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파트가 가장 공감이 많이 간 이유는 첫번째, 내 침대 밑 블랙홀 때문이었다. 침대 밑 블랙홀... 가끔 침대와 바닥 사이의 틈에 내가 모르는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이 있지 않나 생각하기도 하고, 그 틈에 끝없는 어둠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침대에 누우면 그 어둠이 나를 누르고 나를 데리고 가지 않나라는 생각에 잠 못드는 날도 있다. 계속 되는 어둠의 끝이 안 보여 무섭다. (그런 의미에서 침대 밑바닥을 공간의 활용으로 서랍장으로 만들어 쓰는 건 여러가지 의미로 좋다.)
한수희 작가는 20대 갑자기 배낭을 매고 인도로 떠났다. 무언가 다녀오면 변하지 않을까, 믿음이든 무엇이든 배워올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누군가로 내가 변하지 않을까, 나의 미래가 확실해지지 않을까 생각하며 갔던 인도 여행. 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고, '나'는 바뀌지 않았고, 무언가 확실해지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