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한중록 (패브릭 양장) - 1795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혜경궁 홍씨 지음, 박병성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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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록 하루준 평점 : ★★★★☆ (9/10)

하루준 코멘트 : 조선판 스카이캐슬. We all lie~

도서정보

제목 : 한중록

저자 : 혜경궁 홍씨 / 역자 박병성

장르 : 고전문학

페이지 : 400

출판사 : 더스토리

출판일 : 2020. 3. 31.

책을 읽고 느낀 점​




권력의 중심에 서 있지만 그래서 더 권력으로보터 멀어질 것을 두려워한 영조,

아버지의 끝없는 기대가 더욱 무거운 짐이 되어버린 아들 사도세자.

만약 영조와 사도세자가 왕과 왕자가 아닌 그저 평범한 평민의 부자간이었다면 과연 이렇게 가슴 아픈 비극이 현실에서 이뤄질 수 있을까?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은 한 편의 궁중문학이기 이전에 조선왕조실록만으로는 전혀 우리가 알 수 없었던 조선왕조의 이면을 낱낱이 드러낸다. 절대 권력의 중심에 있지만 그 정통성을 인정받을 수 없었던 영조와 자신이 평생 얻을 수 없었던 정통성을 물려주기 위해 사도세자에게 걸었던 한 없는 기대와 실망, 그리고 그로 인해 사도세자를 향했던 영조의 비수와도 같은 말과 행동들.





한중록에서 표현되고 있는 사도세자는 유년기에 누구보다 영특하고 영민하였다. 이런 영민함은 영조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었고 그만큼 사도세자에 대한 영조의 기대는 점점 더 커져간다. 영조는 사도세자가 당파싸움을 조율하고 왕권을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는 강한 군주가 되길 바랐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영조의 기대치는 점점 높아지는 반면, 그러한 아버지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주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사도세자. 둘 사이는 어느새 겉잡을 수 없이 어긋나고 만다.





두 부자 사이의 관계는 사도세자를 향한 영조의 오해와 자포자기한채 모든 것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는 사도세자의 모습을 통해 절정으로 치닫는다. 사도세자가 죽음을 맞게 된 표면적인 이유는 영조를 시해하려한다는 의혹이었지만 결국 이러한 의혹을 받게 된 배경에는 작은 오해와 불신이 쌓인 결과라 하겠다.





이러한 부자 간의 갈등은 다양한 드라마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얼마 전 종영된 이태원 클라쓰에서는 국내 최고의 요식기업인 장가의 회장 장대희가 자신의 큰 아들인 장근원을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영조가 사도세자에게 했듯이 강한 훈계와 질책을 통해 교육한다. 아버지의 따뜻한 정을 느껴보지 못한 장근원은 잘못된 방식으로 아버지의 기대를 충족시키려고 하지만 결국 아버지에게 버림을 받게 된다.





지난 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스카이캐슬 역시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기대와 그로 인해 힘겨워 하는 아들의 모습이 이야기의 주요 내용으로 자리잡고 있다. 자신의 아들들을 서울대 법대에 입학시켜 우리나라 권력 피라미드의 정점에 서기를 바라는 검사 차민혁은 아이들에게 강한 훈계와 질타를 서슴지 않는다. 다행히 이 드라마의 경우 후반부에서 아버지와 자식이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화해하며 해피앤딩으로 끝난다.

세대를 넘어 자식에 대한 부모의 기대는 여전히 줄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모의 일방적인 기대와 그에 대한 강요가 좋은 결과를 낳은 적은 결단코 찾아보기 어렵다.

영조와 사도세자가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고 보듬었다면 임오화변과 같은 역사상 가장 슬픈 사건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중록은 절대권력 앞에서 무너져내리는 남편을 바라봐야 했던 혜경궁 홍씨의 한과 슬픔이 담겨 있는 작품임과 동시에 나에게는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천륜으로 이어진 사이가 결국엔 권력 앞에서 서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자식을 죽음으로 내몰게 된 슬픈 이야기이기도 하다.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들



P. 72

세손을 경희궁으로 데려가셔서 가르쳐 주시길 바랍니다.

"네가 세손을 떠나보내고 견딜 수 있겠느냐?"

"떠나보내어 섭섭함은 작은 일이요, 윗분을 모시고 배우게 하는 것은 큰일입니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말씀드리고 곧 세손을 올려 보내려 할때, 모자가 서로 떨어지는 정이 오죽하였겠는가! 세손이 차마 나를 떠나지 못하고 울고 가시니, 내 마음은 마치 칼로 베어지는 듯하나 참고 지냈다."

- 자식을 키워보니 세손을 떠나보내는 혜경궁 홍씨의 안타까움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내가 혜경궁 홍씨의 입장이었다면 나는 내 자식을 저렇게 떠나보낼 수 있을까?!

P. 100

어떤 따님은 밖에서 입으신 의대를 벗고서야 보시고, 이 중한 아드님은 그 말씀을 들으신 후에 귀를 씻으셔야 가시니, 경모궁께서 화협옹주를 대하시면 이렇게 말씀하시며 서로 웃으셨다.

"우리 남매는 씻으신 사람인가 보다."

- 읽으면서도 가슴이 먹먹해졌던 부분. 혹시나 나는 내 아이들에게 이런 생각이 들게 하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아이들을 혼내고 질책하면서 그걸 사랑이라고 포장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돌아볼 일이다.

P. 120

뜻밖에 화재가 나니, 영묘께서는 아드님이 홧김에 불을 지르신 것으로 여기시어 진노하심이 열 배나 더하셨다. 영묘께서는 함인정에 여러 신하들을 모으시고 경모궁을 부르시어 호령하셨다.

"네가 불한당이냐? 불은 왜 지르느냐?"

경모궁께서는 그때의 설움이 가슴에 복받쳤으나 거기에서도 그 불이 촛대가 굴러서 난 불이 원인이라는 사실도 말하지 않으셨다. 술에 대한 말씀처럼 변명을 않으시고 스스로 하신 듯구시니, 마음 구석구석이 서럽고 갑갑하였다.

경모궁께서는 그날 그 일을 지내시고 가슴이 막히셔서 청심환을 잡숫고 울화를 내셨다.

"아무래도 못 살겠다."

그리고 저승전 앞뜰에 있는 우물로 가셔서 떨어지려 하시니, 그 놀라운 상황과 위태로운 모습이야 이를 것이 어디 있으리오. 가까스로 구하여 덕성합으로 나오시게 했다.

- 모든 것을 체념한 사도세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사실을 말한다고 해도 어차피 아버지인 영조는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체념석인 그의 모습에서 이미 죽음을 예견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혈육인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는 기분,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감히 상상할수조차 없다.

보고, 깨달은 것 적용하기



:: 본 것 : 사도세자가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과 그를 지켜보는 혜경궁 홍씨

:: 깨달은 것 : 대화가 필요해!

:: 적용할 것 : 자식에 대한 기대보다는 이해를 먼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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