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영화는 예고편도 안찾아보는지라 흐린눈으로 이런저런 책 소개를 다 피해 받아든 오늘의 할 일,
표지를 펼치니 여기가 바로 삼향천이네 ㅋㅋ
아니 우리 동네 와서 보고 그리셨나... 싶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예산과 주민의 안전(징검다리가 다 넙적네모남)을 고려한 도심의 하천은 다 비슷한 형태로 정비되어 있다. TV문학관의 '소나기' 의 주된 무대인 강의 징검다리는 정말 낭만이 되어버린 요즘이다. 그곳은 이렇게 드럽지도 않겠지.
물가의 수풀과 징검다리, 백로와 오리들, 그리고 쓰레기...
단지 딱 하나 다른점은 그걸 건지는 어린이가 있다는 것이다.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쓰레기를 건져올리는 어린이 앞 수면에 검은 봉다리가 스윽 떠오른다.
우리반 아이들은 사이다와 꼬북칩을 하천에 버린 x들을 흠씬 욕하다가
저 장면에서 초등학생특유의 억양으로 "으와~으와~ 저걸 저기다, 으아~ 저거 검정봉다리다 저거! 어떤x냐 진짜~"라며 흥분함.
그치그치 나도 너네 몰래 혼자 먼저 읽으면서 그 생각했어. 근데 그렇게 낚여야 다음장면의 충격이 더 커진단다. 잘 하고 있다 어린이들~
그렇게 건져 올린것은, 아니 사실은 스스로 나타난 것은 물 속에 사는 물귀신이었다.
아이는 묻고 따질 것도 없이 다음장면에서 물귀신과 함께 수면에 파문을 남긴 채 사라지고
영화 타이틀 올라오듯 제목이 뜨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는 이 구조가 너무 좋다!
면지의 첫 장면에서 어린이가 쓰레기를 주울때, 멀리서 바라보다 점점 다가오던 백로는 아이가 물속에 끌려들어가자
기다렸다는듯 아이 가방을 훔쳐다 수풀에 숨긴다. 마치 이럴 줄 알았다는 듯이 놀라지도 않고 참 태연하게 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니 이거 한두번 해 본 솜씨가 아니다! 백로만큼이나 저만치서 바라보던 오리들은 흥미롭게 다가오다가 물귀신이 물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내빼듯이 멀리 가버린다. 흑막인가...
물귀신은 은은한 미소를 띈 채 아이를 해달 엄마가 해달 아기를 안듯이 품에 안고,
입에는 초록색 빨대를 물려 어디론가 헤엄쳐 간다.
우리반 어린이 하나는 내가 저 페이지를 넘길때까지 자기도 모르게 숨을 참고있었다고 한다.
공동묘지같은 물귀신의 본거지(?)에 도착했는데, 아니 세상에 여기에 다른 아이들의 사진이 9장이나 있다.
뭔데, 왜 이렇게 범죄소굴같은 느낌인건데,
물귀신에 잡혀오는동안 힘들어 보이던 어린이의 표정은 그새 적응했는지 여유롭다.
그런데 오늘의 어린이가 잡혀 오기를(?) 기다리던 물귀신의 반응이 참 인상적이다.
크-은키를 반이상 접어 아이와 눈을 마주친 뒤 이렇게 인사한다.
"반가워요, 오늘의 어린이. 오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어린이를 향한 정중함에 놀람.
아~ 그래서 제목이 오늘의 할 일이었군.
ㅋ잡아온ㅋ 어린이에게 물귀신 프로세스를 설명해주고 오염이 갈수록 심해져 일손이 부족하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