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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2 - 1916-1920 3·1혁명과 대한민국임시정부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역사만화) ㅣ 35년 시리즈 2
박시백 글.그림 / 비아북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학습만화의 변천사를 기억하는 90년대 키드라면 놓을 수 없는 몇가지 굵직한 국민 학습만화가 있지요. 저도 그것들을 보고 자란 사람인데요. 박시백 작가님은 명실상부 00년대 후반을 책임질 학습교양만화 작가이시네요.
35년은 박시백 화백이 조선왕조실록을 완결한 뒤 내신 한국의 일제강점기를 그린 학습만화이자 교양서적입니다. 조선왕조실록의 팬이라면 약간 무겁더라도 읽는데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복잡하지만 알아야할 교양을 만화로 읽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됩니다. 사람마다 다른 읽는 시간도 많이 절약이 됩니다. 내용을 이미지로 기억할 수 있어서 오래 기억되고, 그림과 함께하기 때문에 설명이 보다 일목요연해집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일제강점기 한국역사를 박시백 작가의 책으로 만나본다는 것은 독자로서 너무나 좋은 기회입니다.
다행이 저는 1권을 먼저 본 뒤인데요, 1권이 현대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재편되던 동북아시아와 내정의 요약, 그 안에서 민족에게 들이닥친 변화 등을 일러주었다면 2권은 해방과 독립 이후의 한국 근현대사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걸음이 되는 챕터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3.1운동이 어떻게 해서 시작되었고 그 초기목적과 뜻밖의 방향, 그리고 그것이 역사에 미친 의의를 다루고, 3.1운동의 여파로 인해 독립운동가들이 해외와 조국에서 어떤 활동을 해나가는지를 추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침내는 한국 현대사가 어떻게 시작하고 왜 이렇게 만들어지게 되는지를 알려주기 때문이죠.
3.1운동의 움직임은 러시아의 혁명과 1차 세계대전의 종전이라는 상황에서 시작됩니다. 한국의 입장을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된 회의에서 이야기해보자는 의견에서 대사인 김규식이 자신의 발언에 뒷받침할 수 있는 선언이나 활동의 필요성을 요구하면서 시작되었죠. 독립운동가들이 대외적으로 조선의 입장을 이야기하는데 면이 서게 하려고 했던 선언은 곧 전 국민을 각성시키는 혁명으로 번지게 됩니다.
이야기가 이런 형상을 띠고 3.1혁명으로까지 흘러가게 되는 흐름은 자못 감동적입니다. 드문드문 역사시간에 배운 기억만 남아 있었다면 100주년을 맞은 3.1운동의 중요성과 의미에 대해서 다시금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저만해도 독립운동과 독립선언과 헤이그특사 파견과 고종황제의 승하가 뒤죽박죽 섞여서 인과관계가 흐릿하던 차였습니다. 비폭력 3.1운동은 다른 사람들의 만세 모습에서 자신의 독립의지를 확인하게 되고 다시 독립운동에 열심히게 되는 개인에게도 영향을 미쳤고요, 그리고 이렇게 일반 민초가 앞장서게 된 이유는 33인 대표단들이 스스로 체포됨으로서 어떤 지도하는 입장에서 물러난 것도 한 계기라 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됨으로서 특히, 지금까지 조용했던 유림들이 고종의 장례식 때문에 상경했다가 각성하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이렇듯 마치 도미노를 건드린 것처럼 이어진 사건들을 보여줍니다.
또 중요한 점은 사회주의자 독립운동가들의 면면을 설명한 부분인데, 저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상당부분의 근현대사는 마치 툭 잘려진 기억처럼 기억되지요. 그것은 한국이 분단되었기 때문에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에 관련한 이야기는 잘 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일제강점기까지 한국사를 잘 배우다가 어느 순간 두리뭉실하게 넘어가게 되버려서 따로 공부하지 않으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독립운동기와 광복 이후에 조국을 생각한 선각자들끼리의 이념대립도 상당했지요. 독립운동가들 조차도 다른 이념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기존까지 조선을 지탱하던 유교이념은 이미 낡은 것이 되었고 기독교와 민주주의와 사회주의가 핫한 이념으로 떠오르고 있던 중이었습니다.같은 독립을 이야기해도 방식은 각자의 이념에 따라 추구해야 하는 바가 달랐는데 이런 세력 다툼을 이해하기 쉽게 잘 보여줍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콧수염이 멋진 캐릭터가 다수 나오는데 약간 헷갈리네요. 관자놀이와 옷차림으로 구분을 하게 됩니다.
가장 좋은 부분은 부록입니다. 본문의 역사를 연대기별로, 주요 사건 순으로 죽 읽고 난 뒤 본문에서 언급한 문서를 부록을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전문이 실린 독립선언서 3편과 위임장, 인명사전과 사건연대표가 달려있습니다. 35년에서 가장 기대했던 부분들입니다. 3권도 곧 구매해서 마저 역사를 따라가 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