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협 나남문학번역선 12
하하키기 호세이 지음, 정혜자 옮김 / 나남출판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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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내가 선택한 첫 책은 선생님께 선물 받은 하하키기 호세이의 ≪해협≫이었다.

받을 때 ‘이 책은 반드시 서평을 남겨야겠다’는 의무감 같은 것이 있었는데, 읽다보니 그런 감정이 아니더라도 이 책은 꼭 서평을 남겨 오래토록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는 내내 놀랐다. 정말 일본인이 쓴 이야기 맞아? 몇 번이나 작가 이름을 확인했다. 다시 봐도 일본 이름이었다.

≪제노사이드≫를 쓴 다카노 카즈아키도 일본 극우파로부터 비난을 받았다는데, 아예 직접적으로 강제징용과 일본의 만행을 이야기한 이 작가는 괜찮았을까? 어쩜 이렇게도 철저히 한국인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을까?

 

한편으로는 일본이 이 상에 요시카와에이지 문학상을 안겨주었다는 점에서 희망도 보았다. 예나 지금이나 극우파가 판을 치지만 그에 못지않게 부끄러운 역사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제대로 인식하려는 지식인도 많다는 뜻이겠다.

작가 하하키기 호세이는 규슈에서 임상의로 활동하며 재일 한국인 환자들과 깊이 교류하였고, 그 결과물이 이 책이라 한다.

역시 상상력만으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리얼함이 있었다.

그래서 소설을 읽으면서도 왠지 수기를 읽는 듯하고, 주인공 하시근이 실존인물처럼 느껴졌던 것이리라.

 

그토록 조국을 그리워했지만 사랑하는 일본인 여인이 생기자 광복을 맞아도 솔직하게 기뻐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 꿈에 그리던 집에 돌아가지만 상상한대로 행복하지만은 않았던 현실…….

강제징용이라는 굵직한 주제 외에도 이렇게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인생을 글로 잘 풀어낸 것 같다.

 

일본에 강제 징용되어 개․돼지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폐광에서 일을 해야 했던 조선인들, 그런 만행을 저지르고도 반성은커녕 세월이 지나자 은폐하려 들었던 일본인과 변절자들. 

 

역자 서문 첫머리의 ‘좋은 소설은 어떤 책보다 훌륭한 역사 교사다’란 말이 있듯, 한국인이라면 필독해야 할 소설 같은데 왜 언 십년이나 지난 지금에야 소개되었을까 의문이며, 역자 분과 마찬가지로 안타까웠다.

지금이라도 소개되어 다행이고, 많은 사람들이 읽고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산 자가 죽은 자를 잊지 않는 한 역사는 왜곡되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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