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에 의해 소환되는 그 시절의 나도 싫었고, 그들이 알고 있는 그 시절의나인 척하고 있을 게 분명한 현재의 나도 싫었다.
여러 사람과 공유한 시간이므로 누구도 과거의 자신을 폐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편집하거나 유기할 권리 정도는 있지 않을까. 그처럼 과거로부터 거리를 두려는 사람들끼리 너무 오랜 세월을 만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내가 말하자 그녀는 턱을 치켜들며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사람들은모든 게 일회성이므로 그래도 된다고 대꾸했다. - P18

혼자라는 건 어떤 공간을 혼자 차지하는게 아니라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익명으로 존재하는 시간을 뜻하는 거였다. - P84

약점이 있는 사람은 세상을 감지하는 더듬이 하나를 더가진다. 약점은 연약한 부분이라 당연히 상처 입기 쉽다. 상처받는 부위가 예민해지고 거기에서 방어를 위한 촉수가 뻗어 나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자신의 약점이 어떻게 취급당하는가를 통해 세상을  읽는영역이 있다. 약점이 세상을 정찰하기 위한 레이더가 되는 셈이다.
그들은 자주 위축되고 두려움과 자괴감에 빠지지만 그런태도를 되도록 감춰야 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약점이 있다는 걸 공유하면 편해지긴 하지만 무시당하는 걸 감수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약점을 숨기고 방어하고 또 상처받았을 때 태연하게 보이는 법을 연구하면서 타인을 알아간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약점을 의식하지 않는 사람 이 있을까.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것은 나를 조종하고 휘두를 힘을 가진다. 우리는 장점의 도움으로 성취를 얻지만 약점의 만류로 인해 진정 원하던 것을 포기하거나 빼앗긴다. 어쩔 수 없이 약점은 삶의 결핍과 박탈을 관장한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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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한 일이야. 스위트룸을 포기할 준비가 되었을 때 백작의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우리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친구나 가족과 헤어지는 법을 배운다. 우리는 역에서 부모님이나 형제자매를 배웅한다. 사촌을 방문하고 학교에 입학하고 군대에 입대한다. 결혼을 하고 외국 여행을 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가까운 사람의어깨를 붙잡고서 그가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바라고, 머잖아 그로부터 소식을 듣게 될 거라는 생각에서 위로를 받는다. 그것은 인간경험의 일부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가장 소중히 여기는 물건에 작별을 고하는 법은경험으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런 물건과 작별야만 한다면? 우리는 기꺼이 배우려 들지 않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친구에 집착하는 것보다 더 극성스럽게 소중히 여기는 물건에 집착하게 된다. 우리는 흔히 꽤 많은 비용과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그 북건들을 이 장소에서 저 장소로 옮긴다. 표면의 먼지를 떨고 광을 내며, 가까이에서 너무 거칠게 노는 아이들을 나무라기도 한다. 그런물건들에 계속해서 추억이 쌓여 점점 더 중요성을 띠게 되는 것을허용한다. 우리는, 이 장식장은 우리가 어렸을 때 안으로 들어가 숨던 장식장이야, 크리스마스이브가 되면 우린 이 은색 촛대들을 탁자 위에 나란히 놓아두었지, 이게 바로 그녀가 한때 눈물을 닦던 그손수건이야, 같은 추억을 떠올리곤 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마침내정성껏 간수해온 이런 물건들이 친구나 동반자를 잃어버리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진정한 위로를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 P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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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ㅣ 생각하는 힘 :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30
찰스 디킨스 지음, 진형준 옮김 / 살림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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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내 거라면야 얼마든지 먹어도 좋다는 걸 하느님도 아실 겁니다. 당신이 무슨 짓을 했건 사람을 굶어 죽게 할 수는없잖아요." - P35

"핍, 미쳐서 날뛰다가도 그 날뛰는 짓을 멈추기도 하는 거,
그게 바로 인생이다." - P84

‘내가 미스 해비셤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래서 조의 대장간에서 정직한 대장장이로 자랐다면 훨씬 더 행복했을 거야.‘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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