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에서 온 우편물이 학교에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기대를 가득 안고 행정실 앞 우편물 더미에서 찾아 들고 교실로 뛰어가 열어보았다.

노랑, 흰, 검정의 극명한 대비와 종이의 서걱거림이나 매끈함이 없는 독특한 질감의 책이다.
표지는 정말, '하... 그래, 이 복잡한 세상...'하는 탄식이 절로 나오는 복잡한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면지의 까만 우 주 속에는 별들이 반짝이고 그 다음에는 지구, 그 다음엔 도시, 그 다음엔 도시의 어딘가로 점점 좁혀져 가고 거기에 한 아기가 있다.
기지개를 펴는 아기와 아기의 팔다리가 닿는 곳은 흰색, 그 너머는 전부 노랑으로 칠해져 있다. 나는 이 노랑이 아이 외부의 세상을 나타내는 색이라고 생각했다. 흰색은 아기 자신의 영역, 익숙한 세상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아기의 그림자도 노란색인데, 어린 아기가 자기 그림자를 보고 놀라서 도망다니는 영상을 본 기억이 난다.
신생아들이 자기 주먹을 세상 신기한 장난감처럼 살펴보고 탐색하기도 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자기 자신조차 새로운 세상이었을 이 갓난 아기의 모습이 이렇게 표현된 것 같았다.
아이가 사는 집 창문의 창살은 가정집이 아니라 감옥의 창문 모양이다.(아이들이 보자마자 이거 집 아니고 감옥 아니예요? 했다)
이는 안에서 밖으로도, 밖에서 안으로도, 어느쪽으로도 넘어갈 수 없게 만드는 장치이다.
아이를 지키고자 했던 커다란 손은 바깥 세상의 위험이 아이를 해치지 않길 바랬고, 순수한 아이가 위험하고 잔혹한 바깥 세상으로 넘어가는것도 원하지 않았다는걸 보여준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이 대체로 이럴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커다란 손이 주는 것이 전부인 세상에서 행복했던 아이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것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하고,
손은 쉬지않고 질문하는 아이에게 많은것들을 설명하고 알려준다.
아이가 창 밖의 세상에 대해 궁금해 하기 시작했을때, 손은 자상한 설명을 멈춘다. (여자아이가 누구인지 묻지만 대답해주지 않음)
우연히 보게 된 사슴의 죽음을 보며 "보았니 저것이 세상이란다.", 죽는다는 건 어떤 거냐 묻는 아이에게 "모든 것과 이별하는 것이란다. 끔찍한 일이지."라고 단언하며 세상에 대한 아이의 호기심이 그치기를 바란다.
아이는 아이답게 그 장면과 손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두려움에 떨지만 사슴의 사체에서 피어난 노란빛, 여자아이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모든것을 알려주던 손에게 누구인지, 나가서 같이 놀고 싶다고 말하지만 손은 아무말도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아이의 바깥 세상에 대한 열망은 커졌고, 자신을 막아서는 손의 말을 의심하면서 대립하기 시작한다. 밖으로 통하는 쥐구멍을 통해 탈출에 성공한 아이를 손이 뒤쫓지만 손이 닿는 곳은 한계가 있었고, 아이는 다시 돌아와 손을 안심시키며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떠나간다. 손은 그런 아이를 응원하며 이야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