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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걸 - 역사의 뒤안길에 숨어야 했던 클로뎃 콜빈 ㅣ 미래그래픽노블 4
에밀리 플라토 지음, 이희정 옮김 / 밝은미래 / 2020년 4월
평점 :

* < 블랙BLACK 걸 > 역사의 뒤안길에 숨어야 했던 클로뎃 콜빈
* 글·그림 에밀리 플라토
* 옮김 이희정
* 밝은미래
밝은미래 출판사에서 네 번째 그래픽노블이 나왔다.
'그래픽노블'이란 장르는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을 취하면서,
철학적이고 진지한 주제를 다루고,
작가의 개성이 드러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책을 덮은 후에도 잔상이 제법 남는다.
아이들에게 <블랙 걸> 제목만 알려주고 어떤 이야기일 것 같냐고 물었다.
"검은 여자? 마음 속이 어두운 여자!"
"사회성 없고 성격이 어두운 여자"
"외톨이 여자, 친구가 없는 여자"
라고 대답을 했다.
표지를 보여주고 물었더니,
큰 아이는 눈치를 챈듯, 작은 아이는 잘 모르겠다면서
"근데 이상한게 다 주황빛이야~"라고 한다.
건물 외부에 '백인만 이용 가능합니다', '백인 전용', 백인과 유색인의 입구를 나누어 놓은 것, 버스와 경찰차를 보면서 짐작해 볼 수 있다.

우리는 작가와 함께 앨라배마주의 몽고메리시에 도착한다.
"이제부터 여러분은 흑인이에요.
앨라배마주에 사는 흑인이지요.
그리고 지금은 1950년대예요."
흑인과 백인이 분리되어야 한다는 '짐 크로 법'
백인들이 다니는 건물은 깔끔하지만, 유색인 전용 건물들은 관리가 전혀 안된 폐허 수준이다.
같은 공간에 절대 함께 있을 수 없고 잘못하면 감옥에 갈 수도 있단다.
한 공간에 있었다는 이유로...
예전에 보았던 영화 '히든 피겨스'가 생각난다.
1960년대 미국 흑인 여성이 겪었던 차별...
뛰어난 두뇌로 NASA의 우주궤도 비행 프로젝트 팀에 선발되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800m 떨어진 유색인종 전용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자료 더미를 들고 뛰어다니는 모습,
커피포트의 커피를 마셨다고 이상하게 쳐다보는 따가운 눈총들...
아마도 이런 억울한 일들이 많이 생길듯 하다.
오늘의 주인공 클로뎃 콜빈(본명-클로뎃 오스틴)은 친척집에서 살고, 큰 변호사가 되는게 꿈인 우등생인 소녀이다.
백인이 윗자리를 차지하고 흑인들은 아랫자리에 있는 것이 당연한 세상의 질서로 여기는 인종 차별적인 분위기에서 자란다.

어느 날 버스의 흑인 전용 좌석에 앉아 있던 클로뎃에게 백인이 자리를 요구한다.
자리를 양보하지 않자 운전기사가 경찰을 부르고, 클로뎃은 경찰에게 끌려가 구치소에 갇히게 된다.
"더러운 흑인 계집애!"
여러분은 여성이에요. 지금 1955년에는 남성보다 못한 존재예요.
심지어 흑인 여성이에요. 다시 말해 그 무엇보다 못한 존재라는 얘기예요.
여성이자, 흑인으로 느끼는 참담한 심정을 검정 배경으로 나타냈다.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15살의 소녀 클로뎃 콜빈은 재판장에 서게 되고,
변호를 맡기 위해 변호사와 전미 유색인 지위 향상 협회에서 움직이지만 결국 공공질서 저해, 분리 법규 위반, 공권력의 대표자에 대한 폭력 행위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는다.
이 판결 후 화가 난 많은 흑인들이 자발적으로 버스 승차 거부를 하지만 그 분노는 금방 잊혀져갔다.
온갖 상처를 다 짊어진 클로뎃은 또 다른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 상처가 구치소 끌려간 것보다 더 마음이 쓰렸다.

9개월 뒤, 로자 파크스라는 흑인 여성이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는 똑같은 이유로 유죄를 선고 받는다.
이 일로 '버스 승차 거부 운동'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게 되고...
1956년 12월 20일, 몽고메리 시에서 버스 흑백 분리 좌석제가 공식적으로 폐지된다.
우리는 마틴 루서 킹과 로자 파크스는 기억하지만,
흑백 차별을 깨기 위해 노력했던 15살 인권 운동가인 클로뎃 콜빈은 기억하지 못한다.
그녀의 꿈은 저멀리 떠나 보내고... 남은 일생을 조용히 살아가는 모습...
흑백 차별뿐 아니라 여기저기 곳곳에서 보이는 남여 차별도 만만치 않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 읽은 큰 아이는 "엄마, 어디서 많이 본 내용이라 생각했는데~ '사라 버스를 타다' 책이었어." 라며,
버스를 타고 백인들에게 자리를 비켜주지 않은 내용은 비슷하지만, 클로뎃 콜빈 외에도 많은 흑인 여성들이 나왔다는 점이 달랐다고 이야기 했다.
작은 아이는 얼굴색이 흑색이라고 더러운게 아니라며, 얼굴색만 다르지만 똑같은 시민이고 같은 이웃인데, 차별받은 흑인은 속상하고 억울할 것 같다고, 자신은 차별하지 않고 잘 지내야겠다고 한다.
마지막, 여든이 넘은 클로뎃 콜빈이 벤치에 앉은 장면을 보며 그녀의 남은 여생도 궁금해진다.
다수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나와 우리 아이들은 그녀의 희생이 불씨가 되었음을 기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