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아이단과 비밀의 문 기사 아이단 시리즈 1
웨인 토머스 뱃슨 지음, 정경옥 옮김 / 꽃삽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부터 나는 매일 밤 잠을 자기 전, '오늘은 어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볼까?' 고민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을 꿈으로 꾸었을 때는, 그 이야기가 무섭거나 재미있거나 괴롭거나에 상관없이 즐거워했고, 중간에 꿈이 끊겼을 ?는 다시 꿈을 꿔야 한다며 억지로 잠을 청하곤 했다.

 

판타지 소설은 현실에서 내가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 준다는 면에서 내가 꾸던 꿈과 비슷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야기가 보다 짜임새 있고, 흥미진진하고, 내가 원하는 때마다 꺼내어 볼 수 있다는 것이랄까. 어쩌면 꿈을 보다 현실감있게 꿀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 판타지 소설의 매력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기사 아이단과 비밀의 문'은 '기사 아이단 시리즈'의 첫 편으로, 웨인 토머스 뱃슨의 데뷔작이다. 주인공 아이단은 십대소년으로,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를 돌보러 가족과 함께 콜로라도로 이사를 한다. 유일한 친구이자 가장 좋아하는 친구인 로비를 떠나 이사를 했다는 사실에 아이단은 불만 가득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어느 날 우연히 지하실의 항아리에서 두루마리 세개를 발견한다. 두루마리를 읽던 아이단은 '믿고 들어가라'는 문구를 보고, 엘리엄 왕의 목소리에 이끌리어 용기를 내어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앨리블 왕국에서 열두번째 기사로 선택된 아이단은 훈련을 받고, 앨리블의 반역자 파라고어의 무리들과 전쟁을 치루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곳곳에서 기독교적 색채를 느낄 수 있었다. 아이단이 '믿음'으로 보이지 않는 통로로 들어가는 부분에서는 '믿는다, 믿는다'라는 머릿속 주문이 '믿음'이 아니라 '발을 내밀고 다리 위를 걸어가는 것', '행동하는 것'이 진정한 '믿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내가 지켜 주리라'라는 목소리는 하나님의 음성으로 들렸으며, '넌 절대 혼자가 아니다. 엘리엄 왕이 네 안에 계시다'라는 말은 내 안에 계시는 하나님을 떠올리게 했다. 왕을 배신한 파라고어는 타락한 천사 루시퍼를, 12명의 기사는 예수님의 12제자를 뜻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두란노'에서 판타지 소설에 출간되었다는 것에 의아했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기독교적 시각을 떠올리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책 자체의 내용도 흥미진진했는데 유약해보이고, 작아보이던 아이단이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자신도 알지 못하는 능력을 발휘하고, 점차 성장하는 모습은 나의 가슴을 떨리게 했다. 책을 읽으면서 소년에서 남자로, 겁많던 아이에서 기사로 변모하는 아이단의 모습이 내 눈 앞에 보이는 듯 했고, 글림스들의 파란 눈과 반짝이는 빛이 생생하게 살아나는 듯 했다. 영화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를 기초로 해서 엘리엄왕, 발리토어 대장, 그웬 등의 모습도 떠올랐는데 인물의 생김새를 추론해보면서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현실의 세계로 돌아오면서 마주친 로비의 충격적 모습이 2편을 기대하게 만든다. 다시 돌아가지 못할 땅 앨리블이라고 했지만 2편이 있으니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겠지? 얼른 다음편을 읽어봐야겠다.

 

"안으로 들어가는 문은 진심으로 보는 이에게 반드시 열린다. 당신은 지금 보고 있는가? 믿고 들어가라."

아이단을 두루마리 안으로 초대하는 문장처럼, 이 책은 독자를 초대한다. 이 문장은 책의 내용이 사실임을 믿는다면 나도 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라는 꿈을 꾸게 만들 정도로 소름끼치게 다가온다. 환상의 세계를 꿈꾸는 사람들이여, 이 책에 빠져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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