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여전히 사랑이어서 - 바보 엄마 윤정희의 사랑 이야기
윤정희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표지에 단란한 가족 사진이 자리잡고 있다. 한 눈에 얼굴이 모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가족의 수가 많다. 아이만 6명. '저출산국가에서 아이를 6명이나 낳다니!'라며 놀랐는데, 책을 들춰보니, 모두 입양한 아이들이라고 한다. 한 명도 아니고, 6명이나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부부의 이야기, 서로 다른 핏줄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가족'이라는 한끈으로 묶인 아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저자는 세번의 유산을 거듭한 후, 하은이와 하선이를 입양했고, 그 이후 하민이, 사랑이, 요한이, 햇살이를 입양했다. 이 책에는 저자가 남편과 만나서 결혼을 하기까지의 과정, 그 이후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그 중심에는 서로 부딪히고 보듬어가면서 함께 살아가는 아이들이 자리잡고 있다. 서문 뒤에 큰 딸, 하은이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가족 소개를 통하여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 이들에게 먼저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한 명, 한 명 개성이 담긴 사진을 들여다 보고 있으니 발랄한 가족의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간헐성 외사시로 눈 수술을 받은 하은이, 선천성 폐 질환으로 고생한 하선이, 구순열로 언어치료를 받는 하민이, 다리가 휘어져서 걷는 데 어려움을 겪은 사랑이, 아토피로 고생하는 요한이...
'입양'이라면, 건강하고 예쁜 아이를 내가 선택하여('선택'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에 무척 죄송스럽다)  데리고 올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잠깐 했는데'인연'이라는 것, 자신의 아이를 만난다는 것, 그 모든 것이 하나님의 뜻 안에 있는 것 같다. 하나님께서 부어주신 마음과 허락하신 상황 안에 만난 아이들, 그 아이들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여기고 끊임없이 보듬어주는 부부의 모습은 무척 감동적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나는 큰 딸, 하은이의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어린 나이에, 동생들을 돌보는 어른스러운 모습과 재치넘치는 글솜씨도 그 아이의 매력 중의 하나이겠지만, 부모님의 성품에서 비롯된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이 참 아름다운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 하민이 병원비로 3년동안 모은 자신의 전재산을 북한 어린이를 위해 기부하고, 글쓰기 응모전에서 받은 상품권을 복지재단에 기부하고, 자신이 받은 도움을 열 배로 갚겠다며 자신의 것을 나누는 하은이의 모습을 통하여 나의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다.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불평하기만 했지 그것으로 누군가를 돕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작은 도움이 모여 큰 도움이 되고, 작은 도움의 습관이 결국 큰 도움에 이를 수 있는 것인데 말로만 '열매 맺는 삶'을 외쳤지 실천하지 못하였다. 교육이던지, 후원이던지, 봉사이던지 나의 모습을 통하여 이웃을 섬기는 일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천방지축처럼 보여지는 둘째 딸, 하선이의 모습에서도 감동을 받았는데 너무나 쿨한 성격이 귀여우면서도 당차다는 느낌을 받았고, 동생을 입양하는 일에 큰 공로를 한 그 아이의 모습을 보니, 그것이 하선이의 은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생을 한 명 데리고 오면 입양 아이가 한 명 줄어드는 것이다, 입양이라는 말이 없어질 때까지 우리가 다 입양하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하선의 모습은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까칠한 요한이와 친해지는 이야기를 읽을 때는 마음이 너무 아팠는데, 포기하지 않고 사랑의 표현을 하는 저자의 모습을 통하여 '하나님의 사랑도 이와 같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한 아이, 한 아이에 대한 저자의 사랑이 나에게 전달되었는지 6명의 아이들이 나에게도 모두 사랑스러워보였다. 의젓한 하은이, 자신감있는 하선이, 귀여운 하선이, 잘생 잘생 잘생으로 표현될 수 있을 것 같은 요한이, 애교만점 눈웃음으로 마음을 사로잡는 사랑이, 밝은 미소가 돋보이는 햇살이... 서로 떨어져 있으면 한 시도 견딜 수 없는 이 가족의 모습이, 가난하지만 부요한 이들의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책을 읽으며, 나는 눈물을 흘렸다 웃었다를 반복했다.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님에도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저자의 글은 진실함에서 비롯되었으리라. 이 책을 통하여 '입양'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변화되기를, 이 가족이 '영원히' 행복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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