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화이트 웨이브 틴틴 시리즈 1
송기원 지음 / 백조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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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메뚝에는 슬픔이 많다. 외갓집에서 만주로 돈 벌러 간 엄마를 기다리는 양순이. 밤만 되면 대보등에 올라가 엄마를 찾으며 운다.

무당인 엄마와 둘이 사는 끝순이는 열병을 앓고 시력을 잃었다. 앞을 보지 못하는 대신 소리와 냄새로 세상과 자신의 마음을 보는 능력을 가졌다.

"눈이 안 보여서 항상 나는 나하고만 놀잖아? 그러다 보니까 어쩌다가 나도 모르게 가만히 마음을 들여다볼 때도 있어. 그러다 보면 마음 저 깊은 곳에 이 세상하고는 또 다른 세상이 있는 것처럼 여겨질 때도 있어."(본문 34쪽)

문둥이인 엄마와 둘이서 사는 대복이. 마을 사람들에게 문둥이 자식이라고 구박을 받지만 양순이와 끝순이를 의지하며 버티며 살아간다. 하지만 엄마가 죽고 나서 대복이는 각설이패에 들어가서 구걸하면서 생활하게 된다.

"대장 삼촌은 각설이들이 겉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고 약한 사람들 같지만, 진짜로는 세상에서 무서운 것이 하나도 없이 가장 강한 사람들이래. 왜냐하면 각설이는 가진 것이 하나도 없어서 남한테 뺏길 것도 하나도 없기 때문이래."(본문 163쪽)

양순이와 끝순이, 대복이가 주인공이고 그 외에도 김 첨지 아들과 일본 여자 사이에서 난 혼혈인 '정님이', 큰 키에 불같은 성질을 가진 양순이 외할머니 '훈장댁'의 이야기도 있다.

양순이는 끝내 외삼촌에 의해서 부잣집의 아이보개로 가게 된다. 어느 날 소식이 없던 양순이 엄마는 양순이를 찾아오지만, 마적 두목의 아이를 임신한 채였다. 양순네를 돌봐주던 사람에게서 '뱃속 아이는 혹부리'라며 지우자는 말을 엿들은 양순이는 혹부리라도 좋고, 자신이 동생을 키울테니 없애지 말아 달라고 한다.

'누나'

본인도 힘들면서 끝순이, 대복이, 혹부리. 많은 동생들을 보듬고 안아주는 양순이. '누나'라는 말이 이리도 따뜻한 소리를 가졌다는 걸 알았다.

책의 처음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자신이 '혹부리'라고 말한다. 작가는 의붓아버지 아래서 아버지가 다른 누나와 자랐다. 어머니는 시장에서 재봉틀 하나로 옷 수선을 하시고, 생선 장사를 하셨다고 한다.

지금의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삶을 살았던 주인공들. 그들을 통해서 해방 전후 궁핍하게 살았던 민중들의 모습을 잠시나마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로부터 이어져 온 자신의 삶 역시 평온하지만은 않았지만, 그럼에도 딛고 일어서 작가가 된 혹부리도 생각하게 됐다.

삶의 모습도 슬픔의 형태도 다르지만 아픔을 딛고 일어나 더 높이 날아오르려는 청소년들과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책이었으면 좋겠다.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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