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인문과 첨단을 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증 우수과학도서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7
전창림 지음 / 한국문학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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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고분자 공학을 전공했다. 화학이라면 또 지나칠 수가 없지. 두께가 만만치 않은 책 한 권 안에 어떤 화학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했는데.. 이 책 한 학기 수업으로도 충분, 아니 한 학기만으로는 부족할 분량의 내용이 담겨있다. 엄청나게 방대한 내용인데 흥미를 끌만한 요소들을 예로 들어 설명해서 관심만 있다면 누구든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을 책이었다.



화학의 시작되고 발전하게 된 고대의 연금술부터 역사 속에 차례로 등장하는 다이너마이트, 나일론, 페니실린과 아스피린 등의 발명, 발견. 현대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거의 대부분의 제품들, 비닐, 옷, 화장품부터 최첨단 소재. 그리고 반도체, 유전공학, 환경화학, 미래 에너지를 책임질 신재생 에너지. 그뿐만 아니라 화학적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제5원소>, <마션>, <향수>, <괴물>같은 영화와, 명화들에 담겨 있는 화학과 관련된 비밀들.

이렇게 나열해 놓고만 봐도 우리의 삶과 인류의 역사는 화학이 아닌 것이 없다.



일반적으로 '화학'이라고 하면 어떤 게 먼저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화학물질'이라던가 '발암물질'같은 인간의 삶과 좀 동떨어진 느낌이 드는 단어들이 떠오르려나.. 이렇게나 가까이에 화학이 있는데..



'화학 없는 세상'에서의 삶을 기술해 둔 부분을 읽어보면 참 재미있다. 아침에 눈을 떠서 마주하는 모든 상황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다.

...세제가 없어 물로 빨았지만, 찌든 때 냄새는 영 없어질 생각을 안 한다. ... 냉장고는 있지만 냉매가 없어서 작동은 안 된다. ... 치약과 칫솔이 없으니 손가락에 소금을 묻혀 양치질은 하지만 멀쩡한 이가 몇 개 안 남았다. ... 단열재 역할을 잘해주는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섀시도 없어서.... 아스피린이라도 있으면 좀 낫겠지만, ... 휘발유가 없어서 차도 못 타고 걸어서 가야 한다. ... (본문 147-148 중에서)



물론 화학제품 없이 친환경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미 화학의 맛을 본 우리는 절대로 그렇게 살 수 없다. 그리고 지금 화학의 문제점들이 발견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도 화학이 필요하다.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도 바로 화학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화학은 무조건 나쁘고 천연과 유기농은 항상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전공자이고 관련업 종사자인 남편과도 종종 이런 얘기를 나누곤 한다. 쉽게 말해 고추장을 먹는 건 괜찮지만 피부나 눈에 바르면 위험하다.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서 다른 것이다. 소나무에게서는 1급 발암물질인 페놀이 분비되고, 복어에는 무서운 청산가리가 들어있으니, 정확이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무조건 화학물질이 나쁘다고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오랜만에 화학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읽는 내내 즐거웠고, 오랜만에 구조식들을 보면서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도 같았다. 화학! 네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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