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멀라마 자이, 꽃을 보며 기다려 다오 - 네팔의 어린 노동자들을 찾아 떠난 여행
신명직 지음 / 고즈윈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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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무엇을 기대했던 것일까?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 가슴아픈 이야기를 통하여 세상의 많은 가난한 이들을 도와주어야겠다는 결심을 다시금 하고 싶었던 것일까? 책을 덮은 지금, 내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함에 아쉬움을 느끼는 나 자신을 보며 섬칫 놀란다. 비참한 아이들의 모습과 내 모습을 비교하여 내 처지를 감사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괜시리 슬픈 마음에 빠지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이 책을 들게 된 동기를 생각하다보니 그들에게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 책은 신문 한 귀퉁이에서 열두 살 소년 이크발 마시흐의 죽음을 발견한 저자가 네팔로 떠나 만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이들은 카펫 아동 노동이 금지된 이후 아이들은 더 힘든 채석장에서 일을 하고, 가난과 학대를 피해 고향을 떠나 도시로 모여든다. 그곳에서 그들은 거리에서 잠을 자고, 폐비닐을 모아서 팔며, 템포에서 일을 한다. 아이들은 군인, 의사 등의 꿈을 가지고 있지만 그보다 더 바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높은 분들이 우리 일 못 하게 하지들 말았으면 좋겠다'라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당장 먹을 수 있는 음식과, 당장 잘 수 있는 집이 필요하다. 단지 '아동 노동'을 하지 못하게 규제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이들이 꿈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모두 살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그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개인적으로 나는 벨기에 청년이 운영하는 '달 뜨는 집'이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침대가 있는 '씨윈'에서 소수의 아이들이 살게 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없지만 많은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집을 세워야 한다는 리크만스의 주장은 꽤 설득력 있어 보였다. 아이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명분 대신, 실제적인 방법으로 그들을 돕고 있는 그의 모습이, 자신의 나라도 아닌 타국에서 아이들을 위하여 헌신하는 그의 모습이 무척 대단해보였다.

 

나는 케냐의 한 아이를 후원하고 있다. 한달에 얼마 되지 않는 돈을 후원하면서 과연 이것이 그 아이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의문이 들었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내가 생각하는 적은 돈이 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어떤 나라에서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그들을 도와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의 담담한 문체와 사실적인 묘사때문인지 감정적으로 격한 동요가 일지는 않았지만 현실적으로 그들의 삶을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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