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매우 높은 확률의 HSP일 것으로 예측됐던 내가, HSP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 실제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는 'Highly Sensitive'까지는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든다.
HSP는 환경적요소와 감각적 요소의 자극에 민감한 편인데 군중, 심한 소음, 사이렌 소리나 알람소리, 형광등같이 밝거나 부자연스러운 조명, 심한 냄새, 기온 변화 또는 기상 상태 변화, 지자기 폭풍 또는 태양 표면 폭발, 전자기장 방출, 공간이 없거나 과도한 자극을 가라앉힐 방법이 없을 때, 자연 속에 있지 않을때, 달의주기, 사람들 앞에서 말할 때, 낯선 사람들을 만날 때, 심리적으로 압박을 느끼거나, 한번에 아주 많은 일을 해야 할 때, 마감일, 누군가에게 관찰당하거나 시험을 보거나 평가받을 때 등의 영향에 더 취약할 수 있단다.
그 중 자연 속에 있지 않을 때!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내가 언젠가부터 자연 속에 있지 않을 때 민감하게 반응하고, 여행을 떠나더라도 발리의 우붓같은 데를 찾아다니는 걸 보면 도시생활이 HSP기질을 부적으로 자극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매우 민감한 사람들이 자주 선택하는 직업을 몇 가지 들어보면, 교사, 작가, 테라피스트, 힐러, 예술가, 연구원, 간호사, 의사, 사회복지나 보건 복지 종사자 등이 있다"ㅡ49쪽
저자는 HSP들이 "일반적으로 착하게 살고 싶어하고 남몰래 선행을 베풀고 싶어하는 마음씨 고운 사람들"이라고 하는데, 이 부분은 동의할 수 없다 ㅎㅎㅎ
또한 저자는 프로이드가 말한 '그림자'에 대해서 지면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무심코 그림자로 만들어버린 요소들을 알아차리는 것이 자유를 향한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으며 우리 안에 있는 "부분들을 통합시켜 온전함에 이를 수 있도록 건강하고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책에서 저자가 제시한 자기돌봄 방법과 과각성을 다루는 방법이 큰 도움이 되었는데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하면,
1) 긍정적인 확언으로 하루를 시작하기 ㅡ> 당신의 독특하고 민감한 자아를 축하하라!
2) 내면의 비평가와 친구되기 ㅡ> 자세한 내용은 130쪽~132쪽 참고
3) 맨 땅 밟기(그라운딩) ㅡ> 단 10분이라도 맨발로 풀이나 흙, 모래 위를 걸으면 몸과 땅 사이로 전자가 흐르고 몸이 필요로 하는 음이온이 공급된다.
4. 계획표나 일기장에 회복 시간 일정을 만들어 넣기
5. 품질 좋은 비타민 B 복합체와 마그네슘 복용하기
6. 자연에서 시간 보내기ㅡ> "자연 속에 있으면 모든 문제가 녹아내리죠"
이 책을 읽는동안 나도 나지만 딸에 대한 생각을 자연히 하게 됐다. 민감한 양육자가 자신을 돌보지 못할 때 자녀가 고스란히 입게 되는 폐해는 영조와 사도세자의 관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영조의 열과 성이 버거웠던 사도세자는 촉각이 예민해지고 급기야 의대증(衣帶症)이란 병에 걸린다. 의대증이란, 말 그대로 옷 입기를 어려워하는 일종의 강박증으로 사도세자는 옷을 한 벌 입기 위해 수십 벌을 늘어놓고 귀신에게 기원하며 불을 지르는 등 이상행동을 했으며, 옷 수발을 제대로 들지 못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아들을 둘이나 낳은 후궁 빙애를 쳐 죽이기까지 했으며, 궁녀가 옷을 입힐 때 옷이 살에 닿으면 가차없이 칼로 베어 죽였다고 한다. 결국 그가 유일하게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던 장소는 관 뿐이었다. 관 속에 들어가서 모든 자극을 차단해야만 불안을 멈출 수 있었던 가여운 사도세자.
독특하고 민감한 자아, 나의 예민함은 축복이고 선물이지만 이 감각을 부디 잘 다루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예민한 분들, 예민하지 않다는 분들께도 두루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