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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에 대하여 - 무엇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가
문형배 지음 / 김영사 / 2025년 8월
평점 :
이 책에서 발견한 호의, 곧 친절한 마음씨는 이런 것들이다.
법을 잘 모르는 착한 사람들이 받는 불이익과 피해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마음.
법을 알면 잘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 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것들, 조정을 통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판결이 날 수 있는 사례들을 담았다.
죄를 지은 사람들에게 베푸는 호의도 인상 깊었다. 재판 과정에서 죄를 지은 사람들의 사연과 처한 상황 등을 면밀히 살펴 벌을 주는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들이 다시 죄를 범하지 않고 잘 살아나가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 주는 모습이 담겨 있다. 알콜 중독 치료, 심리 상담, 심지어는 그 사람의 사정을 깊이 헤아려 도움이 될 책을 재판 후 선물하는 장면 같은 것. 한 사람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게 이런 작은 호의가 아닐까. 판사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다른 인간을 존중하는 태도를 지닌 법조인이 있다는 데 안도감을 느꼈다.
문형배 재판관의 인기가 뜨겁다. 이미 이 책은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있다. 글의 밀도나 구성에 있어서는 아쉬운 점이 있다. 만약 시간이 충분히 주어졌으면 기존 블로그에 쓴 글을 묶은 것에 더해 현재에 달라진 상황이나, 바뀌거나 보완된 법 이야기들을 추가하고, 과거에 쓴 글이 현재 어떤 의미로 다시 다가오는지 쓰고 싶으셨을 것 같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독서 기록에 대해 더 이야기를 들려주셨으면 하는 책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꾸준히 읽고, 여러번 다시 읽은 책들, 특히 재판 장면이 나오는 고전들을 읽으며 자신이 하는 일에 적용해 배우려는 자세와 점검하는 태도, 어떤 판사가 될 것인가 깊이 성찰하며 사유하는 글들이 좋았다.
경험의 한계를 다양한 책을 읽으며 보완하려는 점도, 자신의 판단과 결정의 무게를 절감하며 인간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책 속 인물들을 탐구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가난한 학생을 사려 깊게 뒷바라지한 김장하 선생님의 호의가 법이 우리 삶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준다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준 문형배 판사에게로 이어졌듯, 이 책을 통해 그 호의가 계속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법에 대해 무지한 데다 기대와 신뢰는 커녕 실망감만 안고 있는 내게 사람답게 사는 삶,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분투하는 법조인이 있으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무탈한 일상이 가능하다는 것에 새삼 고마움을 느꼈으니 말이다.
나는 어떤 호의를 베풀고 살아갈 것인가, 조금은 무거운 질문이 남는다. 이 책을 읽는 이들은 모두 각자가 이어갈 호의에 대해 생각할 터.
불신과 냉대, 혐오와 폭력이 난무한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작은 호의들이 똘똘 뭉쳐 촘촘하고 튼실한 안전망을 만들어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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