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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순이 언니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그런데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다가 문득 돌아봤을 때 놀랍게도 그녀가 날 바라보고 있었어. 설마 하는 눈빛으로... 희미한 확신과 놀라움과 언뜻 스치는 그토록 반가움... 나는 돌아보지 않았어. 어서 전철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가 내려섰지. 엄마... 너무 많은 세월이 지났고, 그녀의 얼굴이 가물거려서... 그래, 그래서야, 그거지. 이제 와서 뭘 어쩌겠어. 30년이나 지났잖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말이야... 그런데 그런데 날 더욱 뒤돌아볼 수 없게 만들었던 건, 그건 그 눈빛에서 아직도 버리지 않은 희망... 같은 게... 희망이라니, 끔찍하게... 그 눈빛에서... 비바람 치던 날, 이상한 생각에 내가 문을 열었을 때 두 발을 모으고 애타게 날 바라보던 메리.
...
봉순이 언니가 이젠 잘 살았으면 좋겠다..
그 땐 내가 어렸기 때문에 따뜻하게 다가가지 못했다고 변명하고 싶지만
사실 좀 더 자란 지금이라고 그럴 수 있는 용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좀 우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