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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살 자연주의자의 일기 - 지구에 무해한 존재가 되고 싶은 한 소년의 기록
다라 매커널티 지음, 김인경 옮김 / 뜨인돌 / 2021년 3월
평점 :
15살 자연주의자의 일기
다라 매커널티 지음 / 김인경 옮김
뜨인돌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한 살기 좋은 나라다."
라고 배웠던게 엊그제 같은데...
요즘은 봄, 가을은 잠시 왔다가 사라진다는 느낌이 든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주변의 꽃나무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나,
시간차를 두고 하나씩 고개를 내밀던 봄꽃들이 올해는 한꺼번에 피어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더 와 닿았다.
"지구에 무해한 존재가 되고 싶은 한 소년의 기록"
그냥 이 한마디가 이 책을 읽어보고 싶게 만들었다.
그의 일기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챕터로
3월 21일 시작으로 일년간 써내려간 일기 모음이다.
아일랜드의 환경 운동가이자 자연주의자인 작가 다라의 이름은 도토리를 맺는 참나무처럼 커다란 나무로 자랄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아이라는 뜻이다.
"나는 자연주의자의 심장과 장래희망인 과학자의 미래와 자연에 가해지는 무관심과 파괴에 지칠 대로 지친 뼈를 지녔다." 고 자신을 소개하는 소년,
자폐 스펙트럼으로 매우 과민하고 특별한 뇌를 지니고 있어, 많은 괴롭힘을 당했고,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았던 소년은 자연을 통해 다시 마음을 열게된다.
이 책은 일기 모음이라 끊어 읽어도 되지만,
개인적으론 다라가 표현한 자연 속에 들어가 생명들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가는 흐름이 끊기지 않게 여유를 가지고 쭈~욱 읽어내려가는게 더 좋았다.
"여름에 금방망이꽃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 노랗고 검은 줄을 두른 진홍나방 애벌레가 아코디언처럼 천천히 움직이며 줄기를 타고 올라가느라 꽃이 가늘게 떨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7월 13일 금요일 중에서 -
처음엔 그냥 표현력이 뛰어난 자폐를 가진 소년의 꾸밈없이 솔직한 자연관찰 일기구나~~~라고 읽어 내려가다가...
그 이상의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새들의 대화, 자연속 오케스트라에 귀 기울이고,
나무가 숨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연 속 변화를 매일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며,
땅에서부터 올라오는 자연의 에너지로 자신을 채우고,
평온의 색과 일렁이는 잔물결의 색을 본다는 소년,
아기새들을 보며 경외심을 느끼고,
거미의 소중한 공간을 위해 양보하고,
새로운 것들에 대한 걱정이 시작되면, 제비의 회복력과 투지를 생각한다는 소년,
자연에 대한 묘사만 탁월한 것이 아닌,
하늘, 땅, 바다의 모든 동식물 외에도 암석, 해안의 모래 언덕 등의 방대한 지식을 풀어놓는 모습엔 특별함이,
'과학자'라는 목표가 있어 더 열심히 공부한다는 모습엔 꿈을 향해 노력하는 평범한 십 대다.
환경오염에 대해 언급한 부분을 보며,
몇 해 전, 신문에서 본 코에 빨대가 끼인채 피흘리던 거북이의 사진을 본 장면이 떠올랐다.
아이들과 그 사진을 보면서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었기에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같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집게벌레와 지네의 싸움을 영화 보듯 흥미진진하게 보는 소년,
분명 일반인과 다른 예민한 두뇌를 가진건 인정한다.
소년이 숨죽이고 자연에 집중하는 모습은 내 주변 소음을 차단시켜 주었다.
그리고 소년이 보는 들통 속의 생명체를 상상했다.
나름 자연속에서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며 냇가에서 고기잡으며 자란 난데...
도시에서 살다보니 어느새 자연은 잊은듯하다.
지구의 무해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한 소년...
여름에 쓴 '인류세'라는 시의 내용 중에
'맨땅 위에서, 우리는 아무런 영향력 없는 여행자들이었다' 라는 구절이 있다.
그러고보니 맞는 말이다.
우리는 잠시 왔다 가는데...
자폐, 왕따로부터 소년을 위로한건 자연이었고...
미세먼지, 황사 후 파란하늘을 보며 기분이 좋아지듯~
자연이 우릴 위로해 주는게 맞는데...
우리는 끝없는 욕심으로 자연을 망가뜨리기만 하는것 같다.
"자연을 보호하고 돕는 일은 내 의무이자 우리 모두의 의무다.
자연은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는 시스템이다.
둘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의존한다."
- Autumn 중에서 -
소년은 말한다.
강연과 캠페인, 블로그를 보며 칭찬만 하지말고, 어른들이 행동으로 옮겨달라고...
그냥 자녀, 손주, 조카들이 동참하도록 도와달라고...
잊고 있었던 지구의 경고에 다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 책,
15세 소년의 글이라고 믿기지 않는 글솜씨와 표현력을 보여주는 책,
숲과 나비, 새의 편에 서서, 꾸밈없이 솔직담백하게 써 내려간,
미래 세대를 위한 전환이 일어나길 원한다는 다라의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정세랑 작가의 추천사에 나도 한 표를 던진다^^
[출판사로부터 위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