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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그리스도인이 되었는가
존 R. 스토트 지음, 양혜원 옮김 / IVP / 200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뉴스에는 교회의 부정부패와 성범죄에 대한 내용이 자주 등장했고, 기독교는 개독교가 되었다. 이단/사이비에서나 일어났었던 일들이 일반 교단에 속한 교회에서도 일어났고, 하도 많이 일어나서 이제는 놀랍지도 않게 되어버렸다. 어디가서 교회 다닌다고, 예수님 믿으라고 말하기가 어려워진 요즘,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왜 교회 다니냐고, 왜 그리스도인이 되었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어떤 말로 그들에게 대답해야 할까? 나는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교회를 다녀서 자연스럽게 성경말씀을 접할 수 있었고, 예수님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리스도인이 되었다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물론 하나님의 은혜로, 인도하심으로 그리스도인이 되었지만. 그 추상적인 단어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서 존스토트 목사님은 보다 구체적이고 확실한 이유를 책에서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자신이 그리스도인이 된 첫 번째 이유는 부모나 스승과 같이 주변환경의 영향이나 자신의 결단에 의한 것도 아니고, 그리스도에게서 도망할 때 끈질기게 쫓아오신 천국의 사냥개(예수 그리스도)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자신이 구약성경을 성취했고, 하나님과 유일무이한 관계이며, 구세주이자 심판자가 될 권위가 있다고 주장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진리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는 하나님은 우리를 위해 자신의 아들을 주셨고, 그 아들은 우리의 죄를 속하기 위해, 하나님의 성품을 드러내기 위해, 악의 세력을 정복하기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셨기 때문이다. 네 번째 이유는 창조와 타락의 산물인 라는 인간의 역설적 특성을 잘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이유는 예수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죄와 심판, 그리고 두려움으로 부터 온전한 자유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섯 번째 이유는 초월성과 삶의 의미와 공동체를 추구하는 인간의 열망을 예수님이 실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러한 하나님이, 이러한 예수님이 우리를 부르고 계신다고 말하며 책을 마무리했다.

 

책을 읽으면서 3부분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첫 번째로 가장 강렬하고 기억에 남는 단어는 천국의 사냥개이다.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하면서 예수님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한 단어는 접하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 예수님을 개에 비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만, 이 표현을 이해했을 때 마음속 깊은 곳에서 감사가 흘러나왔다. 마치 사랑하는 아이가 뜨거운 것을 만지려할 때 제지하기 위해 저 멀리서 재빨리 달려와 아이를 붙잡은 부모의 마음과 비슷하지 않을까?

 

두 번째는 역설이다. 고결한 동시에 비열하고, 합리적인 동시에 비합리적이고, 도덕적인 동시에 비도덕적이며, 창조적인 동시에 파괴적이고, 사랑하는 동시에 이기적인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나는 참 역설적인 사람이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지만 정작 행동은 믿는 사람의 행동이 아닐 때가 있다. 기도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기도하지 않는다. 잘 못된 행동을 보고 욕하지만 곧 나도 그 행동을 똑같이 한다. 정말 나 같은 역설적인 사람도 사랑해주신 하나님이시기에 나는 그리스도인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부분은 자유에 대한 부분이다. 책에서는 자유라는 단어가 구원을 현대적으로 잘 표현한 말이라고 나온다. 또 그리스도가 자유에 이르는 길이라고 나온다. 구원과 자유, 그리스도와 자유, 이 둘은 언뜻 듣기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용서가 가능하신 예수님은 자신이 지은 죄로 인해, 두려움으로 인해 자유하지 못한 우리를 자유롭게 하실 수 있다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보다 수월하게 이해가 된다. 흔히 자유라고 하면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그리고 하나님 안에서 누리는 자유만큼 자유로운 것이 없다.

 

?’라는 질문은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것들을 명확하게 만들어주는 단어이다. 우리는 ?’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자신이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알 수 있고, ‘?’라는 질문에 답하면서 행동의 원인과 이유를 보다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래서 왜? 라는 질문은 중요하다. 그래서 나에게 물어본다. 왜 나는 그리스도인이 되었는가? 왜 나는 주일마다 교회에 가서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는가? 왜 나는 독후감을 쓰고 있는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생각하다가 문득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음에, 예배를 드릴 수 있음에, 좋은 책을 읽을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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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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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노란 오리 장난감 ('에브리맨'을 읽고)

19개월 된 아들이 최애(최고로 애정)하는 노란 오리 장난감이 망가졌다.

아직 장난감을 작동시키는 방법을 모르는 아들은 나에게 장난감을 건네준다. 내가 태엽을 감은 후 장난감을 건네주면 아들은 재빨리 움켜지고 - 왜 그러는지는 알 수 없지만 - 내팽개쳐 버린다. 그리고 멈춰버린 장난감을 다시 나에게 주고 장난감이 움직이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이미 여러 차례 내팽겨짐을 당해 망가져버린 장난감은 이전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아마도 아들은 2년이 채 안 되는 인생 속에서 ‘좋아하는 장난감을 오래 가지고 놀려면 소중히 다뤄야 한다’라는 사실을 알기 힘들었을 것이다. 몰라서 또는 항상 곁에 있을 거라는 착각에 소중함을 잊을 때가 있다. 내가 좋아하고 또 나에게 중요한 것들은 아껴야하고, 소중히 다뤄야 한다.

나이가 어리다고, 또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이러한 소중함을 아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소설의 주인공 ‘그’는 오십이 다 되서 고용한 젊은 여자 비서 메레테와의 불륜으로 두 번째 부인인 피비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 거짓말에 거짓말을 한 ‘그’를 쫒아낸 건 피비였지만 내쫓김은 ‘그’가 자초한 일이었다. 그리고 메레테와 세 번째 결혼을 한 후 ‘그’는 후회했다.

“오래지 않아 그는 메레테가 그 작은 구멍 이상의 것, 아니 어쩌면 그 이하의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129p)

그리고 피비를 닮아 친절하고, 자신에게 지극정성인 딸 낸시를 보며 다시 한 번 후회했다.

“내가 그때 피비에게 그런 식으로 상처를 주지만 않았더라면, 내가 피비에게 그런 수모를 주지만 않았더라면, 내가 거짓말만 하지 않았더라면!”(113p)

왜 그 때 알지 못했을까? 당시에는 전부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별 의미 없는 것들로 여겨진다. 그 때문에 뒤늦은 후회는 항상 마음이 아프고, 되돌릴 수 없음에 한 번 더 아프다. 소설 속에 ‘그’도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난 후에 아내의 소중함, 자식의 소중함을 깨달았지만 이미 떠나버린 후였고, 마지막으로 사랑하던 형마저 ‘그’의 곁을 떠나고 말았다. 우리는 마치 자신의 손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부셔버린 1.6살의 어린아이처럼 주변에 소중한 것들(사람 또는 물건)을 함부로 대하거나 그 소중함을 잊고 살아간다. 그리고 후회한다.

“고맙고, 수고했고, 미안했다.”

얼마 전 고인이 된 영화배우 신성일씨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아내인 엄앵란씨에게 남긴 유언이다. 아내가 55년간 존경했다고 말 할 정도로 잘 살아온 남편임에도 마지막에는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는 것에 내 마음이 동했다. 만약 영화 ‘어바웃타임’처럼 내가 시간을 거스르는 것이 가능하다면 미래에 후회할 것들이 줄어들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모든 사람이 늙어가고, 모든 사람이 죽는다. 아마 나도 죽기 전에 소설 속 ‘그’와 같이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며 회상을 할 것이다. 그 때 후회하지 않도록, 후회할 것들이 별로 없도록, 다시 되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나중에 후회할 것들을 줄여가는 노력이 필요 할 것이다. 소중한 것의 소중함을 잊지 말자.

오늘도 아들은 밝은 미소와 함께 망가진 노란 오리 장난감을 집어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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