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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여덟 개 잘린 구미호가 다녀갔어
김미희 지음 / 키위북스(어린이) / 2020년 6월
평점 :

꼬리 여덟 개 잘린 구미호가 다녀갔어
김미희 지음
키위북스
"마법사의 예언", "팬티 입은 늑대" 같이 분명한 메세지가 있으면서,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책들을 펴내는 키위북스의 신간 <꼬리 여덟 개 잘린 구미호가 다녀갔어>!!
제목의 '구미호'라는 단어를 보고는 여름맞이 납량특집으로 나온 오싹~한 이야기인줄 알았다.
'구미호'하면 어렸을 때 이불 뒤집어 쓰고 봤던 전설의 고향이 떠오르는데...
그 옛날 여름에 봤던 구미호가 아니다.
꼬리가 하나?!?!
어쩌다 여덟 개의 꼬리는 잘렸는지...
구미호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
처음에 큰 아이가 표지를 얼핏보고는 요정인줄 알았단다.
엥? 넘 갑작스런 대답에 왜냐고 물었더니~
"보름달이 떠오르면 요정들이 내려오잖아~"
푸하하하!!!
(상상과 표현의 자유를~~~^^;;;)
책 표지를 넘기면 나오는 면지에 제목과 세로글이 있어서 바로 시작하는 줄 알았다는...
"밀렵꾼이 훔쳐 간 내 꼬리들을 찾으러 간다.
산속에 덫을 놓다니, 다시는 그런 짓을 못 하게 혼쭐을 내 주마."
눈 밭에 찍힌 발자국의 주인은 아홉 개의 꼬리가 풍성하게 달려 있는데...
꼬리 하나 남은 이유가 너무 빨리 밝혀졌다!!
옛이야기 속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구미호가 힘을 잃게 되는걸까?
이런 생각으로 "꼬리가 잘리면 어떻게 될까?" 라고 물었는데,
돌아오는 작은 아이의 대답은
"엄~청 아프겠지~"

백 년에 꼬리가 하나씩 생기는 구미호,
꼬리가 아홉 개가 되면 진짜 사람이 될 수 있는데,
사람이 되고 싶어 900년을 기다렸던 구미호~
그, 런, 데!!!
띠로리~~~ㅜㅜ
아홉 번째 꼬리가 생긴 날, 밀렵꾼의 덫에 꼬리가 잘렸다.
자그만치 여덟 개나!!!
남은 하나의 꼬리로 딱 하루만 변신이 가능하다는데,
산꼭대기에서 보름달을 쳐다보던 구미호는 이리 휙~ 저리 휙~
사람들이 사는 동네로 내려오면서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잃어버린 여덟 개의 꼬리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은 단 하루!!
서둘러야 한다~

정신없이 꼬리 찾아 헤매던 구미호는 한 의류수거함 앞에서 라쿤의 영혼을 만난다.
우리에 갇혀 더럽고 냄새나는 곳에 살다 죽은 라쿤의 이야기...
자기 털가죽을 찾아야 하늘로 올라갈 수 있다며 도와달라고 한다.
"여기저기 끙끙 앓는 소리가 들렸어요. 때로는 쿵쿵 몸을 부딪치는 소리,
벅벅 바닥을 긁는 소리, 뱅뱅 몸을 돌리는 소리, 울부짖는 소리도 들렸어요.
그러던 어느 날 먹이를 주던 사람이 철창문을 열고 내 털가죽을 벗겼어요."
밥을 주던 손이 고통을 주는 손으로 바뀌다니...
'그동안 얼마나 외롭고 아팠을까.'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을 이 한문장 속에 다 담은 것 같았다.
라쿤의 이야기를 듣더니, 아이들이 너무 불쌍하다고...
그러면서 둘 다 찰리 9세 1권을 언급하며 비슷하다고, 흰여우의 털을 벗겨서 돈 벌이를 했던 그 장면이 떠올랐단다.
구미호가 꼬리를 찾는 사이 털가죽을 잃은 동물 혼령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도움을 요청하는데...

"사람들은 '모피'라고 부르지만 옷이 되기 전에는 모두 '생명'입니다.
점퍼에 달려 있던 라쿤털을 떼어 서랍장 깊숙이 넣어 두었습니다.
라쿤에게 많이 미안합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
아이들이 먼저 읽고, 아이들에게 처음부터 쭉~ 읽어주면서 아이들 스스로는 잘 읽지않는 작가의 말 부분까지 읽어주고 아이들의 마음을 물었다.
큰 아이는 모피가 나쁘다는건 교과서에도 많이 나왔고, 동물 실험, 동물 학대에 관한 주제의 책들을 읽었기에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그리고 찰리에서 읽었던 부분도 생각났고, '안톤이 안톤을 찾아가는 17가지 이야기'라는 책에서 안톤이 모피를 입고 온 아줌마에게 나쁜 아줌마라고 대놓고 말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고 했다.
작은 아이는 자기가 입는 옷에 동물들의 털이 있다는 것에 동물들에게 미안하고, 겨울에 입는 오리털도 오리를 가둬놓고 털을 뽑아서 옷을 만든거냐며 괴로웠겠단다.
"너 하나 없앤다고,
털가죽 때문에 목숨을 잃는 동물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겠지.
내가 왜 사람이 되려 했는지 모르겠구나."
사람이 되고 싶었던 구미호였는데...
구미호는 뼈 있는 말을 남기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간다.
<꼬리 여덟 개 잘린 구미호가 다녀갔어>
전설 속 구미호가 인간 세상에 다녀간 이야기를 통해
인간적인 욕심은 좀 내려놓고, 자연과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