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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람들
박솔뫼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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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좋다니 (건널목의 말) 여름에는 말이야 그나마 좋아하는 나물류 반찬이 빨리 쉬고 입맛이 없어 텁텁한 입에 담뱃불을 붙이면 연기마저 제대로 피어오르지 않는다. 그래도 노점 밖에서 술을 마실 수 있다는 점은 좋긴 한데 (이수명 시처럼) 여름의 나는 조금 더 부산스럽고 말이 많아져서 아무나 붙잡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그런데 나는 그런 내 모습이 싫고 조금 덜 말할 걸, 집에 와서 후회해. 여름 짱 여름 피플들 보면 기운이 좋구나 생각한다.

“당신은 태양을 받아들여야 하니 붉은 옷을 입으세요라는 조언을 들었다” (‘우리의 사람들’ 중에서) 나는 태양이 너무 많아서 태양 말고는 없어서 물과 가까운 곳에서 지내라는 조언을 들었다. 물과 가까이 지내라 그랬다. 물 같은 친구들… 또한 초록색을 들고 다니라고 해서 초록색 장갑을 새로 샀다. 장갑을 끼고도 핸드폰을 할 수 있도록 엄지와 검지가 뚫려 있어서 내 사주팔자에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마음에 든다.

가끔 앉아서 가만히 듣다 보면, 어떻게 사람들은 저렇게 인생에 에피소드가 많고 할 말이 아직도 남아있을 수 있는 거지 진짜 존.나 시끄럽다. 자기 이야기가 어디에 가치가 있다고 다른 사람에게까지 굳이 이야기하는 자의식이 신기하다. 나는 상담 선생님이 “괜찮아요 동은씨?” 물으면 얼굴이 화르르 타올라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거짓말하는 인간이라 애초에 삐딱하다. 내가 사람들을 궁금해하지 않는 만큼 그들도 나에 대해 궁금한 점이 없을 거라 생각한다. 괜히 시간 뺐어서 죄송합니다 속으로 생각한다. 다들 나에게 상담을 받거나, 뭔가 말하는 프로그램을 권하는데 아니요 저는 말하기 싫어요. 차라리 말하지 않는 것을 택하겠습니다 (필경사 바틀비…). 고통이 이야기가 되면 그건 더 이상 고통으로 머무르지 않는다는데 (박완서) 선생님 그건 선생님 이야기구요! 괜히 짜증났다.

서평단에 선정됐는데 박솔뫼 작가 작품이 좋아서 또 후회했다. 저번에도 그렇고 (오리 이름 짓기) 왜 좋은 책에 부끄러운 말들을 얹게 되는 거지. 그때는 이야기의 중요성에 대해서 쓴 거 같은데 2년인가가 지난 지금 아무 말도 하기 싫어졌습니다 게으르고 못된 독자라 죄송합니다... 말을 하기 싫어하는 사람이, 부산 근처 호텔에서 목욕을 하고 포도를 먹고 속옷만 입은 채 이불에 누워 CSI를 보며 동면을 꿈꾸다가 잠드는 그런 이야기가,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너무나 어이없고 쉽게 박솔뫼 작가는 그걸 해버려서 아 되는구나 이게.

왜 이런 식으로 서평을 써? 하지만 황모 작가도 왜 네 소설에는 슬픈 사람들 밖에 안나오냐는 말을 들었다고 했고 거창하고 구조와 연대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지만 어짜피 불가능 속에서 피어나는 어쩌구 그런 뻔한 말을 하게 될 게 싫어서…

학교와 일에 지친 친구들이 방학하자마자 다들 각자 어디론가 떠났다. 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은 어딘가 가뿐해 보이기도 했고 너희들은 왜 노래 가사처럼 지겨운 일상 속 어디로 떠나고 거기서 안정과 따뜻함을 한 스푼 얻고 오는거니. 며칠 이상 타지에 있으면 정신병이 도져서 여행을 포기한터라 꽤나 오래 홀로 서울을 지키고 있었다. 내가 영원히 가지 못할 곳의 맛있는 것과 멋있는 풍경 사진을 보면서 좀 억울해하기도 하고 교수님이 줌 강의에서 지금 제주도라고 했을 때는 배신감마저 느꼈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슴슴하게 운동장 트랙 돌 듯이, 그렇게 걷고 걷고 걷는 여행을 했을 것 같아. 상상하면 귀여웠다.

최인훈이 쓴 광장 말고 박솔뫼가 광장에 쓴 거. “광장을 모르는 사람들이 광장을 본 적 없는 사람들이 이게 광장인지 의심하면서 무언가를 더듬어가다가 혹은 광장 자체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매일 어쩌다보니 우리는 매일 이곳에. (중략) 그렇게 생각하면 광장됨은 일시적인 것이고, 물리적인 광장과 광장됨은 일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광장은 만들 수 있는 것일지 모른다.” -되기. 여성되기 동물되기 광장되기 들뢰즈의 늑대인간 이야기를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정신이 분열되면 피부에서 느껴지는 이질감 눈알을 뚫고 뇌수가 터져 나온다 손끝에서 곰팡이가 피는 이건 은유가 아니다. 광장되기.

“시간을 끊임없이 바라보고 와야 할 것들에 몰두하고 사람들의 얼굴에서 무언가를 찾아내고자 하는 이들은 와야 할 것이라 믿는 것들을 이미 연습을 통해 살고 있을 것이라고. 어떤 시간들은 뭉쳐지고 합해지고 늘어나고 누워 있고 미래는 꼭 다음에 일어날 것이 아니고 과거는 꼭 지난 시간은 아니에요.” (매일 산책 연습) 맞아 맞아 미래는 꼭 다음에 일어날 것이 아니지만 미래를 계속 그려보고 싶어. 그건 허탈하거나 바보 같지 않다. “그럼에도 왜인지 그가 새로운 세계를 스스로 믿고 살아내어 미래를 현재로 끌어당겨 반복하여왔음은 이해할 수 있었다.” 친구는 책을 다 읽으면 언젠가 그 책을 꼭 누군가에게 선물한다고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그 친구가 서로에게 마땅한 미래를 공유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올 세계를 구축하고 부수고 같이 읽고 쓰고 지우고 다시 쓰면 바라는 일들이 조금 더 빨리 오게 될 거라고. (정세랑)

사람이 나오지 않는 글을 쓰거나 읽고 싶었는데 왜냐면 그 애가 죽은 후로 사람들은 다 같이 짠 듯이 그 애가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굴어서. 제목부터 너무 우리의 사람들이지만 이 작품이 좋아. 그 안에서 사실은 모두들 잊지 않고 있다 그 애가 존재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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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람들
박솔뫼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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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세계를 구축하고 부수고 같이 읽고 쓰고 지우고 다시 쓰면 바라는 미래가 조금 더 빨리 오게 될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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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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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화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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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이제야 언니에게 소설Q
최진영 지음 / 창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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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후회하지 않아. 내 생존을 내가 도모한 것을 후회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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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모양의 얼룩 - 개정판 시작시인선 54
김이듬 지음 / 천년의시작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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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듬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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