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를 부르는 그림 Culture & Art 1
안현신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명화를 담은 책이어서 그런가 책표지 또한 아름답다. 도발적 제목 아래,  명화조각들로 이루어진 도톰하면서도 관능적인 입술의 형상이 이 책을 집어달라 말하는 것 같다. 수많은 '키스'를 담은 그림들이 과연 각기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의구심과 함께 책을 펼쳤다.

 

이 책은 총 3개의 소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1단원은 빛과 환희, 즐거운 입맞춤, 2단원은 어둠의 세계, 비극의 입맞춤, 3단원은 황홀의 순간, 유혹과 관능의 입맞춤이다. '키스'라는 단어에서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느낌만을 떠올렸던 나는 새삼 '키스'에 다양한 감정이 실릴 수 있음을 깨닫는다. 작가는 '키스'라는 소재가 그림에서 설렘, 배신, 기쁨, 욕망, 평화, 휴식, 방어 등으로 표현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화가가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 왜 그런 그림을 그렸는지를 설명해준다.

 

마르크 샤갈,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클림트, 뭉크, 내가 이름을 알지 못했던 화가들이 '키스'라는 한 가지 주제를 각기 어떤 느낌으로 표현했는지  비교하여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었을 뿐만 아니라 각 화가의 독특한 기법을 보다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나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앵그르의 '파올로와 프란체스카'였다. 책을 읽기 전 클림트의 '키스'가 가장 감동적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너무 많이 봐왔던 작품이어서일까, 그보다 다른 작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파올로와 프란체스카'는 키스를 하는 남자와 키스를 받는 여자의 모습이 풋풋해 보이면서 설레임을 주었는데 뒤에 칼을 들고 서 있는 잔초토의 모습에 긴장감이 더하여져 팽팽한 느낌을 가지게 하였다. 명화의 주인공들이 실제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가슴 아픈 비극적 사랑에 애처로운 마음까지 곁들어져 그 순간의 아름다움이 극대화되었다. 이 장면을 그린 다른 화가들의 작품도 뒤에 나와서 비교해볼 수 있었던 점도 재미있었다.

 

명화를 보는 즐거움은 그림 자체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위의 경우처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나 작가의 숨은 의도를 알게 될 때 배가 되는 것 같다. 그림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여러 미술관을 다녀보았지만 그때마다 느끼는 것은  명화 감상에는 '그림을 보는 것'과 더불어 '그림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편으로 책에 나와있는 것처럼 모든 요소와 자세, 색채 등에는 작가의 의도가 들어있는 것일까?' 라는 의문도 든다. 작가는 자신의 손이 가는대로, 마음이 가는대로 그림을 그렸는데 거기에 우리가 너무 많은 의도와 생각을 부여시키는 것은 아닐까? 결국 그림과 소통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겠지.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가상의 작업일지'였는데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허구적으로 다루어서 독자로 하여금 혼돈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사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딱딱한 사람이라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지 어떤 이는 이 부분을 통하여 재미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림을 알고자 하는 갈증에 이 책을 읽었는데 살짝 목을 축인 것 같다. 'Culture & Art Series'의 다른 책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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