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라틴어, 개인적으로 배우다 포기한 사람으로서 쉽지 않은 언어라는 것을 쬐금은 안다. 노래로 접하다가 몇가지 문서를 읽어보기 위해 발을 담궜다가 얼른 빼버린... 뭐 그런 언어였다. 라틴어로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는데 그에 비해 공부는 너~무 많~이 힘들어서 손익분기점을 생각하다 접는게 낫다는 판단을 했다. 근쉬에게 라틴어는 입문하지 않기를 잘했다는 결정이 내 인생에 몇 안되는 잘한 짓 중에 하나였다.


한동일. 이 분을 변호사라 말하기도 뭐하고 아니라고 말하기도 뭐하다. 신부라고 말하여야 할 것 같기도 하다가 교수인가 햇갈리고 뭐 복합적인 그런 분이시다. 요즘 시대코드에 맞는 그런 분인 것 같다. 이 책에선 주로 교수 포지션에서 글을 썼기에 주 대상이 20대인듯 싶다. 청년들에게 라틴어 문장을 통해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바라볼 수 있는 뷰를 제공해 준 것 같다. 당연히 청년세대들에게 또한 신기하게도 중년세대들에게도 많이 읽히는 것 같다. 작가로서 라틴어라는 독특한 지점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게 좋아 보이기도 했다.

라틴어 수업이라는 책은 유치함이라는 코드로 사람을 끌어 당기는 역할을 했다. 내 안의 위대한 유치함이라는 직접적이면서도 적나라한 인간 심리를 이용하여 많이 사람을 독자로 만들어 버린 작가적 도전에 박수를 보냈다. 사람 안에 있는 나도 고상한 높은 곳으로 가고 싶다는 그 심리, 바로 이것이 공부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누군들 그런 심리로 공부하게 되지 자기절제와 자아성취로 공부했을까!! 인간 본질적인 심리를 꿰뚫은 저자가 대단하다 싶었다.

28강의 강의 중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고 부족한 것도 없어 보인다. 하나하나가 힐링이 되고 읽기에 부담이 없다. 마치 아프니까 청춘이다 느낌... 내가 (상대적으로) 늙어서 그런지 뭔가 아쉬움이 짙게 묻어난다. 동사의 160개 변화, 명사도 1격~5격까지 변화, 끔찍한 do동사 활용표 등의 언어적 깊음으로는 메워지지 않는 컨텍스트의 궁핍함을 느꼈다. 차라리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기”나 키케로의 “국가론”, “최선과 최악에 관하여” 같은 작품을 일정 단락이라도 읽었다면 나사로가 지옥에서 부자 혀끝에 찍어준 물 한방울 같았을 것이다.

라틴어를 통해 지적인 것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 시비를 걸고 싶은 생각이 조금은 들었다. 이탈리아와 교황청에서 가톨릭이라는 채널을 통해 라틴어의 권위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로마의 역사와 위치를 통해 얻어지는 권위를 통해 더 강조가 되는 부분도 있다. 일정 부분 동의하고, 공감한다. 그러나 전부 공감되지 않는다. 왜? 라틴문화보다는 헬라(고대 그리스)문명이 더 고전이고 원본이기 때문이다. 깊이도 더 깊고 넓다. 유럽의 르네상스는 ad fontes라는 구호 즉 근원으로 돌아가자는 캣치프레이즈로 중세에서 벗어나 원본으로 돌아갔는데 거기가 어디냐 하면 로마, 라틴이 아니라 그리스, 헬레니즘이다. 당연히 언어도 헬라어이고. 심지어 로마인들 중 황제와 귀족, 학자들은 라틴민족이면서 헬라어를 사용했다. 최우선의 공식언어로.

그러나 지금은 이탈리아가 그리스보다 강하고, 이탈리아보다 교황청의 영향력이 세계적이다 보니 그 근본이 되는 라틴어를 강조하게 되고 우월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물론 자기 것이 세계 최고라고 말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데, 한동일 이분은 한국사람이어서 아쉽다는 것이다. 물론, 이 분이 사제시고 교황청에서 930번째 어쩌구 저쩌구 다 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 인근을 근동이라 말하거나 우리나라 인근 3국을 극동이라 말하면 유럽이 잘났다는 세계관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처럼 라틴어도 그런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을 말해야겠다는 근쉬만의 삐딱선이다^^;;;;

아마도 이런 글을 쓰는게 청춘이 아니어서 그런가 싶다. 라틴어 노래를 좋아했고, 지금도 가끔 혼자 흥얼거리는 사람으로서  라틴어를 폄하하고 싶지 않고 무시하지도 않는다. 근쉬는 다만 라틴어도 좋은데 헬라어가 더 좋다, 헬라어 수업!! 이걸 책으로 내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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