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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자전거 여행 4 - 세상 끝으로 ㅣ 창비아동문고
김남중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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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중 작가의 불량한 자전거 여행 시리즈, 드디어 마지막 편이 나왔다. 3권까지 호진이 팬클럽마냥 열심히 응원하며 읽었고, 한번 펼치면 덮지 못할 책이라며 온 동네 영업을 하고 다녔었다. 그런데 이 시리즈의 마지막편이라니!! 하지만 마지막 내용이 뭔가 다음을 예고하는 듯 한 느낌이 드는 건 김남중 작가께서 독자들의 마음속에 호진이가 살아 숨쉬며 어딘가를 여행하고 있기를 바라기 때문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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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진이는 이제 중학생이 되었고 달라진 환경속에서 자신의 달라진 입지를 확인하며 삶의 씁쓸함을 맛보는 중이다. 혼자서 시작한 전국팔도 자전거 여행 완주로 대단한 아이가 된 자신의 유명세를 즐기던 호진이는 자신의 그런 이력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중학교 생활이 딱히 흥겹지 않다. 새로운 친구들 사이에서 호진이는 자전거를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자기 자전거도 없는, 자전거 빌려 타는 신호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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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미가 심해 춘천에서 호진이네 집까지 지하철을 타고 오는 것 조차도 큰 결심을 해야 하는 할머니는 호진이네 가족에게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 여행을 제안하고, 돈때문에 망설이는 딸래미에게 돈걱정은 말라며! 돈은 내가 댈테니 너희는 계획세우고 같이 가주기만 하면 된다고 밀어붙인다. 엄마는 할머니와 여행 보내고, 아빠는 회사 보낸 뒤 혼자 자유로운 게임라이프를 즐기려던 호진이는 할머니의 '아니 너까지~'에 당황하지만, 이 여행을 마치면 네가 원하는 캐나다 여행을 보내주겠다는 할머니의 제안에 마음이 반 쯤 넘어간다. 또 한 달 넘게 800km를 걸어야 한다는 건, 바꿔 말하면 한 달 넘게 학교를 안가도 된다는 뜻이라는 아빠의 관점 전환에 홀랑 넘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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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이나 있을 법한 엄마와 할머니와의 오래 묵은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며 위기감이 고조되지만 함께 걷는 순례자들과 호진이의 노력, 할머니의 의지와 '여자친구' 멤버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순례를 마치게 되고, 세상의 끝까지 밟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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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고 별볼일 없는 주인공이 성장해 가는 이야기는 아름답고 감동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있을 법한 주인공의 모습을 볼 때 나는 그 이야기의 진심을 깨닫게 된다. 그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

호진이가 중학교에 가서는 자신의 스토리를 모르는 아이들 속에서 그저 그런 아이로 살아가는 모습과,

오로지 사랑하는 할머니를 위한 마음으로만 여행을 떠나는 게 아니라는 점(할머니에 대한 마음+이 여행 보상으로 받을 캐나다 여행!이 유인가였지)이 나에게는 큰 매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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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하지 않은 전개와 호진이의 솔직한 속마음이 이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게 만든다.

할머니의 부상으로 여행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을 때 할머니를 걱정하는 마음에 앞서 '나 이제 캐나다 못가는건가?'하는 마음이 들었던

호진이를 통해 아무리 의젓하게 스스로 많은 것을 해나갈 수 있어도 아이는 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 그러한 마음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게 못된 아이라서 그런게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한 번 쯤 그런 물색없는 마음이 자기도 모르게 툭 튀어나와 당황스러웠웠던 아이들에게 그럴 수 있어, 나도 그래, 라고 말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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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진이의 완벽하지 못한 엄마도 마찬가지.

호진이에게는 너무 좋은 할머니지만 호진이 엄마에게는 자신의 꿈을 좌절시킨 엄마다.

엄마만 아니었음 내가 지금쯤... 하는 마음에 가끔 자신의 엄마를 원망했을거다.

처음엔 엄마와 아들과 함께하는 순례길에 와인에 취해 흥청망청 즐기는 모습이 참 속이 없어 보였다.

아, 왜 저래 정말!!! 하다가 어느 순간 나도 누구 못지 않게 밖에 나가 사람 만나고 시간보내고 술 한 잔 하는걸 좋아하는 사람이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엄마'와 '다 큰 딸'이라는 역할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구나 싶었다.

오래 전에 털어놓고 다독이지 못했던 엄마와 딸 사이에 생긴 상처는 순례자들에게 베푸는 와인에 취해 터져나왔고,

호진이는 이 때 자신들의 '없음'으로 인해 슬픔이 대를 이어 간다고 느낀다.

할머니가 엄마를 보내주지 못하며 느낀 슬픔을 엄마가 자신을 캐나다에 보내주지 못하는 슬픔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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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자식간의 꺼내어 말하지 못하고 곪은 상처에는 치유가 가능한 유효기한이 있다.

부모와 자식이 함께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에만 치유될 수 있다.

만약 이 여행을 떠나지 못했다면 호진이 엄마는 그 상처를 평생 가슴에 품고 살았을 것이다.

할머니는 암과 싸우면서도 목표로 했던 '세상의 끝'까지 갔다.

호진이 엄마는 원하던 삶을 포기해야 했지만 주어진 삶 속에서 나름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를 막아선 엄마가 그 당시 어떤 마음이었는지, 또 그것이 얼마나 엄마로서 가슴 아픈 일이었을지 이해할 수 있게 됐으니까.

또 '지지리 고생만 하다 간 불쌍한 우리엄마.' 라는 넋두리 대신 '그래도 우리 엄마, 마지막엔 원하던 산티아고 순례길 완주하고 행복해하셨지.'라고 엄마를 회상할 수 있다면 좀 더 위안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혼위기에 있는 부모를 서로 다시 대면하게 하고 소통하게 해서 가정을 회복시킨 아들 호진이가 이 집 최고의 자산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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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에서 내리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던 호진이는 자전거에서 내려서도 걸어야 할 때 도 있는것이 인생임을 깨닫는다. 당나귀(ㅋㅋㅋ)도 버스도 거부하던 할머니를 통해 인생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함을 배운 호진이는 자신과 같은 번민 속에 있는 아이들과 부모님들을 자전거에 태워 길을 알려줘야겠다고 다짐한다. 이러니 5편을 안기다릴 수 있겠냐는 말이다. 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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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취하여 책을 읽고 마지막 장을 넘기는데 우리반 그림소녀 ㅈㅎ가 1~3권을 몽땅 들고 와서 말한다.

"선생님, 그림이 처음이랑 너무 달라졌어요."

엥 뭔소리야(전혀 몰랐음ㅋ) 했는데 1,2,3,4권 나란히 펼쳐놓고 보니 정말 많이 다르다.

그림작가가 1,2,3권이 각각 다르고, 4권은 3권 그림작가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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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사이에서 갑론을박 취향 다툼이 시작되었다.

평소 은은한 색연필화를 즐겨 그리고 아련한 일러스트를 잘 그리는 ㅈㅎ와 나, 네댓명의 아이들은

1편의 거칠고 메마른 느낌의 그림이 제일 잘 어울린다 하고, 또 몇몇 아이들은 3~4권의 좀 더 촉촉하고ㅋ 맑은 그림이 더 좋다고 한다.

2권 그림을 고른 아이는 없었는데 다 펼쳐 보니 2권만 좀 다른 부분이 있다.

함께 하는 자전거 여행, 또는 걷기 여행이라는 이야기 특성에 맞게 여정과 풍경을 드러내는 펼친 두 쪽을 가득 채운 그림이 1,3, 4권에는 많다.

그런데 2권에는 여백을 둔 한쪽짜리 그림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책 배를 옆으로 눕혀 보면 2권만 온통 하얗다. 두쪽짜리 펼친그림도 여백이 있어서 좀 더 답답한 느낌.

그림체도 네 권 중 가장 단정하다.(그래서 아이들 눈에 들지 않았을 듯)

하지만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에 나는 2권을 가장 열중해서 읽었다 ㅋㅋㅋ

먹여주고 재워주신, 외로워 보이던 할아버지 이야기가 그 후로 없어서 서운할 정도였는데.

사실 그림체가 달라진것도, 그림작가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도 ㅈㅎ가 말해주지 않았으면 난 아마도 쭉 모르고 살았을 것 같다. 이야기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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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참 좋아하는 책이다. 초등학생이 집을 나간다니 이미 거기서 흥미 폭발이고 집 나간 아이가 고생고생 개고생하다가 결국 반성하고 엄마아빠 품안에서 눈물흘린다는 결말이 아니라서 더 통쾌하고 재밌다고 한다. 시리즈가 끝난다니 말도 안 돼. 놓아줄 수 없는 이야기인데. 좀 다른 이야기지만 넷플릭스에서 호주드라마 '베스트 탐정단'이 시즌2로 끝났다는 걸 지금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드라마 배역을 맡았던 배우들이 다 커버린 지금도 아쉽고 또 아쉬운 나는, 불량한 자전거 여행이 호진이가 애아빠가 되도록 계속 책으로 나와줬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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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1~4권의 개성 넘치는 김남중 작가님의 소개와 사진도 재미있는 볼거리다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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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할 일
김동수 지음 / 창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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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는 삼향천이라는 하천이 하나 흐르고 있다.

갈대도 볼 수 있고 오리들도 살고, 봄이면 벚꽃도 피고 유채꽃도 피고, 징검다리도 있고 메타세쿼이아 나무도 있고,

걷는 사람이 많아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에도 부담없이 걸을 수 있는 내가 좋아하는 장소다.

그런데 딱 하나 맘에 안드는게 바로 냄새@#$^$&*

탁트인 하늘과 푸르른 나무, 물 위를 거니는 왜가리 내지는 백로를 보며 감탄하는 들숨에 훅 끼치는 그 꾸릿함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대안이 없어 나는 자주 삼향천을 찾아가 걸었다.


 




기다리는 영화는 예고편도 안찾아보는지라 흐린눈으로 이런저런 책 소개를 다 피해 받아든 오늘의 할 일,

표지를 펼치니 여기가 바로 삼향천이네 ㅋㅋ

아니 우리 동네 와서 보고 그리셨나... 싶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예산과 주민의 안전(징검다리가 다 넙적네모남)을 고려한 도심의 하천은 다 비슷한 형태로 정비되어 있다. TV문학관의 '소나기' 의 주된 무대인 강의 징검다리는 정말 낭만이 되어버린 요즘이다. 그곳은 이렇게 드럽지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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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의 수풀과 징검다리, 백로와 오리들, 그리고 쓰레기...

단지 딱 하나 다른점은 그걸 건지는 어린이가 있다는 것이다.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쓰레기를 건져올리는 어린이 앞 수면에 검은 봉다리가 스윽 떠오른다.

우리반 아이들은 사이다와 꼬북칩을 하천에 버린 x들을 흠씬 욕하다가

저 장면에서 초등학생특유의 억양으로 "으와~으와~ 저걸 저기다, 으아~ 저거 검정봉다리다 저거! 어떤x냐 진짜~"라며 흥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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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그치 나도 너네 몰래 혼자 먼저 읽으면서 그 생각했어. 근데 그렇게 낚여야 다음장면의 충격이 더 커진단다. 잘 하고 있다 어린이들~

그렇게 건져 올린것은, 아니 사실은 스스로 나타난 것은 물 속에 사는 물귀신이었다.

아이는 묻고 따질 것도 없이 다음장면에서 물귀신과 함께 수면에 파문을 남긴 채 사라지고

영화 타이틀 올라오듯 제목이 뜨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는 이 구조가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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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지의 첫 장면에서 어린이가 쓰레기를 주울때, 멀리서 바라보다 점점 다가오던 백로는 아이가 물속에 끌려들어가자

기다렸다는듯 아이 가방을 훔쳐다 수풀에 숨긴다. 마치 이럴 줄 알았다는 듯이 놀라지도 않고 참 태연하게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니 이거 한두번 해 본 솜씨가 아니다! 백로만큼이나 저만치서 바라보던 오리들은 흥미롭게 다가오다가 물귀신이 물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내빼듯이 멀리 가버린다. 흑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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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귀신은 은은한 미소를 띈 채 아이를 해달 엄마가 해달 아기를 안듯이 품에 안고,

입에는 초록색 빨대를 물려 어디론가 헤엄쳐 간다.

우리반 어린이 하나는 내가 저 페이지를 넘길때까지 자기도 모르게 숨을 참고있었다고 한다.

공동묘지같은 물귀신의 본거지(?)에 도착했는데, 아니 세상에 여기에 다른 아이들의 사진이 9장이나 있다.

뭔데, 왜 이렇게 범죄소굴같은 느낌인건데,

물귀신에 잡혀오는동안 힘들어 보이던 어린이의 표정은 그새 적응했는지 여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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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늘의 어린이가 잡혀 오기를(?) 기다리던 물귀신의 반응이 참 인상적이다.

크-은키를 반이상 접어 아이와 눈을 마주친 뒤 이렇게 인사한다.

"반가워요, 오늘의 어린이. 오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어린이를 향한 정중함에 놀람.

아~ 그래서 제목이 오늘의 할 일이었군.

ㅋ잡아온ㅋ 어린이에게 물귀신 프로세스를 설명해주고 오염이 갈수록 심해져 일손이 부족하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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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귀신들이 손에 손을 잡고 입에서 초록 기운을 뿜으며 물을 정화하는 작업을 열심히 해내고 있다.

고된 노동에는 노동요가 빠질 수 없듯이 물귀신들은 "오늘도~ 맑은 물! 오늘도~ 맑은 물!"

우리반 어린이들은 물귀신들이 협동해서 일을 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고 한다. 더 재밌는것은 이 정화 시스템의 마지막은

물귀신들의 긴 머리채가 앞으로 모아 끝을 뾰족하게 만들면 고압수를 분출하는 소화전 주둥이처럼 깨끗한 물을 내보내는 분사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손에 손잡고 열심히 정화시킨 물을 내뿜기 위해 뿌듯한 표정으로 줄서서 기다리는 물귀신들이 대견한 순간이다. 인간이 마구 더럽힌 물을 이렇게 열심히 되살리고 있었다니.... 인간이 미안해....

​

여기까지 견학을 마친 어린이를 모은 두손에 앉혀놓고 오늘의 할 일을 보여주며 묻는다.

오늘 우리를 도와줄 수 있을까요?

-물귀신-


이정도면 물귀신 아니고 정말 물귀신 어르신. 물귀신 페스탈로치.


집에서도 밖에서도 어린이들을 키우는 나는 오늘의 어린이가 받는 이런 대우가 낯설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물귀신네 동네는 확실히 노키즈존은 아니로구만 ㅋㅋㅋㅋ 뭐든 맘대로 해댈 수 있을것 같은 물귀신이 어린이에게 이렇게 정중하게 묻네, 반말도 아니고 존댓말을 쓰네. 이렇게 묻는 어른에게 버릇없이 대답할 아이가 있을까? - 그렇다, 현실에서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가장 가까운 어른에게 존중받는 경험을 해본적이 없는 어린이이기 때문인데 이것은 너무나 길고 깊은 이야기가 되므로 패스. 아무튼 물귀신은 어린이를 참으로 존중한다.


그런데 왜 데려올때는 묻지 않았나 ㅋㅋㅋㅋㅋ 물가에 쭈그려 앉아 쓰레기를 건져올리는 것은 일종의 테스트인것인가? 선의를 가진 어린이를 알아보기 위한 물귀신들의 테스트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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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어린이의 어떤 의사표현을 보여주지 않고 바로 어린이는 오늘의 할 일에 투입되어 작업을 시작한다. 당연하다는 듯이!

안되요, 싫어요, 하지마세요 할 아이라면 저래 쭈굴쳐 앉아 쓰레기를 줍지 않는다는 불문율과 같은...

교사경력이 쌓이면 역앞에 돗자리 깔고 앉아 관상을 볼 수 있다...는 썰이 떠오른다.

​

오늘의 어린이는 착실하게 아기 물귀신들 밥먹이고, 모빌 흔들어 잠 재워주고, 일귀신들의 휴식을 돕는다.

어휴... 얼마나 힘들게 일했는지지, 물을 깨끗하게 하느라 지친 물귀신들은 수질개선의 정수가 담긴 머리카락을 양동이에 담근 채 해먹에 누워 쉬고, 그보다 더 지친 일귀신들은 링겔을 맞고 있다. 니들이 정말 고생이 많구나. 하지만 힘들다 죽겠다 못해먹겠다 하는 일귀신은 하나도 없고 "고마워요." "힘이나요." "개운해." 한다. 반성한다 나 자신...

​

우리반 어린이들은 일귀신들 훈련돕는 장면을 좋아했는데 저희들도 점심시간이면 즐겨 이용하는 구름사다리를 머리카락힘으로 휙휙 건너가 착! 하고 착지 하기 때문이다.머리카락으로 데드리프트를 하는 일귀신들 중 한..명? 한... 마리? 는 바벨이 부족했는지 오늘의 어린이로 대신하고 있는 귀여운 디테일에 아주 자지러지게 웃는 귀여운 우리반 어린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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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양성과 교육만이 살길임을 아는 멋진 물귀신들은 어린 물귀신들을 먹이고 재우고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재밌게 놀아주는것에도 엄청난 공을 들인다. 인력기차와 물귀신동력 바이킹까지 ㅋㅋㅋ 너무 재미있게 노니까 부럽다는 우리반 어린이들의 의견이 있었다.

일귀신들처럼 손에 손잡고 물정화의식 연습하는 장면에서는 떠내려가는 어린물귀신들을 보면서 1학기 생존수영할때 물에 떠서 스크럼 짜는 훈련했던것이 생각난다고 했다. 떠내려가면서 친구 머리채를 잡는 장면에서 또 자지러지게 웃고 ㅋㅋㅋ

그런데 그런 어린물귀신들에게도 한없이 자애로운 어른 물귀신. 난 가끔 어린이들에게 말로는 괜찮다면서도 표정은 그렇지 못할때가 있는데,

(사실 표정이 진심임) 이 어른 물귀신들의 마음은 한없이 깊다.

​


오늘의 어린이가 물고있는 빨대끝에서 나오는 뽀글뽀글 공기방울을 어린물귀신들이 줄서서 하나씩 받아가는 장면이 있는데,

이 아가들이 공기방울로 모양을 만든다. 두번째 모양인 오리모양을 보고 어!! 저 오리는!!! 김동수 작가의 '잘가 안녕'과 '감기 걸린 날'을 좋아하는 우리반 어린이들은 그 오리 모양도 그냥 놓치지 않았다. 아무래도 김동수 작가님은 오리를 정말 좋아하는것 같다며 이렇게 작품들끼리 연결되는 작은 고리를 발견함에 우리반 어린이들은 전율을 느낀듯 하다. 이런 느낌을 공유할 수 있다니. 너희 정말 많이 컸구나. 함께 나누는 즐거움이 나날이 커진다.

​

이 일귀신들은 어린이만 존중하는것이 아니다. 노인도 공경하는 아름다운 물귀신들...

백발이 된 일귀신계의 왕할머니가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 오늘의 어린이의 공을 치하하고 고맙다는 말과 함께 흰 사탕다발같은 것을 전해준다.

일귀신들과 아기물귀신들이 모두 나와 오늘의 어린이를 배웅해 주는데 고마워, 가지마, 다음에 또 와, 라고 말하는 어린 물귀신들이 너무 귀엽다는것이 우리반 어린이들의 의견. 늘 자기 일을 훌륭하게 해내는 어린이는 만약 오늘의 어린이가 일을 대충했다면 어떤 반응이었을지 궁금하다고 한다.

지금까지 봐온 일귀신들의 모습과 성품이라면, 어린이가 왜 대충하는지 궁금해 하고 먼저 물어봤을것이다. 어려운 점이 있나요, 뭘 도와줄까요? 하고. 결국에는 오늘의 할 일을 다 해낼 수 있게 도와줬을거라는 믿음이 생겨버렸다.

​

물귀신 슬라이드를 이용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오늘의 어린이는 흠뻑 젖어 있다.

워~ 저 백로xx 저거 가방 훔쳐서 숨겨놓고 몰래 보고있는거 봐라? 역시 저거 흑막아냐??? 했는데....


 


 


 


 


 

물귀신이 물 속으로 사라지고 나자 가방을 끙차~ 들어올려 꺼내놓고 어린이에게 다가가 날갯짓으로 몸을 말려준다.

가방 매는 것도 도와준다. 물귀신이 떠나간 자리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어린이에게 날개를 펼쳐 같이 인사해준다.

우리반 어린이 왈, "어? 쟤 물귀신이랑 한 패 잖아?"

정리해보면, 백로와 오리가 물가에서 관찰하다가 쓰레기를 건지는 아이를 발견하면 물귀신을 부른다.

물귀신은 어린이를 데려가 도움을 요청하고 그 날을 할 일을 마치면 다시 아이를 데려다 준다.

백로는 물 속 세상에 일손을 도우러 떠난 아이의 물건을 잘 챙겨서 숨겨두었다가

아이가 돌아오면 물기를 말려주고 소지품을 챙겨주고 인사해주고 보내는 역할!

한 패 맞네....ㅋ

오늘의 어린이는 자기가 건진 쓰레기를 손에 쥐고 힘차게 징검다리를 건너간다. 끝.

​

백로의 사랑스러움에 반해 첫 면지와 마지막 장면을 몇번이고 오고 가다 발견한 특이점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물 색이다.

처음 아이가 쓰레기를 건져올리던 물의 색과 물귀신을 돕고 돌아온 뒤의 물 색깔이 다르다.


 

처음에는 초록이 감도는 하늘색인데 마지막 물색깔을 초록끼가 사라진 파란빛이다.

우리반 아이들은 이 점을 말해주니 바로 녹조라떼 이야기를 꺼냈다. 물이 초록빛인건 비정상이고 더러움의 표시라고 생각한다길래

녹조가 왜 생기는지 간단하게 설명해주니 표정이 안좋다.

"그래서 물이 파래진거였어, 오늘의 어린이가 물귀신을 열심히 도와주고 와서 물이 다시 파래진거였어. 근데 너무 조금 변했다."

​

그래 그렇게 조금씩 밖에 못 바꿔.

그래서 한 어린이가 와서 몇날 며칠 도울 수 없는거야. 당장 달라질거라고 생각하면서 달려들면 지쳐서 아무것도 못 할 수도 있어.

우리는 매일 그날의 할 일을 해내면서 조금씩 달라질 환경을 기대하며 살아야 할거야.

​

환경문제를 이야기 하는것은 마치 초등학생때 친구와 함께 나중에 우리가 어른이 되면 뭐할까? 를 이야기 하는 것처럼 먼 미래를 막연히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당장 에너지 사용을 줄이지 않으면, 당장 수질 오염의 원인이 되는 여러 요인들을 멈추지 않으면 지구에 대재앙이 찾아온다는 무시무시한 말들은 노스트라다무스옹의 저주에 가까운 예언을 듣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아직은 숨 쉴만 한데? 아직은 바다에 강물에 몸 담글만 한데? 하는 안일한 마음에 자꾸 다음으로 다음세대로 문제를 미루어 가는 나는 어른이가 아니라 미룬이가 되어 살고 있는데, '오늘의 할 일'의 물귀신들은 그저 그날 그날 눈 앞에 보이는 작은 것들을 해나가면 된다고 말해준다.

​

​

요즘 우리집 어린이들이 자주 들으며 즐거워 하는 노래가 있는데 나는 이 노래 가사가 그냥 유쾌하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미룬이인것 같아서다.

​

시작이 제일 무서워 미룬이

완벽하지 못할까 봐 지금이

내일의 나에게 일단 미루지

그러다가 돼버렸지 미룬이

시작이 제일 무서워 미룬이

시작이 제일 즐겁던 어린이는

끝내는데만 급급한 어른이

되지도 못했지 나는 미룬이

널부러진 양말밭 건너

옷 걸린 숲을 지나서

설거지 동산의 향기를 모르는척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들어

미룬걸 보는건 일단 미룰래

내일의 난 더 어른이니

나보다는 용기 있겠지

약해빠진 의지를 다시 한번 다지기 위해

동기부여 영상을 찾아 “나중에 볼 영상”에 저장해놔

더 이상은 못미뤄

지금이 그때야

이것만 보고 힘내서 시작할꺼야

라는 열정을 불태우기 위해 일단 치킨을 먹는 나는

시작이 제일 무서워 미룬이

완벽하지 못할까 봐 지금이

내일의 나에게 일단 미루지

그러다가 돼버렸지 미룬이

시작이 제일 무서워 미룬이

시작이 제일 즐겁던 어린이는

끝내는데만 급급한 어른이

​

​

미룬이가 되지 맙시다!

오늘도! 맑은 물!

오늘의 할 일을 찾아 해나가며 조금씩 달라질 내일을 기대하는 어른이로 살아가자. 고 다짐하며 긴 서평을 마무리 해 봅니다. 아니 또 이렇게 끝내는데만 급급해서야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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