말단 심부름꾼에 불과하며 무심하고 무신경한 남편 이백만 대신 집안의 생계는 물론 독박육아까지 거뜬히 해내는 원더우먼이었다. 실제로 여름이면 홍수가 나는 영등포 평지마을에 위기가 닥쳤을 때 가족들 목숨뿐만 아니라 동네사람들까지 살려내고 먹이기까지 했다는 신화같은 이야기가 고모할머니 이막음의 입으로 전해내려온다.

이진오의 할머니 신금이 역시 어릴 적부터 사람의 앞날의 점치는 신기를 가진 범상치 않은 인물이다. 그에 반해 할아버지 이일철은 어릴 적부터 모범생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아버지 이백만의 기대에 부응하며 철도원 양성학원에 입학하며 나름 당시 조선인으로서는 엘리트조직의 끄트머리에 입성한다.(그것도 조선사람끼리나 그렇지 여전히 일본인들 밑에서 일하는 하급인생일뿐이다.) 이지산에 대해서는 아버지 이일철을 따라나섰다가 포로생활 후 다리 하나를 잃은 채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묘사돼 앞으로 그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진오. 그는 첫 등장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해고 노동자로 굴뚝에 올라가 홀로 복직 투쟁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6개월이 걸릴지 1년이 걸릴지 모르는 회사와의 협상을 생각하며 그는 건강을 생각한다.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 잠. 그런 그에게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 아버지에 대한 생각과 그들의 삶에 자신을 비춰보는 시간 또한 하루 일과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책 전체의 3분의1에 해당하는 200페이지 정도 읽었을 뿐인데, 장편소설이 아니라 대하소설처럼 느껴지는 책이다. 아버지 이지산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고공농성 100일째인 아들을 찾아온 어머니가 여느 어머니와 달리 아들을 말리기는 커녕 잘 먹고 잘 버티라는 말을 남기는 대목에서 역시 예사롭지 않은 이진오의 어머니 윤복례의 삶을 알고싶다. 빨리 6월 1일이 돼서 온전한 완성본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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