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스토너 (초판본)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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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장치 없는 한 사람의 인생만으로 모두의 삶은 저마다의 소설과도 같다.
스토너를 읽은 독자들의 ‘스토너에 대한 인상’은 각양각색이다. 사람이 저마다의 시각을 가지고 있는 탓이다. 스토너는 세계대전 시대의 미국 시류 속 한 사람의 인생을 서술한 픽션이고, 사람은 기본적으로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생긴 타인을 분별하여 좋아하거나 싫어한다. 개인의 잣대로 타인을 평가한다. 많은 독자들이 스토너의 일생이 슬펐네, 비참했네, 불쌍했다 하는 후기를 남겼다. 나는 스토너의 삶을 실패로 표현하는 그 어떠한 후기에도 동의하지를 못하겠다.
작가는 스토너를 영웅으로 묘사했고, 내게 스토너는 영웅까지는 아니지만 작가가 생각하는 스토너와 그리 다르지도 않다. 스토너는 빈곤한 농부 부부에게서 태어나서 대학교에 진학하고, 농학과에 진학했다가 ‘전환점’을 맞아 영문학과로 전향한다. 그리고 이후 흥미와 재능을 모두 간직한 채 대학교에서 강사, 조교수로 활동한다. 일평생 좋아하는 것을 하고 살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문학을 잔뜩 연구하고 강의하고, 스스로 교육자였음에 충분히 만족한다. 그런고로 내게는 스토너가 대단히 행운을 타고난 인물로 생각된다. 부모의 불행을 계승할 수 있었음에도 대학에 진학하는 기회를 얻었고, 그 와중에 ‘전환점’을 맞아 (이러한 전환점은 모든 사람에게 최소한 한 번은 온다고 생각하지만 제대로 잡는 사람은 드물다) 영문학의 세계에 눈을 뜨고 영문학을 공부하는 것에 몰두한다. 학문적인 것뿐만 아니라, 젊었을 때 한 눈에 반해버린 이디스와의 결혼부터, 늙어서는 캐서린과의 연애까지, 스토너는 평이한 듯이 살았지만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있는 행운을 꿰차고 살아간 사람이다.
스토너가 정교수의 자리를 노리거나, 학장의 자리를 노린다는 생각을 했다거나, 그런 묘사가 나왔다면 스토너의 일생에도 불행이라는 요소가 스며들 틈이라도 있다. 스토너는 그런 욕심 없이 조교수의 자리에 만족했다. 어쩌면 스토너의 이런 욕심 없는 태도가 스토너의 평탄한 삶을 이어나갈 원동력이 되었을 수 있다만, 같은 태도를 갖고도 스토너처럼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삶’을 사는 사람은 드물다. 스토너는 그야말로 행운의 인물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각기 타인을 볼 때 다른 판단을 내리듯이(좋은 사람, 싫은 사람 등) 스토너라는 사람의 한 일생을 함축한 소설을 보며 감상도 달라질 수 있다. 심지어 한 사람이 스토너를 읽더라도 그 사람이 어떤 인생의 시점에 서있는지에 따라 감상이 달라질 수 있다. 현재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못 하고 살아서 스토너의 인생을 부러워하는지도 모른다. 무한한 꿈을 가졌던 과거에 읽었다면 포부 없이 살아가는 스토너를 가여워했을지도 모른다. 미래의 어떤 시점에서 스토너를 다시 읽는다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기대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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