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권의 책을 읽으며, 나는 다시금 言語가 단순한 전달 수단이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는 말 속에 스며 있는 온기와 냉기를 섬세하게 짚어낸다.
한 문장, 한 호흡의 길이, 말끝의 높낮이가 어떻게 사람의 하루를 데우거나 식히는지,
그 미묘한 결을 살핀다. 그는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의 말은 오늘 누구를 데우고 있는가, 아니면 식히고 있는가?
그 물음은 마치 내 안의 체온계를 꺼내 들게 만든다.
무심히 던진 말 한 줄기가 누군가의 마음속 겨울을 더 깊게 만들 수 있음을, 그 반대 또한 가능함을 깨닫게 된다.
반면 이작가의 또다른 책 말의 품격은 ‘무엇을 말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말할 것인가’의 가치를 설파한다.
품격이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경청과 절제, 사려와 배려라는 시간의 퇴적물 위에 쌓이는 것임을 일러준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언행일치라는 고전의 덕목을 떠올렸다. 말과 행동이 서로를 뒷받침할 때,
그 사람의 말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신뢰라는 무게를 얻게 된다.
두 권은 서로 다른 결을 지녔으나, 결국 한 줄기 흐름으로 합쳐진다. 언어의 온도가 말의 기운과 감정을 다룬다면, 말의 품격은 그 말이 품어야 할 태도와 도리를 이야기한다.
하나는 心을 데우는 온기이고, 다른 하나는 德을 세우는 기둥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말이란 결코 가벼운 바람이 아님을 느낀다. 그것은 刃(칼)처럼 예리하여 상처를 남기기도 하고, 火(불)처럼 따뜻하여 얼어붙은 관계를 녹이기도 한다.
그러니 우리는 매 순간 언어를 선택할 때, 그 온도와 품격을 함께 재어야 한다.
그것이 곧 사람의 품성(品性)을 드러내는 가장 조용하고도 확실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