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를 위하여 - 그리운 이름, 김수환 추기경
한수산 지음 / 해냄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용서, 요즘 나의 생활에서 많이 들여다보게 되는 단어이다.
내가 받은 상처의 깊이가 너무나 버거워 숨쉬기조차 힘이 들고,   가슴이 먹먹해 지면서도 끊임없이 되새기는 말, 용서. 그토록 용서를 바라는 이유는, 미움은 품을수록 커지고, 불행에 옭아매어 나를 해치기 때문이리라. 아니, 일흔번씩 일곱번이라도 용서하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때문이리라.
아니, 실은 내가 용서하듯, 주께서 나의 죄를 용서해달라고 고백하기 위함이리라. 이 책을 보는 순간 내 마음에 외침이 있었던 것은, 작가의 이름 때문도, 김수환 추기경 때문도 아닌, '용서를 위하여'라는 제목 때문이었다. 

제목으로 끌리기는 했으나 이 책을 통하여 김수환 추기경에 대해 알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가 선종했을 때 명동성당앞에 길게 늘어섰던 줄을 보며,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까 궁금했었다. 가끔, 나는 나의 죽음과 나의 장례식장의 모습을 그려본다.
이 세상에서 내가 다른 이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끼쳤는지, 얼마나 많은 열매를 맺었는지,
얼마나 많은 이에게 사랑을 전했는지를 장례식을 통하여 알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마음속으로 내 장례식장에 올 사람들의 수를 세어보며,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것이다.
김수환 추기경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은 별로 없었지만, 장례식 행렬로 보았을 때, 그는 분명 선한 영향력을 끼친, 그것도 아주 많은 사랑을 베푼 사람이었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의 삶에 대해 알고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은 단순히 추기경의 삶을 담아, 그를 그리기 위한 책이 아니었다.
작가는 1981년 '필화사건'당시 고초를 당했던 일, 김수환 추기경의 생애와 카톨릭에 귀의한 뒤  상처를 치유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이 소설을 통하여 풀어내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이야기와 김수환 추기경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통에 어지럽기도 했고,  왜 이런 전개방식을 사용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도대체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 허구인지 알수 없어 답답한 마음이었는데, 자료를 검색해보니 작가의 실제 경험을 담은 이야기였다. 끔찍하다고 느끼면서도 허구라고 생각하여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는데,  그 모든 것이 사실에 바탕을 두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너무나 두려웠다.
그리고 끊임없이 용서를 되뇌이는 작가의 마음이 진실되이 다가왔다.

'아 주님. 제가 용서하지 못하면서 저는 어떻게 용서받겠습니까. 제가 용서하지 못한다면 저 또한 용서받지 못하는 것을. 내가 용서받았으니 그들도 용서하소서. 제가 그들을 용서하오니, 저 또한 용서하소서.'
 
그가 마지막 장에서 한 고백은 나의 고백과 너무나 닮았다.
그가 느낀 고통의 짐은 나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무거웠을 테지만, 그래서 감히 비교하기도 죄송스럽고, 나의 상처가 세상에서 제일 크다 울부짖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지지만,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서로 다른 개인적 아픔을 허락하시어 깨달음을 주시고, 가까이 부르시고, 성숙하게 하신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아, 하나님. 저도 고백합니다.
이 아픔, 사람을 통하여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시험이라는 것을 내가 압니다.
하나님께서 나의 죄를 사하시고 나를 사랑하시듯, 저 또한 용서하고 사랑하겠습니다.
아, 주님. 나는 주님의 은혜가 간절히 필요합니다.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베풀어 주옵소서. 

주여, 나와 함께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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