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아저씨, 국수 드세요 - 2022 문학나눔 선정, 2022 가온빛 추천 그림책 바람그림책 118
신순재 지음, 오승민 그림 / 천개의바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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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아저씨, 국수 드세요.

신순재 글, 오승민 그림

천개의 바람


표지 속 똥~그란 눈망울의 사랑스러운 아이의 모습, 두 사람의 표정엔 따뜻함이 느껴진다.

저 국수엔 어떤 사연이 담겨 있을까?

아이들이 어렸을 때 읽혔던 '개구리네 한솥밥', 교과서에 실린 이 동화시의 작가가 백석 시인,

이 책은 백석 시인의 <국수>를 모티브로 한 그림책이다.

첫 면지부터 꽉꽉 찬 그림, 기존의 틀을 깬 면지 활용~ 이런거 너무 좋다.

마지막 면지엔 <국수>의 일부가 실려 있는데, 이왕이면 전체를 실어줬으면...하는 마음이다.



산골 외딴집 엄마와 둘만 있는 함박눈이 내린 어느 밤, 부엌에서 새어나오는 밝은 불빛,

한밤중에 국수를 삶으려는 엄마의 모습, 손님이 궁금한 아이의 모습,

아이들은 "아빠 기다리는거 아니야?"라며~ 책장을 넘겼다.



한밤중에 굴뚝에서 나는 연기를 보고 찾아왔을까?

오는 길에 잡았다며 꿩을 전해주는 장사꾼 아저씨들, 친척들, 가즈랑집 할머니와 동물들, 그리고 나타샤를 알아보는 아이, 눈의 여왕에 나왔다면서~

백석 시인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시에 등장했던 나타샤와 흰 당나귀까지...

시대적 배경을 담기 위해 장면마다 백석 시인의 시에 나오는 사람들과 동물들을 등장시켰다고 한다.

백석 시인의 팬이라면 장면 곳곳에서 그의 작품 속 흔적에 반가움을 느낄것 같다.



그림책이지만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림만 보기도 하고, 다시 읽고, 백석이라는 시인을 찾아보면서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백석이 살았던 북방 지역의 배경을 생각하고 읽으면 더 이해하기 쉽다.

추운 지방에서 자라는 자작나무,


우리가 생각하는 하얀 국수가 아닌 메밀 국수,

그리고 쨍하니 얼은 동치미에 말아 꿩고기를 얹은 국수~

'엥? 그럼 따뜻한 육수를 부은 국수가 아닌 냉면??'

쩔쩔 끓는 아랫목에서 먹는 동치미 메밀 국수는 고향을 생각나게 하는 맛이고 분위기가 아니었을까?



나라를 빼앗긴 일제 강점기에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 떠돌고, 동물들은 굶주렸어요.

시인 백석은 슬퍼하며 자신의 시 <국수> 한 편을 나누었지요.

추위와 허기와 외로움을 느끼는 모든 이를 달래주려고요.

"어서 오세요! 따끈한 국수 드시고 가세요!"

나는 문학 소녀가 아니라 백석 시인을 잘 몰랐다.

이 책을 계기로 백석 시인을 검색해 보고, 백석의 시도 몇 편 찾아 읽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흔치 않은 어휘와 표현이 은근 매력있게 다가왔다.

일본 유학을 다녀왔고, 월북 시인, 윤동주가 좋아했던 시인이고, 도톰한 팬층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엄마~ 여기 국수 맛집인가봐~"

"따뜻한 아랫목을 내어주며 국수를 나눠 먹는 따뜻한 정이 느껴져~"

배경을 모르면 모르는대로 느낄 수 있는 따뜻한 나눔의 그림책,

배경을 알려주고 읽으면 힘든 시대를 지냈던 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볼 수 있는 그림책,

특유의 색감과 전래동화의 신비한 힘이 느껴지는 듯한 힘있는 그림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느낌은 다 전달했다.

어두운 색과 차가운 흰 눈 가운데 살짝씩 비춰지는 노란색의 따뜻한 색감이 어려움 속에서 전해주는 희망의 메세지,

코로나로 지친 우리에게도 전하고 싶었던건 아닐까?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가 담긴 국수 한 그릇을 전해주고 싶은 그림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위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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