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가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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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아이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분명치는 않지만 아닌 쪽인 삼십대이다.
하지만 나의 단호박같은 인생관은 올해 여섯살이 된 권한올 덕분에 완전히 새로운 궤도로 넘어갔다.
하나 아래 남동생도 아마 그럴 것이, 한올이가 4살즈음 동생 준이가 태어났다.
블로그에도 자주 등장하는 한올이는 태어난 이래로 6년동안 쭉 최애캐를 담당 중이다.
먹고 자고 싸기만 했던 두살 때도 그랬고, 말이 트여 종일 이야기하던 네살도 그랬고,
세상 모든 핑크를 껴안은 여섯 살 지금도 그랬다.
나는 한올이를 만나면서 방과후지도사, 아동독서지도사, 아동미술놀이등의 민간자격증을 공부하게 되었다.
아마 내가 한올이에 엄마었다면 미처 하지 못했을 공부다.(옆에서 한올이를 돌본 결과 아이보기와 공부는 동시에 불가하므로)
아이들에게는 발달과정이 있고, 그 과정안에서 함께 하면 좋은 놀이들이 따로 있었던 것이다.
아이와의 의사소통도 그렇고, 훈육도 그렇고,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걸 싶은 게 한 두가지가 아니라 그냥 온통이었다.
처음엔 제일 좋은 것만을 주고 싶었다.
뭐든지 제일 좋은 것, 제일 예쁜 것, 제일 재밌는 놀이
누가 그러지 않겠느냐만, 이러한 물질적인 것들 이외에 것들을 생각하기에는 내가 무지했다.
다행이도 나는 읽는 것을 좋아하니까, 읽는 것으로 열심히 찾아보기로 했던 거다.
그러다 읽게 된 것이 <하루 3시간 엄마 냄새>라는 책이었다.
사람을 기다리느냐 잠시 들어왔던 알라딘에서 이 책을 만나 한참을 빠져 읽었었다.
추리소설이나, 좋아하는 동화같은 단편이 아닌데도 빠져 읽었었던 기억이 난다.
아주 모르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또 잘 알지 못하는 이야기
그래서 기억에 남았던 저자 이현수 박사님,
최근에 신간이 나왔길래 망설임없이 주문한 책이 바로
오늘의 책, <아이가 10살이 되면 부모는 토론을 준비하라>이다.
도착은 월요일에 했는데
이만저만 일이 많아 오늘에서야 읽게 되었다.
같은 문장을 몇 번이나 되풀이해서 읽었는지 모르는 낯선 방법도 있었는데,
양육이라는 빅 픽처에 실제로 적용되는 사례들로 단번에 이해가 가기도 했다.
책이 거의 끝나갈 때 즈음
박사님은 이런 말을 하셨다.
"<하루 3시간 엄마 냄새>의 전체 프레임을 완결했을 때는 둘째가 세 살도 한참 넘은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본인 역시 보통의 부모들처럼 양육의 전체 그림은 보지 못한 상태에서
그저 아이와 함께 있는 것을 즐거워하고, 본능적으로 그래야 한다는 느낌으로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본인에 마음도 반성하고 살피는 시간이 있었다며 위로하는 것 같았다.
<아이가 10살이 되면 부모는 토론을 준비하라>를 읽는 동안 나는 밑줄을 긋지 않았다. 대신 작은 메모지를 몇 장 채워놓았다. 한올이가 우리 집에 놀러오면 장난감을 정리해 두는 곳 위로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고 자주 쳐다 볼 요량으로.
뭐든 단박에 되는 비결은 없지만
각별하게 하는 것을 잊지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