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맨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지음, 조동섭 옮김 / 그책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다 읽었다. '옮긴이의 말'까지 한 장도 빼지 않고, 한 문장도 빼지 않고 다 읽었다. 하지만 곧바로 첫 페이지로 되돌아간다. 책을 읽었지만 읽지 않은 느낌.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에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한다. 아, 이 말이 이런 뜻이었구나! 이 사람이 그 사람이었구나! 두번째 읽을 때에야 어렴풋이 책의 내용을 정리하게 된다. 두번째 읽을 때에야 조지의 감정이 나에게 실려온다.

 

정말인지 이런 책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간단한 듯, 짧은 듯 하지만 그 안에 무언가 심오한 뜻이 담겨있는 책.처음부터 친절하게 '이 사람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어요'라고 설명해 주지 않는 책. 나는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한 사색력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한 남자의 하루를 보여주는 책이다. 책을 읽다보면 이 내용이 며칠에 걸친 내용인지 몇 달에 걸친 내용인지, 인지가 잘 되지 않지만 분명 하루동안의 이야기를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다. 아침, 조지는 집안 곳곳에서 짐을 떠올리고, 친구 샬럿의 초대를 거절한다. 11시 30분, 그는 강의에서 소수집단에 대한 이야기에 열변을 토한다. 오후, 그는 자신의 연적(이었던) 도리스를 병문안 간다. 저녁, 그는 아침에 거절했던 샬럿의 집에 가서 저녁을 먹으며 편안한 행복을 느낀다. 밤, 그는 술집에서 학생 케니를 우연히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더욱 깊어진 밤, 조지의 육체의 어느 부분이 육체를 떠난다.

 

'옮긴이의 말'을 읽고 나서 알았지만, 이 하루동안의 이야기에는 조지를 바라보는 여러 시선이 등장한다. 퀴어(게이)라고 말하며 경멸하는 스트렁크씨, 조지를 이해하려고 하지만 진정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는 스트렁크 부인, 조지와 하나의 남자를 두고 경쟁했던 도리스, 조지를 진정한 친구로 이해하는 샬럿. 나는 과연 이 시선 중 어디에 해당될 것인가?

 

개인적으로 나는 동성연애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스트렁크씨처럼 그들을 경멸하지는 않지만,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과 '내 가까이 오지 않는 한, 그 사람이 어떻든 상관하지 않겠어'의 입장은 동일하다. '옮긴이의 말'에서 보니 이런 생각을 , 소수집단을 대하는 대표적인 '묻지 마'의 태도라고 한다. 어쩌면 이런 시각은 무관심의 시각에 가깝지 않을까.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는 동성연애자인 조지와 짐에 대해 옳고 그름의 감정을 갖기 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한 남자의 상실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 진정한 친구, 인생의 동반자를 떠나보낸 한 남자의 이야기로 이해했다는 표현이 어울리겠다. 누군가를 다시는 만나지 못할 곳으로 보냈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떳떳하게 그 슬픔을 표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는 순간 보다 조지에 대해 가까워진 지금, 나는 가슴이 아린다. 이 책의 결말이 안도감을 줄 정도로 그의 외로움이 처절하게 느껴졌다.

 

아, 이십대의 젊은 독자라면 10년 뒤에 이 책을 다시 꺼내어 보라는 '옮긴이의 말'이 진실로 다가온다. 그때도 동성연애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변치 않겠지만 딱딱한 매력으로 독자를 끌어당기는 작가의 필체에 대한 감탄과 여러 의미를 내포한 책에 대한 이해는 깊어지리라. 어쩌면 소수집단에 대해 열변을 토한 조지의 강의내용도 이해할 수 있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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