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마녀가 될 거야 샘터어린이문고 26
정옥 지음, 정은희 그림 / 샘터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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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마녀가 될 수는 없다

 

여기 마녀가 꿈인 아홉 살 소녀가 있다.

이름은 송송이. 어떤 연유에서인지 송송이에게는 아빠가 없다. 대신 세상 그 어떤 엄마들보다도 재미있고 유쾌한 만화가 엄마가 있다. 반찬 대신에 만화책을 사 모으고, 냉장고에 넣어둔 본인의 요구르트 하나 훔쳐 먹었다고 딸에게 오만상 신경질을 부리는 엄마다.

 

그러던 어느 날, 송송이가 동그라미가 가득한 백 점 맞은 시험지를 들고 오자 엄마의 표정이 심각하게 어두워진다. 시험지에는 동그라미와 가위표가 사이좋게 있어야 된대나 어쩐대나 하면서.

특단의 조치로 시골에 사는 할머니 댁에 한 달 동안 송송이를 보내기로 한다.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니지만 사소한 문제가 하나 있는데, 그 할머니가 마녀라는 것이다. 할머니와 한 달 동안 지내면서 송송이는 착실하게 마녀수업(?)을 받는다.

 

콩알을 소쿠리에 골라 담으면서 콩알이 무슨 상상을 하는지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사람들이 도토리를 마구 주워가는 바람에 먹을 게 없어서 힘들어 하는 다람쥐의 슬픔에 귀기울여본 적이 있는가? 도토리 가루들이 묵이 되면서 부르는 ‘폭폭’ 노랫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제주도에 가고 싶어 하는 양파껍질의 바람을 이루어주려 애써본 적이 있는가? 제멋대로 구는 인간들 때문에 고통 받는 개들의 상처를 쓰다듬어본 적이 있는가?

 

“상상하지 못하는 존재들에겐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

할머니 집에서는 모든 존재들에게 마법이 통한다. 마법은 상상을 통해 이루어진다.

 

우리에게도 분명 상상하는 능력이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상상하는 능력을 잃어버렸다. 그 대신에 백 점 맞는 능력, 부자가 되는 능력, 성공하는 능력을 미친 듯이 키워왔다.

백 점을 맞고, 부자가 되고, 성공을 하게 되었지만, 우리는 ‘상상하지 못하는 존재’, ‘마법이 통하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상상하는 능력을 되찾고 다시 상상하기 시작하면, 내 주변의 모든 존재들-사람, 동물, 자연, 심지어는 사물에게까지-에게 절로 애정을 갖게 된다. 내 삶이 바뀌고 세상이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다.

 

상상하는 능력을 배우고 싶은가? 교과서 따위에 적혀있지도 않고, 학원 따위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실컷 만화책을 읽고, 산으로 들로 마음껏 뛰어 다니고, 해가 지도록 친구들과 어울리고, 사소하고 쓸데없고 보잘 것 없는 것들에 시간을 보내기 시작하면 다시 상상하는 능력을 되찾게 될 것이다.

 

공부 잘하고, 엄마 말 잘 듣고, 착하다고 마녀가 될 수는 없다.

송송이가 하는 것의 반의 반 만이라도 배워보길. 그럼 우리도 어느새 마녀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전혀 눈치 채지 못하는 마녀들이 동네곳곳에 한 둘 쯤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좀 더 재미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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