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내가 듣고 싶었던 말
정희재 作
항상 나에게만은 솔직했던 못했던 나에게...
나는 나 자신에 대한 강박이 있다. 항상 공부를 잘 해야 한다. 무엇보다 완벽하게 해야하며, 한 번 하면 끝까지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다른 사람들은 더 해!"라며 내 자신을 부족한 사람으로 내몰았다. 물론 어느 정도의 강박은 참 좋게 쓰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다. 내가 이렇게 치열하게 내 강박에 갇혀있으면 그걸 바라보는 내 친구가 말한다.
"적당히 해~ 너 진짜 충분해. 대단하지만 그래도 너 힘들어보여."
이 말이 칭찬으로 들렸던 내 자신이 조금 부끄럽다. 하지만 이 말은 정작 내가 나 자신에게 해주지 못한 말이었다. 그리고 며칠 가지 못해 나는 그대로 쓰러졌다. 비루한(?) 정신과 몸뚱아리를 보며 나는 왜 일어나지 못하냐고 재촉했다. 하지만 몸과 정신은 마치 대답이라도 하는 듯 절대 제정신, 제 몸으로 일어나지 않았다. 내 자신에게 갇혀 있었던 터라 정작 정말 내 몸이, 내 정신을 돌보지 못했던 것.
어찌보면 삶이 힘들다는 건 당연하다. 취업이나 일자리의 물리적인 일이 아니더라도 세 끼 밥 챙겨먹는 밥벌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건 우리의 엄마 아빠들도,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모든 사람들이 겪은 것이다. 그러니 이걸 힘들지 않다고 말하는 건 거짓말이며 위선이다. 거기다 살아 남기 위한 전쟁 같은 삶을 살아가는 우리인데 어떻게 힘들지 않다고 하겠냐. 하지만 우리는 이제 이게 너무 익숙해서, 너도 나도 다 이렇게 살기 때문에 자신이 힘들다는 걸 인지하지 않고 살아간다. 아니, 잊는다. 그래야 기계처럼 돌아가는 삶이 편해지니까... 하지만 그런 삶을 얼마나 버틸까. 점차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 싶어질 것이다. 보상 받고 싶어지고, 자신의 삶을 포기한 만큼의 댓가를 바라게 된다. 그렇게 다들 변해간다.
하지만 힘들다는 걸 잊는 것보다 힘듦을 알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건 어떨까?
정희재 작가는 참 따뜻하게 누구나 다 힘들다고 말한다. 그러니 그 힘든 걸 인지하고, 스스로에게 그 힘듦을 위로해줘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어떤 다른 이의 천 마디 위로보다, 내가 내 자신에게 주는 한마디 위로.
"당신, 참 애썼다. 사느라, 살아 내느라, 여기까지 오느라 애썼다." 11p
"그래, 별일 없어도 그런 날이 있지. 허허벌판에 홀로 서 있는 것 같고, 심장이 유난히 쿵쾅거리고 머리에 열도 나는 거 같은 날이. 하지만 알잖아. 그런 순간도 곧 지나간다는 거. ... 난 네가 약한 모습 보일 때도 참 좋더라.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 같잖아." 191p
작가는 하루하루 견디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절대 더 힘내라, 더 노력하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그저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지난 날 힘들어하는 나에게, 바쁜 삶 속에 혼자 때 늦은 식사를 하는 나에게, 사랑과 아픔에 지친 나에게.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이모처럼 따뜻하게 안아 감싸준다. 작가는 아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꿈꾸었고, 무엇을 잃었으며, 우리의 작은 흔들리는 그림자까지. 그 흔들리는 그림자까지 겹쳤기에 더더욱 헤아려졌다는 그의 말이 더더욱 위로로 다가왔다. 다들 그렇구나, 나도 당연하구나. 하지만 내가 소중하구나...
여행 중 문뜩 돌아갈 현실에 대한 생각을 한다. 덜컥 겁이 난다. 당연하다. 내가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지치지 않게, 외롭지 않게 옆을 끝까지 지켜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