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듀엣
김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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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듀엣>은 11편의 단편 소설이 담겨 있는 소설집이다. 11편의 작품이 담겨 있기에 각 소설의 길이는 매우 짧으나 내용은 전혀 짧게, 혹은 가볍게 느껴지지 않으며 그들만의 사연으로 내용이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빠르게 읽기보다는 그 안의 내용을, 그리고 작가님께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찾으며 차근차근히 읽고 싶은 책이다.

나는 [고스트 듀엣]과 [유미의 기분]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상민과 형우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다. 사랑이라는 단어로 그들을 설명하기엔 너무 부족하지만 사랑 그 이상의 관계를 갖고 있다. 형우는 차량 전복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상민은 그런 형우를 그리워하고 여전히 사랑한다. <고스트 듀엣>은 상민과 형우의 사랑이 온전히 느껴진다. 생사를 초월하며 산 사람과 죽은 사람과의 사랑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괜스레 마음이 뜨거워진다.
나는 그들의 소망처럼 그들이 죽어서도 고스트 듀엣으로서 함께 붙어 다녔으면 좋겠다. 불행과 행복이 함께 붙어 다니는 것처럼 내가 보기엔 그들도 땔래야 뗄 수 없는 존재인 것 같다.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가 가슴이 미어지고 그들의 사랑을 보고 있자니 내가 누군가를 사랑을 하는 것처럼 사랑이 불타오른다. 서로의 어두운 부분을 메꿔주려고 노력하고, 의미 없는 말들로 하루를 가득 채워도 서로에 대한 그 마음은 변함없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유미의 기분]은 퀴어 이야기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도 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느 날 형석은 인기 드라마의 한 여성 캐릭터를 가지고 꼬리가 아홉 개 달려서 꼬리를 잘 친다고 표현한다. 그 표현에 아이들은 함박웃음을 짓지만, 유미만은 웃지 않았고 이것이 잘못된 발언이었음을 꼬집는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유미를 메갈, 예민한 아이, 문제가 있는 아이로 치부하고 유미가 전적으로 잘못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한다. 과연 유미는 무슨 잘못을 한 것일까? 상대를 희롱하는 발언을 꼬집는 행동, 그 행동이 잘못되었음을 알리고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자보를 붙인 행동 중 과연 유미가 잘못된 행동은 무엇일까? 애초에 유미의 잘못이란 존재했었을까?
결국 형석은 유미에게 사과한다. 자신의 잘못되었음을 인지하고 그 점에 관해, 그리고 유미가 잘못되었다고 무안을 준 행동에 관해 형석은 진심으로 사죄한다. 형석은 그동안 유미가 만났던 선생들과는 다르다. 자신의 잘못을 100% 인지하고 그것을 사과할 줄 알고 사과라는 이름으로 유미를 이상한 애로 만들지 않았다. 유미는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다.
내가 이 에피소드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바로 형우의 편지였다. “너는 사과할 자격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사과할 자격이 없지만 너만은 자격이 있다. 그러니 나에게 사과해라.” 자신을 사과할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바라봐 준다는 것으로 사과를 하면 이 사과를 받아줄 수 있고 이해할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용기 내어 너의 잘못을 나에게 밝히고 진심으로 미안함을 내비치라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사과란 진심으로 상대방이 사과를 받아줄 마음이 있을 때 해야 한다. 잘못은 저지르고 시간은 흐를 때로 흐르고 상대방의 기억 속에 이 일이 악몽으로 자리 잡아 계속 상처를 받고 있을 때 하는 것이 아닌 잘못을 한 경우에 그 잘못을 인지한 후 바로 하는 것이 올바른 사과 방식이다. 여기서 형석은 유미에게 사과를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작가님은 매 에피소드마다 퀴어를 등장인물로 삼아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현실적이면서 세심히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들은 퀴어에 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을 받는다. 하지만 그들은 이런 시선에 대응이라도 하는 듯 아름다운 사랑을 보여준다. 그냥 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듯 그들의 사랑을 넋 놓고 보게 된다. 언뜻 보면 사랑 이야기로 가득 담겨 있는 듯하지만 그 속에 세상을 향한, 사람들을 향한 사회적 메시지가 담겨 있다.
모든 이야기가 잔잔히 흘러간다. 하지만 이것이 심심하거나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더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이다. 과연 행복이란 무엇인지 우리에게 말해준다. 세상에는 수많은 불행이 존재하지만, 이 소설은 행복이 불행에 답하는 소설들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결말이 모두 행복하게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서로를 사랑하면서, 인생을 살아가면서 행복이란 무엇인지 알려주기에 소설 하나하나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불행이 있으면 행복이 있고 행복이 있으면 불행이 있기에 결국 불행 속에서도 행복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행복과 불행은 늘 붙어 다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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