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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아이단과 웜로드의 전설 ㅣ 기사 아이단 시리즈 2
웨인 토머스 뱃슨 지음, 정경옥 옮김 / 꽃삽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기사 아이단과 비밀의 문을 읽은 나는 아이단에게 매료되어 서둘러 그와의 재회를 준비했다. 기사 아이단 시리즈의 2권, 기사 아이단과 웜 로드의 전설. 1권보다는 분위기있는 보라빛에 용의 발가락이 음산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표지였다. 이번 편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잔뜩 기대가 되어 책을 펼쳤다.
이 책은 아이단이 현실세계로 돌아온 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아이단은 학교에서 그웬의 인간 쌍둥이인 앤트워넷을 만나게 되고, 그녀 또한 아이단처럼 앨리블과 엘리엄 왕을 믿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이단은 엔트워넷에게 자신이 겪은 일을 말해주고, 그녀가 렐름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엔트워넷은 몇 가지 시험을 거쳐 열두번째 기사로 선택받게 되고, 주변국과의 동맹관계 유지라는 막중한 임무를 띄고 유랜드로 떠나게 된다.
1권의 마지막 부분에서 아이단이 다시 렐름으로 들어갈 수 없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이번 편에서 그의 활약을 내심 기대했었는데 아이단의 비중이 많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의 글림스 쌍둥이, 왠지 아이단보다 어른스러운 듯 하면서도 순수한 소년같은 에일릭이 등장하여 새로운 기분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기사'라는 명칭을 들으면 남자를 많이 떠올렸는데 칼과 말타기에 출중한 능력을 보여주는 여자 기사의 등장과 용기있는 그녀의 활약에 색다르다는 느낌도 들었다. 이번 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 중의 하나는 엔트워넷이 자신의 칼을 팔아 여자 노예에게 자유를 선물하는 부분이었는데 알지 못하는 누군가를 위하여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희생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으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 생명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번 편에서 등장한 웜 로드는 실제로 보지 못한 동물이지만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왠지 그 어두운 기운이 나에게까지 전달되는 것 같아 무섭고, 떨린 마음이 들었고, 세븐 스프링스는 반지의 제왕에서 검은 망토를 두르고 날아다녔던 이들을 떠올리게 했는데 내가 이 책의 등장인물이 된 듯, 이 무시무시한 적들을 어떻게 물리칠지 막막한 느낌이 들면서, 기사들의 활약에 기대가 되었다.
아이단의 절친한 친구였던 로비의 글림스가 파라고어의 충실한 신하가 되어있다는 사실은 1편에서 이미 어느정도 예측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충격적이고 안타까웠는데 권력, 명예라는 것이 사람의 욕심을 얼마나 자극하고, 사람을 악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3권에서 그가 엔트워넷과 아이단의 노력으로 마음을 되돌리고, 함께 앨리블의 편에 서서 파라고어와 대적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판타지 소설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상상의 세계에 대한 즐거움과 더불어 악과 맞서는 기사들의 용기,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가장 가치있는 것을 내어주는 희생, 언제나 혼자가 아니라 나와 함께 하시는 그분에 대한 믿음을 배우게 된다. 책을 처음 잡았을 때보다 지금, 나는 이 책이 주는 커다란 기쁨에 사로잡혀 있다. 마지막 권에서는 아이단이 자신의 능력을 한껏 발휘하며 엔트워넷과 함께 렐름의 세계를 구해내고, 어두움에 빠진 세계를 빛으로 인도해낼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