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귓속말
이승우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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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귓속말 하루준 평점 : ★★★★ (8/10)

하루준 코멘트 : 이승우 작가의 책은 기대하지 않은채로 기대된다.

도서정보

제목 : 소설가의 귓속말

저자 : 이승우

장르 : 에세이

페이지 : 235

출판사 : 은행나무

출판일 : 2020. 3. 31.

​​

책을 읽고 느낀 점​



이 책 '소설가의 귓속말'에는 40여 년을 '쓰는 자'의 삶에 매달렸던 이승우 작가 본인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겨 있다.

'쓰는 것'의 의미, 그러한 것들이 모여 소설가가 되는 과정, 그리고 소설가로서의 삶에서 깨닫게 된 삶의 통찰 등 그동안 소설 작품을 통해 내어놓지 못했던 작가의 이야기들을 이번 에세이를 통해 하나하나 소개하고 있다.

이승우 작가의 소설가로서의 삶에 대한 통찰은 소설가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소설가가 아닌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독자들에게도 그대로 치환된다. 단순히 글로 옮기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일 뿐이지, 삶의 태도는 소설가나 독자나 다를리 없다.

"할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 아니라 자기 말이 자기 뜻대로 받아들여질 거라는 확신이 없는 사람이 말을 많이 한다. 이해받지 못할 거라는 불안이 중언과 부언을 만든다. 한 말을 또하고 같은 말을 다르게 한다. 그런데 이런 불안은 왜 생기는 것일까. 이해받는, 받아야 하는 자로 자기를 규정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이해하는, 해주는 자로 자기를 간주하는 이에게는 없는 불안이다. 이해하는, 해주는 자로 자기를 정립한 이는 굳이 이해해주지 못할 거라는 불안을 가질리 없고, 그러므로 중언과 부언을 다닥다닥 이어붙이는 수고를 하지 않는다." _ 본문 P. 19

이처럼 이승우 작가의 에세이에 담겨 있는 대부분의 내용은 '쓰는 자'에게도 의미심장하지만 '쓰지 않는 자들'에게도 허투루 흘려들을 수 없는 삶의 통찰을 담고 있다.

또한 '소설가의 귓속말'의 특이점은 독특한 문체이다. 반복을 기반으로 물이 굽이치듯 유려하게 흘러내리는 문장들을 읽다 보면 마치 요즘 대세 음악 장르인 힙합의 라임(rhyme)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신의 알 수 없음은 사람의 알 수 없음과 다른 알 수 없음이다',

'소설가는 알고 있는 것을 쓰는가. 아니다. 알기를 원하는 것을 쓴다. 그가 알기를 원하는 것은 알 수 없는 것이다'

본문 내용에는 위와 같이 반복되는 문장이 자주 등장하는데 독자로 하여금 리드미컬하게 읽히면서도 다시금 문장의 의미를 곱씹어 보게 만드는 묘한 기능을 한다. 쉽게 읽히지만 내재되어 있는 그 의미까지 쉽게 던져주지 않고 다시 한 번 스스로 고민하게 만드는 '밀당의 문체'라고 하면 어느 정도 맞는 표현이지 싶다.

'소설가의 귓속말'은 쉽게 읽히지만 독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처음엔 소설가에 대한 내용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이면에는 그냥 우리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소설가의 삶을 통해 우리 삶에 대한 통찰을 얻고자 한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들



P. 12

사람이 사람을 믿을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자기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에게 사람은 믿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 알려준 사람이 나이다. 나는 내가 믿을 수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안다.

P. 19

할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 아니라 자기 말이 자기 뜻대로 받아들여질 거라는 확신이 없는 사람이 말을 많이 한다. 이해받지 못할 거라는 불안이 중언과 부언을 만든다. 한 말을 또하고 같은 말을 다르게 한다. 그런데 이런 불안은 왜 생기는 것일까. 이해받는, 받아야 하는 자로 자기를 규정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이해하는, 해주는 자로 자기를 간주하는 이에게는 없는 불안이다. 이해하는, 해주는 자로 자기를 정립한 이는 굳이 이해해주지 못할 거라는 불안을 가질리 없고, 그러므로 중언과 부언을 다닥다닥 이어붙이는 수고를 하지 않는다.

P. 30

내면이 혼란일 때 외부의 혼란은 혼란으로 인식되기가 어렵다. 가까운 데 있는 낮은 산이 멀리 떨어져 있는 높은 산을 가리는 이치다. 내면은 가까운 정도가 아니라 아예 거리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가깝든 멀든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외부보다 크게 보이고 크게 들린다.

P. 54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이제까지의 자신의 삶(에 의해 형성된 감각)이 참여해서 하는 일종의 번역 작업이다.

P. 109

나는 타인들로 이루어져 있다. 내가 나를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나를 이루고 있는 타인들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종종 내가 한 생각과 말과 행동을 나무라고 내가 하지 않은 생각과 말과 행동을 후회한다. 무엇을 하거나 하지 않는 나와 그것에 대해 나무라거나 후회하는 나는 다른 사람이 아니다.

P. 149

그림자는 스스로 존재할 수 없고 저절로 생겨날 수 없다. 그림자는 실체로부터 말미암고 실체에 의존한다. 실체가 없으면 그림자가 생길 수 없으므로 그림자는 실체의 존재증명에 쓰인다. 그림자를 보는 것이 곧 실체를 보는 것이라고 윽박지를 수는 없지만, 실체의 있음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경험인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보고, 깨달은 것 적용하기



:: 본 것 : 소설가로서의 삶, 생각, 태도, 그리고 그 안에 담겨 있는 통찰!

:: 깨달은 것 : 책은 저자와 나의 연결고리!

:: 적용할 것 : 귓속말로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력을 전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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