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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6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이방인이라면 나는 괜찮을까?
이것이 까뮈의 고민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내가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이방인으로 있다면 나는 살인이 없이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살인을 피하기 위해 적당히 타협하고 부조리함도 슬그머니 칠해가면서 ‘그래도 살아가야 하니까, 사는게 다 그렇고 그렇치 모~~’ 라면 자위하고 살고 있는건 아닌가? 실존을 희생하고 사회 속에서 (긍정적으로 말하자면) 만수산 드렁칡처럼 살아가는 것이 세상사는 이치가 아닐까? 까뮈는 담배연기 속에서 이런 쓰디쓴 표정으로 잉크를 묻혀 갔으리라 상상했다.
작가는 이렇게 살아가는 모습을 사장이로 관선 변호사로 또한 검사로 재판관으로 그렸다고 보았다. 가장 강력한 캐릭터로는 사제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뫼르소! 너의 모습을 죽이며 만수산에서 얽혀 사는 것이 좋지 않겠니? 회개해라.” 이것은 그가 믿는 신의 형상을 부정하라는 강요이다. 신이 부여한 자유의지를 묵살하라는 말과 다름 아니다.
뫼르소는 과거(1부)에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서 남들이 말하는데로 따라 살았지만 이제 죽음을 직면하면서는 타자보자 자아를 지켜야 했다. 또한 재판에서 느끼는 부조리함을 이해할 수도 없었다. 이 두 난관에서 뫼르소는 회피하지 않고 타협하지도 않고 단단하게 자신을 드러낸다. 죽음이라는 것으로... 적어도 자신은 원인불상의 이유로 살인은 했지만 그것을 빌미로 나의 실존을 손상가게 할 순 없다. 죽음을 선택함으로 나의 실존을 증명하리라. 너희 이방인들은 나를 욕하겠지만 당당히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죽는 순교자(마르튀스)를 기억하라고 말하는 듯 보였다.
조윤선의 영장이 기각됐다는 소리, 최순실의 이 재판은 민주적이 아니라는 염병하는 소리, 박근혜의 인권탄압이라는 소리, 이명박의 그건 나에게 물어볼게 아니라는 소릴 들으면서 이방인의 사제보다 훨씬 어처구니없는 소릴 해대는 저들이 우리나라의 공무원이었고 지도자였다는 것에 자괴감을 느낍니다. 돈과 권력이라는 가치가 자기 실존보다 우선된 사회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똑똑히 목격한 증인(마르튀스)으로서 내 자녀와 이야기할 소재가 생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