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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문학에 빠진 소년들 - 남고딩이 사랑한 문학 시간
홍경님.변효진 지음 / 우리학교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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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문학에 빠진 소년들

출판사 인스타에 책 소개글이 올라왔을 때 이 책은 꼭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 교실에서 문학의 씨앗을 뿌리는 교사로서,
입시 지옥 속에 사는 고딩들과 문학을 나누는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했다.
청춘의 시작점에 선 남고딩들은 문학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 마음에 불을 지핀 작품들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목차를 쭉 살펴보니 내가 읽은 작품은 김애란의 「입동」 ,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 , 이성복의 「꽃피는 시절」 뿐이다. 책에 관한 책을 읽을 때 목차에 온통 안읽은 책 뿐이면 마음이 답답해지는데, 걱정했던 마음과 달리 이 책은 몰랐던 작품들을 알려주는 보물지도같은 책이기도 했다.

에필로그를 읽으며 이미 몇 번이나 가슴이 벅차오르고 눈과 코가 매웠다. 이청준 작가와의 일화와 <꿈꿀 권리>라는 제목의 교재, 그리고 이 책은 두 문학교사와 남고딩들이 시와 소설을 함께 읽으며 나눈 ‘문학적 우정’과 성장의 기록이라는 저자의 책에 대한 정의는 낭만 그 자체다. 프롤로그가 이렇게나 감동적인데 본문은 대체 어떠할지 가늠조차 되지 않아 정말 큰 기대를 안고 첫 챕터를 펼쳤다. 간략한 책소개와 학생들과 이야기가 오고간 구절들, 아이들의 의견과 해석이 서로 오고가는 대화를 읽다보면 이기호의 「옆방 남자 최철곤」 을 도저히 읽어보지 않을 수가 없다. 밀리에서 얼른 찾아 읽어본 후 처음부터 이 챕터를 다시 읽으니 마치 이 문학 수업의 청강생이 된 것 같고, 내공이 보통 아닌 독서모임에 참여한것도 같다. 챕터마다 마무리를 하고있는 <수업 그다음의 산책>을 읽다보면 작품 선정에 담긴 선생님의 마음과 학창시절에 함께 읽은 작품과 토론을 회상하는 좀 더 자란 마음들에 또 울컥.

그러니까 이 책은 문학 에세이이자, 수업 기록이고 사제지간을 넘어 문학을 통해 인간과 인간이 연결된 이야기이다. 문학작품을 읽고 싶지만 수많은 작품들 중 뭘 골라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문학을 왜 읽어야 하지? 의문인 사람에게도 이 책을 추천한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 선생님들에게도 이 책을 추천한다. 특히 내가 하고있는 이게 정말 의미가 있긴 한걸까? 종종 마음이 흔들리는 선생님은 꼭 읽어보길 바란다.

홍경님 선생님이 책 표지와 챕터 사이사이의 그림도 직접 그리셨다. 책을 다 읽고 쭉 넘기며 그림만 보다 보니 문득 학생들을 생각하며 그린 그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까지 문학에 빠진 소년들을 떠올리면서-!

교실 밖의 우연한 만남도 감동적이었다. 군인 청년과의 만남의 장이 된 선생님의 블로그, 나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은데 검색으로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두 선생님을 직접 만나보고 싶다!

프롤로그만큼 진한 감동을 준 에필로그의 제목은 <문학이라는 꽃다발>이다. 첫머리에 인용된 문장을 다이어리에 적었다.

문학 역시 누군가한테서 꽃다발을 전해 받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 주는 일
-최재봉, 『거울나라의 작가들』

문학이라는 꽃다발을 전하는 사람, 이제부터 이 멋진 표현으로 나를 소개하려고 한다.
‘아이들의 삶 속에서 저마다의 진동으로 울릴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이 책 속 두 선배들이 그렇다고 한다^^

#이렇게까지문학에빠진소년들 #남고딩문학 #우리학교출판사
@woori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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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벅꾸벅 ㅣ 문지아이들 그림책
사노 요코 지음, 김영순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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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만 번 산 고양이』 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이다.
교실에서 읽어주다가 울컥해서 멈추지 않은 적이 없다.
당연히 또 목이 메이는 감동 스토리겠거니 하고 펼친 그림책은
사실 처음 몇 페이지는 황당 그 자체였다.
표지와 제목만 보고 모두 잠든 후에 벌어지는 일인가보다 했으니까.

이야기를 조르는 아이와 아무튼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빠가 들려주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식사로 접시에 올라온 생선에게도, 왕비님에게도, 모두에게 꾸벅 하는 임금님이 있다.
왕인데 모두에게 꾸벅, 하고
모두가 그런 왕에게 함부로 한다. 생선조차!
이웃나라 왕의 선전포고에도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하던 식사를 마친 임금님의 저력은 이 꾸벅꾸벅에서 나온다.
최고 통수권자인 임금님은 대장에게 외친다.
“언제나처럼 꾸벅꾸벅 싸운다!”
용맹스러운 병대는 꾸벅꾸벅 싸우고
임금님의 아름다운 숲도 성들도 꾸벅꾸벅 싸운다.
전쟁의 경과는 그림책에서 직접 보는 것을 추천한다.

임금님은 가장 높은 위치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모두를 대한다.
나를 떠받드는 남편에게 흥! 하는 왕비님도
총알 떨어져서 졌으면서 자기네는 한명도 안다쳤다고
나불대는 이웃나라 왕도, 잘 보면 다 익숙한 우리들의 모습인데
꾸깃한 콜라 캔 처럼 모두에게 몸을 숙이며 인사하는 임금님과 대비되어
어찌나 경박해보이는지 몰라.

나이를 먹고 경력이 쌓이다보니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도저히 지고는 못살겠다 싶은 것들이 있다.
단지 부드럽게 예의를 갖추는 것 뿐인데
내가 지는 것 같아 속에서 불같이 화가 날 때도 있다.
특히 나는 예의를 갖추고 우아하게 대하는데 상대는 그렇지 못할 때
화가 나고 똑같이 해주고 싶다.
심지어 똑같이 갚아준 승리의 에피소드가
기억의 한페이지를 채우고 있기도 하다 ㅋㅋㅋ
얼마나 속이 시원한지,
그 페이지를 펼쳐보고 또 펼쳐보고 했다.
눈눈 이이는 굴종을 떨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아무리 사노요코를 좋아하고
그림책이 재미있었고
다시 되돌아보니 삶의 태도와 그 의미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기로소니
단박에 임금님처럼 살 수는 없는데
단지 속에서 천불이 날 때
이 임금님이 한번쯤 생각나 마음이 다스려진다면 좋겠다.
음.. 임금님께 신하가 반말도 하는데
학부모가 담임한테 반말쯤이야,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까?
오 노... 다시 4년 전으로 돌아가도 같이 반말로 응수해 주겠다.
임금님은 이러나 저러나 스스로 빛날 수 있는 임금님이지만
나는 그저 한낱 직장인이라 명예와 대우도 중요하다 ㅋㅋㅋ

이야기 속 임금님이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빠, 이야기해 줘.”
“어떤 이야기?”
“꾸깃꾸깃해진 거.”
이런 요상한 아이의 요청에도 그럼~하고 이야기를 시작하고,
아니라는 타박에도 “그래, 이야기가 아직 남아 있단다.”라고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는 아빠라면!
그리고 결국 아이가 듣고 싶어하던 꾸깃꾸깃 콜라 캔을 차며 노는 임금님으로
이야기를 마무리 할 수 있으려면,
꾸벅꾸벅 임금님정도의 삶의 태도는 지녀야 하지 않겠냐는...ㅎㅎㅎ
아이에게 늘 관대하지는 못했던 엄마의 변명에서 비롯한 지극히 개인적인 해석이다.

사실 방학식 날 이 책을 아이들에게 꼭 읽어주고 싶었는데
뜻밖의 사건으로 인해 매우 바쁜 4교시를 보내느라 시간이 없었다.
혈기왕성한 사춘기 아이들은 이 그림책을 읽고 무슨 이야기를 할지 참 궁금하다.

#문학과지성사 #사노요코 #꾸벅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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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청 - 2026 대한민국 그림책상 특별상 수상작 ㅣ 백희나 그림책
백희나 지음 / Storybowl(스토리보울)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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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청 - 깊고 깊어 짙은 빛깔일수록 참으로 좋다!

​

어쩜 저 포장마차 감성을 저렇게 예쁘게 잘 나타냈는지,

면지를 열고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데 꼭 포장을 걷고 내가 그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

최상의 재료를 구하러 갈 때 조차도 땡땡이 원피스와 프릴넥카라 크롭 블라우스를 갖춰 입는 멋쟁이 달토끼들은 패션 뿐만 아니라 요리의 맛과 질도 최상의 컨디션을 추구한다. 그에 비해 음식 값은 어찌나 소박한지, 돈벌려고 하는 장사가 아닌 것이 확실하다.

​

청으로 담그는 맛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하고 많은 것들 중 하필 ‘구멍’청이란 말인가 싶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소재로 깊은 울림과 위안을 주는 백희나 작가의 이야기 솜씨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

겉모습만 보면 작고 귀여운 곰돌이를 납치할 것 처럼 생긴 달토끼들,

희번뜩한 눈알 너머에 분명 뭔가 꿍꿍이가 있을 듯 하지만 진심을 다해 음식을 준비하고 손님을 대접하는 참 다정한 존재들이다. 귀한 구멍청을 엄청난 양의 떡과 함께 먹어치운 곰돌이는 솟구치는 야성을 누르고

다시 마음을 다독이며 제자리로 돌아간다.

​

왜 하필 구멍청인가

마음에 구멍 하나 누구나 품고 산다.

구멍하나 없어 보이는 남들을 보면서 내 구멍이 너무 크고 깊어 보이기도 하고,

그 구멍을 메울려고 오만것들을 구멍에 던져 넣어보기도 한다.

술, 작고 반짝이는 것들, 백, 사람들과의 숱한 만남, 맛있는 음식 등등... 순간을 사로잡지만

구멍의 빈 자리를 절대 메꾸지 못할 것들로 말이다.

하지만 구멍 그 자체를 오랜시간 정성을 들여 기쁜 마음으로 달이고 달이면 맛 좋고 몸에 좋은 구멍청이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는 그걸 메워야 행복해질거라 생각하며 살아온 내게 큰 위안이 되었다.

심지어 깊고 깊어 짙은 빛깔일수록 참으로 좋다니!

이제 내 마음에 뻥 뚤린 구멍을 잘 들여다 봐야겠다.

깊고 어두우면 음 이것 참 좋은 재료로구만 하면서 정성껏 달여봐야겠다.

​

​

좋은 것은 나눠야 하는 법.

​

구멍청을 같이 읽을 요량으로 반 아이들에게 백희나 작가의 모든 그림책을 다 읽어주었다.

구멍청은 그 대미를 장식할 최신작 ㅋ

기대 가득한 얼굴로, 표지를 열고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기만 기다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 깊은 이야기를 아이들이 같이 즐길 수 있을까? 잠깐 염려했으나 역시 좋은 그림책은 늘 그러하듯 읽는 사람 각각에게 알맞은 재미와 감동을 준다.

눈물이 똑 떨어질 것 같은 곰돌이의 눈망울과 주절거림에 다같이 안타까워하고, 구멍청과 떡을 양껏 먹고 본모습을 과감하게 드러내 보이는 곰돌이의 모습에 박수를 쳤다.

식당을 떠나는 곰돌이의 뒷모습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바라보면서도 이야기가 끝났다는 걸 아쉬워하며 그림책 속에서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 아이들은 책장을 넘기자 누가 봐도 별책 부록처럼 들어있는 ‘구멍청 레시피 북’에 환호했다.

​

그리하여 4교시는 미술 연계, 나만의 ‘청’ 만들기다.내 마음을 달래주는 무언가를 재료로 청을 만들어 보았다. 레시피북을 참고해서 만드는 방법과 재료의 특성을 상상해봤다. 그리고 오려붙이고 글로 적어보기만 하는데도 직접 만드는 것처럼 신나고 재미있고 화기애애했다.

​ 오늘의 마지막 수업인 5교시는 음악시간이 되었고, 리코더로 <랄랄라> 주문을 연주해 보고 노래로도 불러보았으며 그림책에 코박고 토끼들의 동작을 분석하여 <달여달여>춤도 춰보았다.

달여달여 춤은 정말... 마지막 랄라- 부분이 포인트 ㅋㅋㅋ

우린 여드레동안 노래하고 춤출 수 없으니 여덟번 반복해보자 했으나

12살 어르신들은 6번 정도 해보더니 이거 보통 정성으로는 8일씩이나 출 수 없는 춤이라며 쓰러지셨고 ㅋㅋㅋㅋ 남은 20분동안 머리를 싸매고 각자의 청 만들기 노래를 작사 작곡도 해보았다.

청 만드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노래를 어서 만들어 보겠다는 열정들이 아주 대단했다.

​​

올 해의 독서 크루들에게는 그림책값으로 쬐꼬만 소감문 한장씩을 받고 있다. 열심히 책값을 적어 내는 아이들에게 "너희도 혹시 곰돌이처럼 마음에 구멍이 있니?" 질문했더니 아이들은 잠깐 생각해 보더니 없는 것 같다며 고개를 흔든다. 안심이 되었다. 난 있는데! 하면서 한가지 말해줄까? 헤아리다 보니 아이구 수도 없이 많다. 한참 허공을 눈으로 더듬다 “선생님은 40년이 넘게 살았잖아~”했더니 애들도 웃고 만다. 살다 보면 뜻하지 않게 크고 작고 깊고 얕은 구멍들이 생기겠지만 곰돌이처럼 자신만의 구멍청을 꼭 챙겨 양껏 먹고 다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마음 속 구멍에 헛헛함이 느껴질 때 선생님과 읽었던 구멍청 이야기가 떠오르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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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중2 소설 (최신 개정판) ㅣ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시리즈 (최신개정판)
김미영.서덕희 엮음 / 창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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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아들에게 도움을 주기 가장 어려운 과목은 뭘까?
바로 국어다.
20년도 더 된 옛날이지만 어릴때부터 꾸준히 책을 읽어온 나는 문제집 풀어보는거 외에는 언어영역 공부를 따로 특별하게 해본게 없고 어려운 과목이 아니었다. 그래서 국어가 왜 어려운지 공감도 잘 못하겠고, 그런데 책을 좀 읽지 그랬냐는 타박성 잔소리를 하다 보니 아이는 점점 국어교과와 점점 더 멀어져 가는 느낌... 그 와중에 국어 교과서 작품읽기 라는 책을 창비에서 개정판을 냈다는 소식에 반가웠다.. 교과서 속 제재글을 온 책 읽기 하면 훨씬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을 텐데, 하지만 중학생 아이를 붙잡고, 그것도 엄마가 온책읽기를 하기란 쉽지 않으니 원문을 읽을 수 있는 책을 내가 먼저 읽어보고 아이가 읽게 하자는 마음이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맞춰 새롭게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소설 작품들이 실려있다. 와, 시대가 정말 많이 바뀌었구나 싶은 작품도 있고 나때도 교과서에 나왔었지 하는 작품들도 있어 반갑기도 했다.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문학작품을 제시하는 책이라 여러면에서 참 세심하고 다정한 배려를 해두었다.
목차 뒷장에는 <여는 글>로 소설을 읽는 관점과 수록작들을 어떤 시선으로 읽으면 좋은지 일러준다.
또 문학작품이 공부의 소재를 넘어서 삶의 여유와 아름다움을 알게 해줌을 짚어준다.


작품 앞 뒤로 작가 소개와 *읽기 전에*로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되는 배경지식이나 관점을 사전에 제시해 주는 점도 인상적이다.

작품 뒤에는 읽기 후 활동으로 내용 파악을 위한 분석적 질문과 작품 속 시대적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질문들이 제시되어 있어 가볍게 읽고 넘어온 독자들도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시 한 번 작품을 반추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문제집 풀이하듯 되어있다면 질릴 수도 있을 텐데 낱말 퍼즐, 오엑스 퀴즈, 가치수직선 토론 양식 등 다양한 형태의 읽기 후 활동을 제시하고 있다.

목차를 보고 가장 반가웠던 작품은 역시나 <사랑손님과 어머니>, <수난이대>였다.
28년 전 중학생 시절에 읽었던 작품들을 40대 초반이 되어 다시 읽으니 감회가 새롭다. 사랑 손님과 어머니를 읽을 때는 사랑손님과 옥희 엄마가 너무나 답답해 미칠 것 같았다. 좋아한다는 마음 한번 제대로 속 시원히 표현해 보지 못하고 결국 떠나는 사랑손님도, 24살 어린 나이에 과부가 되어 밥상 전하는 것도 어린 남동생을 통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옥희 엄마의 입장도. 하지만 이제는 사회적 시선이 개인의 삶을 압도한다는 것이 어떤 것임을 알기에 그들의 모습이 애잔하기만 하다.
또 <수난이대>의 아버지가 다리를 잃고 돌아온 아들을 보며 갖는 마음을 이제야 그 끄트머리라도 짐작이 가능한 것은 문학작품들을 읽고 해석하고 분석하며 공부했던 토대 위에 삶이 쌓였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은 각 학년별로 시, 소설, 수필/비문학 총 세 권씩 구성되어 있다. 세 권을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고 작품별로 읽기 후 활동을 충실히 따라간다면 국어 학습의 토대가 되는 문해력을 쌓고 문학적 이해력을 증진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중2 아들에게는 3학년 시리즈를, 초5 딸에게는 중1 시리즈를 겨울방학 미션으로 함께 읽고 읽기 후 활동을 독려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국교작 #창비
@changbi_in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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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을 쓴 가을
이윤희 지음 / 창비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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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책을 겹겹의 레이어로 지닌 책이 좋다.
자기 스스로도 이미 완전한 작품이지만
다층적 레이어를 발견하는 재미와 함께
그것을 통해 더 깊은 이해를 이끌어 내는 책 말이다.
이윤희 작가의 <안경을 쓴 가을>처럼.

책을 처음 받아 읽었을 때는 따뜻했다.
준코 나카무라의 그림책 <La visite>가 떠올랐다.
반려인들이 외출하고 나면 사람처럼 옷을 입고
친구 집을 방문해 차담을 나누는 고양이들처럼
이야기 전체를 관망하는 동네 길고양이가 등장한다.
그런데 이 고양이... 열세살의 여름에서 해원이와 산호가
돌보던 하트의 아가들 중 한마리가 분명하다. ㅎㅎㅎ
말하는 가을이와 안경 하나로 마치 ‘아내의 유혹’ 민소희처럼
가족들 보두 가을이를 형으로 인지하는 상황이 재밌었다.
심지어 형 노릇하는 가을이가 너무 차분하게 잘 먹고
학교도 잘 다니고 하니 들킬까 불안한 마음도 전혀 들지 않았다.
그 점이 이 책의 멋진 부분이다.

다시 읽을 때는 형의 책상 위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카뮈의 <시지프의 신화>, 포송령의 <요재지이>,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시지프의 신화>가 주는 메세지에서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안경 컬렉션 위에 놓인 <요재지이>는 아마도 안경을 쓰고
형이 되어 살아가는 가을이를 암시하는 듯 하다.
그렇다면 <호밀밭의 파수꾼>은 홀든처럼 되어보려는
형을 들여다보기 위해 필요한 장치인데,
나는 호밀밭의 파수꾼을 모른다 ㅎㅎㅎ
시지프의 신화도 요재지이도 딱히 궁금하지 않아
검색해서 요점만 파악했는데 그래도 샐린저는 읽어볼만 할 것 같았다.
동네 서점은 방학중이고..
태어나 처음으로 새벽배송 해주는 쿠팡에서 책을 샀다.

덕분에 형이 왜 가출을 하려는지 전혀 알려주지 않지만
중학교 2학년 형의 마음 속에 어떤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는지 짐작 할 수 있었다.
살다가 마음이 너무 힘들면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사는지, 이런 생각들로 괴로운지
궁금해 늘 책 속에서 비슷한 인물을 찾고
작가가 그 삶을 어디로 이끌어 가는지
보고 싶어하는 나처럼, 형도 홀든의 방황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지 않았을까.
어린이 보호구역 화살표와 반대되는 곳으로
자꾸만 향해가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이
홀든 콜필드가 겪었던 여정보다 훨씬 따뜻해서 좋았다.

<안경을 쓴 가을>은 열두살 다람쥐도 벌써 두 번 읽었다.
따뜻하고 다정하고 너무 좋단다.
그러니까 이 책은,
누가 읽어도 자기에게 맞는 공감과 이해와
다정함을 끌어내고 마는 책이다.

만약 홀든의 격정에 형이 빠져들어
미친듯이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가을이가 사람 행세할 수 있는 방법을
구구 절절 풀어놓았다면?
삶은 부조리로 가득 차 있지만 그것을 인지하고
살아내는 것 자체가 행복이 아닐까요? 하며 인생 강론을 펼쳤다면
이 책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 것이 되었을 텐데.
작가는 정말 똑똑하다. 지혜롭다. 대단하다.
책을 덮을 때마다 감탄사를 자꾸만 내뱉게 된다.

되도 않을 위스키소다를 주문하고 결국 콜라를 마시는 모습도,
바닷가에서 ’말해 버리면 그리워지기 시작한다‘는 홀든의 마지막 대사를
온몸으로 느끼는 모습도, 내가 그 맥락을 이해하고 다시 보니 더욱 절절하고, 귀엽다.

이 짧은 가을이 가기 전에 나는 몇 번을 더 이 책을 더 들여다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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