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발병했을 무렵, 내가 만난 정신질환자들은 모두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었다. 10대 때 이미 병증을 자각하고 있었고, 대학 시절, 대개 20대 초입에 처음 삽화를 경험하며 삶이 착실히 망가지고 있었다. 학교 상담센터와 연결이 되어 지원을 받기도 하나 이미 팽배한 자살사고 등 심각해진 병증을 감당하긴 어렵다. 상담자나 주위의 권유로 약물 치료를 시작한다. 하지만 이 약 저 약 시도해도 듣지 않고 나빠져만 가 깊은 체념과 여러 중독에 시달린다. 그때는 그런 상황을 지칭할 말이 별로 없었다. 대부분 후일 회고하며 ‘우울증이었던 것 같다.‘라고 마음을 달랬다. 이들에게 학교는 그나마 유연한 제도나 태도를 보였지만 졸업 후 기존 소속이 사라진 이들에게 병의 맹공이 집중됐다. 새로운 소속을 갖기 전까지 모두 병증으로 아주 고생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