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괴짜를 넘어서 - 실력은 있지만 실전은 부족한 직장인들에게
밥 실러트 지음, 이한이 옮김 / 오늘의책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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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고를 때 제목보다는 내용과 장르를 먼저 살피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인상적인 흑백 표지와 '창조적 괴짜를 넘어서'라는 제목에 혹해서 선택했다. '창조력 결핍자'로서 창조적인 생각을 요구하는 직장에서 버거워하고 있기 때문일까, 이 책을 읽으면 혹 '창조적 괴짜'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

 

이 책은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그룹 사치앤사치의 회장인 밥 실러트의 첫번째 책이다. 서문을 통해 그는 자신이 40여년 이상 비즈니스를 하며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에 대한 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는 확실히 다른 종류의 책인 것 같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이야기가 쉽게 다가와서 편안하게 읽어나갔다.

 

책에서 저자는 자신이 하버드 대학을 선택한 이야기, 하버드에서 강의를 들을 때의 이야기, 회사 생활을 하면서 여러 위기를 겪을 때 그것을 어떻게 해결했는지에 대한 이야기, 어떤 계기로 자신이 일할 회사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비즈니스 전략을 전달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느꼈던 것은 '아, 직장은 이렇게 선택하는 거구나!'라는 것이었다. 나는 대학을 다닐 때 별다른 고민 없이 진로를 결정지었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일을 시작했으며, 우연한 계기에 의해 살짝 직업을 바꾸어 현재의 회사에 다니고 있다. 나는 이 회사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했고, 내가 맡을 일에 대한 지식도 부족했으며, 단지 하고자 하는 막연한 바람만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그동안 내가 직장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직장이 나를 선택했다는 것이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그런데 이 사람은 달랐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알았고, 자신이 일해야 할 곳을 찾았고, 그 곳을 선택하였다. 앞으로 내가 현재의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면, 다음의 직장은 내가 선택하리라는 결심을 해 본다. 나를 일하게 해 줄 곳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일하고 싶은 곳을 선택하여 나의 능력을 발휘하고, 나의 경력을 화려하게 장식하리라.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준비된 사람이 되는 것'이다. '행운은 준비된 사람이 기회를 만났을 때 나타난다'라는 말처럼 예기치 못하게 다가올 기회를 대비하여 '준비된 사람'이 되어 행운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번달부터 시작하리라고 마음먹은 세 가지 공부가 있었는데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어 주저하고 있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실력을 갖춘 사람'으로서 나를 다듬어가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직장에서 일하면서 내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자질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요즘 힘들었던 것은 '기획안 작성'이었다. 대학에서도, 이전 직장에서도 기획안 작성과 관련된 어떤 일도 해본적이 없었기에 유독 그 일이 어렵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수많은 기획안을 작성할 때 나는 질보다 양을 선택해왔다. 한 주제에 대하여 좋은 기획안 하나를 쓸 자신이 없어, 약간은 어설프지만 많은 아이디어를 보여주기 위한 완성도 없는 여러 기획안을 내왔다. 그런데 밥의 상사가 그에게 했던 말, '자네가 서명한 모든 서류들은 자네 자신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을 알아야 하네.'라는 말에 소름이 돋았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아이디어는 쓰레기다'라고 저자가 표현했던데, 나는 그동안 그러한 기획안을 얼마나 많이 내었는지 셀 수도 없을 정도이다. '나름 창의적인 아이디어야.'라는 만족감에 빠져, 구현방법이 생각나지 않아도 상사가 알아서 해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내었던 기획안들을 모두 다시 돌려받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맡겨진 일 하나를 하더라도 좀 더 깔끔하게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다보니 밥 실러트에 대해 알게된 느낌이다. 그는 비즈니스적인 지혜를 전달하기 위해 책을 썼다고 했는데 나와 관련된 분야의 일이 아니어서인지 그보다는 그의 삶을 통하여 여러 가지를 느꼈다. 일에 대한 그의 열정, 손을 대는 일마다 성공하는 그의 실력, 일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람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의 성품을 본받고 싶다. 이 책을 통하여 '창조적 괴짜'가 되기 위한 방법을 얻지는 못했지만 '직장생활의 노하우'와 '인생의 목표를 이루는 방법'에 대해 배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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