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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진 가방 속의 페미니즘 - 동네 주치의의 명랑 뭉클 에세이
추혜인 지음 / 심플라이프 / 2020년 9월
평점 :
꺄아~~~
우리집 주치의 선생님, 살림의원 추혜인 선생님이 책을 내셨다! 제목부터 넘나 멋진 것!
병원이라는 공간은 대체로 나도 너도 모르게 ‘남성’의 영역이라는 인식이 작용하고 적용되기 쉽다. 주요한 권위자들은 남성이고 보조자는 여성일 것이라는 인식은 기본이고, 병원에서 사용하는 각종 기계와 검사 도구들 혹은 기본 세팅 및 평균 수치라는 것도 비장애 성인 남성 기준이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곤 한다. (극히 일부가 이를 지적하고, 그 주체가 남성 의사인 경우는 더욱 드문 현실...)
현실의 암울함을 나열하자면 끝도 없지만, 추혜인 선생님은 동료들과 병원을 세우는 것으로 균열과 동시에 새로운 빌드업을 시작하신 분-
진료실에서 선생님을 만나면 진료 이외의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지만, 그 시간 동안의 대화만으로도 선생님이 환자를 돈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 과잉 진료하지 않는다는 것, 그 자신이 이미 내적으로 단단하다는 것 등을 느낄 수 있다. (아.. 내가 만나 본 수많은 남성 의사들은 얼마나 거만하고, 남의 말 잘라 먹기를 예사로 알며, 돈을 쓰라고 부추겼던가.. 자신이 모든 걸 아는 신이라도 되는 양 떠들어댔던가...)
아!!! 무엇보다 이분은 글을 너무 잘 쓰신다. (책이 너무 읽고 싶어 독서할 수 있는 밤이 이토록 기다려지다니!!)
진료실에서 느낀 추혜인이라는 사람의 단아하고도 고요하고도 자유롭고도 단단한 중심이.. 글에 그대로 묻어나는 느낌이다. 더 매력인 것은!! 폭력과 차별에 맞서 싸우는 투사로서의 추혜인이라는 사람의 모습을 이 책에서 보게 되었다는 사실. 이미 과거의 일인데도 응원하고 박수 치면서 환호를 보내며 책을 읽는다!
그가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 법의학에 관심을 가졌다가 접고 임상의학으로 방향을 튼 것, 그가 병원이나 학교에서 싸운 것, 지금 살림의원에서 왕진을 다니는 것 등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고, 나는 그의 철학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너무나 존경스럽다. 이렇게 멋진 책을 나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다!!!
+ ) 아쉬운 점 한 가지는.... 내일 아침에라도 당장 병원으로 달려가 싸인을 받고 싶은데, 아픈 데가 없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